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 씨의 부음

태풍 일과 후 찾아온 광양항에서

by 전희태
E705(9774)1.jpg 광양 외항에서 만난 일출광경.

입항 준비를 위한 서류 준비를 하던 막바지 단계에서 입항수속을 위해 꼭 필요한 서류인 법무부 출항 면장을 어디에 두었는지 찾아내지를 못해 안달이 났다.


수속 사무의 또 한 보조 당사자인 2 항사는 자신이 관리하던 그 서류를 어디에 끼워 두었는지를 기억해 내지 못하여 답답한 심정에서 한숨을 쉬어 가며 고민을 하고 있다.


어딘 가에서 찾아지겠지 하는 별로 걱정 안 되는 심정의 나는 그런 믿음의 현상이 틀림없이 다시 찾아지려는 징조라 은근히 믿고 밤 10시 이메일을 받아 보곤 그냥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방문 앞 메모 대를 살펴보았으나 아직 그 서류를 찾았다는 메모가 없어 못 찾은 모양이라 생각하곤 9시 가까이 되어 광양지점에 전화를 넣었다.

그것을 잃어버렸을 경우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알아 보고 또 가장 좋은 방법으로 수속 처리케 하기 위해서였다.

-여보세요. P 광양지점입니다.

하고 응답하는 목소리가 내가 원하는 담당자의 목소리가 아니다.

-여보세요. D/S호 선장인데요. S 과장님 계십니까?

-아, 예. 선장님 이세요? S 과장은 서울 가셨고요.

-왜 무슨 일이 있습니까?

-전에 지점장 하시던 YSH 씨 아시죠? 그분께서 돌아가셔서 문상을 갔습니다.

-예?, 그 양반이 돌아가셨어요?

또 한 사람의 지인이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갔구나. 하는 착잡한 심경에 잠시 머뭇거렸지만, 할 일을 위해 전화 걸은 용건을 간단히 설명하였다


그러면서 마음속 한 귀퉁이에서는 그래 너도 아는 사람이 죽었다는데 그의 죽음보다도 그저 네 할 이야기가 더욱 중요한 일이냐? 하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의 진행에 착잡한 마음이 된다.


그의 부음에 대한 아무런 배려도 없이 내 이야기만 하고 있으니... 하는 스스로를 꾸짖는 듯 한 심정이 수굿이 솟아오른 것이다.

그도 나와 같은 천주교 신자였다. 갑자기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이야기를 지난 항차 들었을 때 병명이 급성 백혈병이라 했으니 그 병으로 타계한 것일 게다.


몇 년 전, 아들의 친구이자 딸애의 애인이었던 녀석이 사랑의 배신감으로 품게 된 독한 앙심에 의해 생때같은 아내와 아들을 한목에 빼앗기는 어처구니없는 불행마저 당하였던 그가 이제는 그것도 모자랐는가? 자신의 생마저 남보다 일찍 닫아 버리게 된 것이다.


하기야 세상 평범한 눈으로 보면 그런 불행이 있을 수 없겠지만, 그것이 신이 원하는 섭리일 진데 무슨 뜻이 그 안에 있는 것일까?


그런 사고가 나기보다 또 몇 년 전.

초창기 광양사무소의 지점장을 맡고 있던 그가 마침 광양에 귀항한 나를 만나려고 우리 배를 찾아오셨던 어머니를 위시해 우리 가족들이 배 구경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다가, 지점에 들려 커피 대접을 받게 된 적이 있었다.

용무를 끝내고 시내로 나가려 했을 때, 사무실 문밖까지 따라 나와서 어머니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며 배웅해주던 그의 자상해 보이던 모습이 내가 그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기억에 남아 있는 상황이다.


그가 그렇게 처세를 잘해서 손금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날 그가 나의 어머니에게 보인 그런 모습은, 윗사람을 공경하고 겸손하게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을 갖고 좋은 인상을 품게 되어 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었다.


부디 연옥의 세계를 건너 천국에 안주하라 기도 들려주며 그에 대한 회상을 접기로 했다.

다시 내 평상시 일로 돌아와 한번 더 서류를 찾아보리라 수속 가방부터 뒤적이는데 그 안에 찾고 있던 서류가 점잖게 포개어져 있지 않은가?


엊저녁 고민스러운 표정이었던 2 항사가 짐 뒤짐을 반복해서 결국은 찾아냈던 모양이다. 녀석 찾았으면 그랬다고 메모라도 남기지 않고.... 하긴 그래서 지인의 부고를 듣게 되긴 했지만....


즉시 광양지점에 전화를 넣어 서류를 찾았다고 다시 알려주었다. 자신들도 그 서류가 혹시 우리에게 전달되지 않은 게 아닐까 알아보려 묵은 서류더미를 뒤지고 있었단다.


일이 잘되었다는 인사를 나누며 내일 아침 도착시간을 재 확인시켜주고 전화를 끊었다. 7시에 도착, 그 즉시 도선사 승선으로 결정이 되어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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