예전에 한 번 찾아왔던

두 번 다시 가기 힘든 곳, Ternate 섬 이야기.

by 전희태
B5(1639)1.jpg 파도를 가르며 북상중이던 바시찬넬에서의 원목선


70년대 초 인도네시아에 포대로 된 수출 시멘트를 실어다 주고, 돌아오는 항차에는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에 들려 원목을 생산하는 항구-거의 저목장 수준의 외해의 정박 구역을 가진-에 들려 합판용 남양재 원목을 잔뜩 싣고 부산 (동명목재)에 기항하여 부려주던 반 원목선에 승선근무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에 포대 시멘트를 싣고 한번 찾아보았었던 기억이 뚜렷한 작은 섬의 옆을 오늘 어쩌다 지나치고 있다.

TERNATE라는 이름을 가진 멀찍한 외해 어디서나 보면 삼각형인 원추형의 섬으로, 아마도 그 섬에서 사용할 수입 포대 시멘트를 특별히 배달해주려 들렸던 경우로 기억에 남아있다.


해도상에도 거의 원형의 동그랗게 생긴 섬으로 동서 길이 6마일 남북 길이 7마일 되는, 중앙부인 북위 0도 48.5분 동경 127도 20분의 위치에는 5,646피트 높이의 TERNATE라는 이름의 산을 두고 있는데, 그 모습이 영판 해변가의 파도가 찰삭이는 바위 위에 붙어사는 따개비의 형상을 꼭 닮아 있다.


TERNATE라는 마을은 섬의 남쪽에서 아주 약간 동쪽으로 치우쳐진 위치인 북위 0도 47분 동경 127도 22분에 자리 잡고 있으며 그곳에 배들이 드나드는 그 섬의 창구인 포구가 있었다.


섬 중앙부에 솟아있는 해발 5,600피트가 넘는 산이 경사가 급하게 해안가까지 이어지기에 해안에서 조금만 떨어져도 수심이 100미터가 넘고 있어 마음 놓고 닻을 내릴 수 있는 그런 포구도 아니었다.


포대 시멘트 천여 톤을 하역시키려고 찾았지만, 부두 시설은 작은 연안선들이 겨우 접안하는 수준의 돌핀 시설이라 본선은 사용할 수가 없었고, 바로 부두 가까이에다 심해 투묘 방법으로 닻을 내려준 후 적당히 줄을 잡아주면서 양하 작업을 했었다.


다행히 당시의 조류와 조석이 모두 빠르 지도 크 지도 않은 상태여서 크게 걱정을 하지 않고 정박하며 하역작업을 할 수 있었다.


모처럼 시내에 상륙하여 차를 타고 해변을 돌아 섬을 일주하는 도로에서 구경하는 경치는 중앙의 산이 훨씬 뒤로 물러난 듯 높고 멀어져 보이면서 가파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엇비슷하니 경사진 농토가 해안가를 따라 있는 일주도로와 산 사이에 넓게 자리 잡고 있어 보기보다는 농사지을 땅도 제법 있어 보였다.


그곳에 사는 현지인들도 그들 대로의 일상으로 별로 모자람이 없는 삶을 사는 것 같아 보였으며, 마침 그들의 전통 혼례식 치르는 모습을 만나 신기한 마음으로 한참 동안 쫓아가며 구경도 하였었다.

그러다 출출한 김에 음식점을 찾아들었다. 상륙하기 전에 어떤 음식점이 있는가를 대리점을 통해 미리 알아 두었다가 찾아간 중국 음식점이었다.


외따로 떨어져 있는 이런 오지-망망대해에 점 같은 작은 섬-에 끼어들어 음식 점을 운영하는 화교를 만나 중국인들의 그 강인함에 혀를 내두르며, 어쨌든 그가 만들어 준 음식을 맛보며 상륙을 즐기던 기억이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다.


그런 저런 생각에 좀 더 가까이 지나치며 추억마저 더듬어 볼까 싶어 침로를 그 섬에 가깝게 그어도 보았지만, 그때보다는 배의 크기나 기동성이 엄청 다른 형편임을 감안하다 보니 마음을 바꾸어서, 30마일 이상 떨어지는 원 침로로 다시 복귀시켜 달리는 중이다.


혹시나 요즈음 정치가 혼란스러운 이곳 인도네시아의 현실 때문에 먹고살기 위한 좀도둑들에게 별로 빠르지도 못하면서 가깝게 지나가는 우리 배를 보여주는 게 어쩌면 딴 맘을 먹게 하여 해적으로 둔갑, 해코지하는 일을 당할지도 모르겠다는 우려도 생긴 것이다.


예전 그 시절 그곳-인도네시아 전역-을 찾았던 시절에 만났던 현지인들은 모두가 한결같이 순박하고 친근감마저 드는 태도였기에 우리들 역시 포근한 정을 가지고 찾고 떠남을 반복하였던 곳들인데, 지금은 그것 역시 그야말로 달콤한 추억일 뿐, 오히려 흉악한 상상조차 아무렇지 않게 하게 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렇게 멀리 지나다 보니 섬 그림자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고, 독특하고 친근까지 한 육지의 냄새도 크게 느끼지 못한 채, 그냥 구름에 휩싸여 묻힌 수평선 너머의 저쯤에 Ternate라는 섬이 있겠거니~ 생각하며 지나치고 있다.

다시 한번 그 섬을 찾아 예전에 가봤던 그 길을 따라 돌면서 당시의 풍물도 만나고 그 음식점에도 가보고 싶다는 상념이 안달이 되어 가슴을 알싸하니 만들고 있다.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꿈이요 이루어질 수 없는 추억일 뿐이란 걸, 게다가 이제는 이렇게 라도 그 옆을 지나치는 일 조차 다시는 없으리라는 앎이 내 마음을 더욱 애잔하게 그런 바람을 상상해내는 모양이다. 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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