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을 만났던 상처

-꽝!- 소리가 남긴 상처

by 전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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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파도에 의해 선창 내로 휘어 들어온 외판과 그 힘에 밀려 크게 상한 모습의 늑골재. 현장 검사를 위해 프레임에 매달려 있는 선급 검사원(Surveyer)의 흰색 작업복 모습이 애처로워 보인다. Photo by Capt.Jeon


사흘 전에 만났던 태풍의 기억은 이미 뇌리에 저장만 해둔 채 무사히 입항한 항해 완성에 대한 기쁨만을 만끽하며 접안을 끝내었다.


이제 양하 작업의 시작을 위해 해치 폰툰을 열어 주기 시작하며, 홀드 내부가 극심히 흔들렸던 태풍 조우 때에 어느 정도로 화물의 표면을 다져 주었을까? 궁금함을 품으며 관계자들은 열리는 해치커버 아래를 지켜보고 있었다.


혹시 녹이라도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 약간의 의구심까지 품으며 화물 담당을 하고 있는 일항사도 열리는 해치 폰툰을 같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간의 홀드 빌지라든가 모든 탱크의 측심 결과에는 별 다른 이상이 없었기에 편한 마음으로 약간의 흐트러진 상황을 예상하며, 위에서 내려다본 그의 눈에 더불 보텀 위로 낮게 다져진 광석 더미 너머로, 선창 내부의 좌현 측 늑골 재가 납작하게 구겨져 안으로 밀려들어온 모습이 들어왔다.


선체 외판과 선창 내부의 늑골 재가 안쪽으로 휘어지고 찢어진 그런 상태는 2번, 5번, 7번 선창을 열면서 계속 발견한 것이다.

-선장님, 외판이 밀려들어오며 홀드 프레임이 크게 휘어져 있습니다.

-뭐? 어느 선창인데?

-2번, 5번, 7번 선창입니다.


흥분한 일항사의 숨찬 목소리로 내뱉는 보고를 들으며, 태풍 일과 후의 내가 취했던 조치가 미진했었나를 생각해본다.

그날 -꽝- 하는 소리를 들었을 때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상황도 예상해야 했는데, 너무 간과한 점을 새삼 자인하면서, 기록을 위해 카메라를 준비하여 즉시 현장으로 내려간다.

어쨌거나 처음 그런 보고를 들었을 때는 황당한 마음이 우선이었지만, 막상 선창에 내려가 그 현장을 보고 사진까지 찍고 나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서늘한 기분이 온몸을 휩쓸고 지나간다.


나도 모르게 바로 지옥의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 나온 셈이니, 마치 함정 인지도 모르고 먹을 것을 찾아 미끼를 물었다가 용케 뱉어낼 수 있어 낚시에 꿰이지 않고 살아난 고기와 다를 바 없는 신세였던 게 아닌가?


물고기는 물 바깥으로 끌려나가 다른 세계로 가는 것이고, 나야 물안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끝내야 하는 반대의 길이긴 하지만, 제각각 다른 세상으로 들어서는 건 같은 일이니까....


태풍 UTOR의 잠재된 내력은, 무사히 지나가 주고도 또 며칠이 지나서 이렇게 험한 꼴로 다시 나타나서 내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지나간 며칠 동안, 북위 10도선에서부터 북위 22도선까지 항행을 하던 때에 괜스레 불안한 마음이 나를 찾아와 괴롭히더니 왜 그랬었는지 이제야 그 뜻을 알 것 같다.


태풍을 무사히 지나 보내고 날씨가 바로 되던 날, 전선 창의 빌지를 체크하고 모든 탱크를 사운딩 하여, 달라진 곳이 있는가를 철저히 체크하였었다,


그런 조사 과정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치 못해 선체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믿었는데, 선체에 균열이나 구멍이 난 곳은 없었지만, 파선 일보 직전까지 가는 선체 외판의 변형과 선창의 늑골재 (프레임)가 크게 휘는 사고는 이미 나 있었던 것이다.


선창 내 프레임은 선체 종강력의 보강재로써 인체로 본다면 갈비뼈에 해당되는 중요한 강재인데, 이 들이 선체를 두들기고 밀어대는 파도의 힘에 부쳐서 그냥 안으로 휘어진 상황은 그날 밤 꽝! 하는 소리가 나던 때 발생했던 것이리라.


다행히 파도가 더 이상 본선에 대해 강펀치를 날리지 않도록 배의 황천시 조선을 제대로 잘 해주어, 그 정도로 된 것이라 믿으니, 선장으로서의 책무를 무난히 해냈다는 작은 성취감은 넘겨받으면서도, 참말로 아찔한 순간이 그 당시 있었음을 인정 안 할 수가 없구나.


대양 하니 호나 무궁화호가 흔적도 변변히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황파에 얻어맞아 외판이 찢어지며 선체가 부러지는 불운을 당해 순식간에 늘어나는 침수를 막지 못해 사라져 버린 비운의 변을 당한 것이 아닌가?


급하게 배로 온 담당 감독과 함께 사고가 난 현장을 다시 둘러보고 난 후, 해난 보고서를 만들어 공증인 사무소에 가서 공증받을 서류로 작성하여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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