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 냄비에 담긴 물 닮은 심성들

조금만 듬직하니 생각하면 될 것인데...

by 전희태
JJS_3160.JPG 항해중 함께 일을 하는 부원선원들


불 위에 올려놓으면 가볍게 끓고 내려주면 그냥 식어버리는 양은 냄비에 담긴 물 같은 성질을 닮아서 일까?

처음 만났을 때, 그렇게 사이가 좋아 보여, 앞으로의 선내 분위기를 두 사람이 아주 잘 화합해 나갈 것으로 생각하였고, 사실 그간에는 매우 우애 있게 지낸 것으로 보이던 직장들 간의 화합이, 별 것 아닌 일로 인해 깨어져 있어 우리 모두를 실망시키고 있다.


그야말로 얇은 양은 냄비에 담긴 물의 속성을 빼어 닮은 행태라고 밖에는 더 이야기할 수 없는 그런 일이 그들 사이에 생겨나 있었던 것이다.


오래간만에 안전품질 회의를 실시하여 차 항차의 드라이 독킹에 대비한 일들을 의논하면서 마지막에 더 이야기할 사람을 찾으니, 시무룩하니 앉아있던 조기장이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가만히 웃으며 들어주던 내 안면근육을 절로 찌푸려지게 만드는 뜻밖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그간 그렇게 잘 지내고 있던 갑판장과의 사이에 어떤 감정의 골이 파인 듯 평소 잘 웃으며 이야기하던 태도들은 어디로 갔는지, 시무룩하니 시작한 말의 요지는 자신이 받았던 기분 나빴던 일을 물고 늘어지는 식의 발언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일의 발단은 지난번 포트 헤드랜드에서 약간의 고장을 일으켰던 현문 사다리를 수리하면서, 운용하는 부분의 파이프 일부분을 떼어내고 새로 용접해서 붙이는 과정을 진행하다가 발생했던 것이다.


이 일을 편하고 쉽게 처리하려면 체인 불록은 꼭 필요한 공구였다. 그래서 갑판상 체인블록의 담당 보관 책임자인 갑판장에게 작업 전에 미리 준비해 주도록 부탁하었는데, 어찌 되었는지 나 몰라라 하고 있었던 모양새가 되면서 이를 꽁하니 심정 상한 꼬여진 마음이 되면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런 눈으로 보니 갑판부가 물품 관리를 위해 갑판 공작실에 잠을 쇠를 채워둔 일도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공구를 꺼내 쓰는 일을 막고 있다며 그렇게 하는 배가 어디 있느냐? 고 따지는 식의 이야기로 까지 발언의 수위가 변질된 것이다.


한편 그 이야기만 놓고 보면, 그날 아침 체인블록을 준비한다던 생각을 깜박 잊어 미처 준비 못해준 거였다는 갑판장의 변명과 함께, 당시 그런 일을 당했으면, 한 번 더 이야기를 해서 즉시 준비하도록 청했으면 되었을 것을, 그렇게 하지도 않은 채 꽁해 있는 건 무엇이란 말인가? 하는 식의 발언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갑판부 공구 창고 잠그는 거야 평소 그곳에서 공구를 갔다가 쓰고 제대로 제자리에 돌려주면 될 것을 그렇게 하지 않아 나중 급하게 쓸려고 할 때 없으니까 신경질이 나고, 그래서 채워 두는 것을 왜 이해 못하는가?라는 식의 변명이 또 이어져 나오고 있다.


결국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진 작은 일이 빌미가 되어 서로에 대한 재평가가 별로 탐탁한 상태에 이르지 못한 때문에 생긴 일로 보인다.

그동안 들려온 주위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훑어봐도 한 사람은 사람을 포용하여 감싸 안는 힘이 모자라서 꼭 주위의 사람들과 소소한 마찰을 일으키는 스타일이고, 다른 사람도 역시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뜻이 적은 스타일이라, 그 일을 계기로 그들의 본태가 적나라하게 들어 난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스스로의 마음에 가감함이 없이 들여다보아서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나를 살펴내어 자신의 잘못부터 인정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보면 될 것이거늘,,,,


한발 물러서 사태를 파악해 보려는 제삼자인 나의 살핌이 갖는 생각이 그러하였기에, 진정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화해를 서로 하도록 마무리짓도록 이야기 해주며 일단은 회의를 끝냈다.


제발 그런 뜻이 통해서, 그들이 진정한 마음이 우러나온 화해를 서로에게 청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면서도 그럴 수 있을까?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는 점은, 나 역시 속 좁은 사람들 부류에 드는 때문에 말은 그리하면서도 실제로는 그리 못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한번 더 이 모든 상황을 되돌아본다.

어쩌면 속 좁은(?) 내 판단을 반성해 보려는 뜻에서 이 글을 쓰는 이유가 있음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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