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과 나들이

육지에서의 즐거움

by 전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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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못했던 선체 손상에 곁들여 바빴던 일을 모두 끝내고 외출하기로 한다. 통상적으로 승선 중인 선박에서 이렇게 선외로 외출을 나갈 경우 우리들은 그 상황을 상륙한다고 말하며 살고 있다.


항상 흔들리는 힘든 선상생활에 찌들어 있는 뱃사람에게 그래도 기꺼이 배를 타고 다시 바다로 나가게 해주는 활력을 주는 원동력이 어쩌면 이런 상륙이란 외출을 뜻하는 단어가 주는 매력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상륙한 하룻밤을 동서네 집에서 지내며 태풍 조우와 무사하게 도착한 이야기들이 화제가 되면서 좀 늦게 까지 잠을 미루게 되었다. 마침 휴일이라 마음 놓고 늦잠까지 잔 우리들은 점심식사를 드라이브를 겸한 나들이를 하면서 좀 멀리 가서 해결하기로 했다.


한때 승선 생활도 경험했던 동서는 이번 항차의 내가 겪었던 어려움을 위로해준다며, 두 부부 네 식구 모두 함께 자신의 승용차에 타기를 권한다.


자동차 찻길이긴 하지만 도로포장이 시멘트로 되어 있다가 포장이 안 된 길로도 연결된 걸 반복하는데 어떤 곳은 아주 위험해 보이는 곳도 있는 산길을 꼬불꼬불 달려서 도착한 곳에 닭과 염소 불고기를 주 메뉴로 하는 음식점이 있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도 만들어 놓고 계곡의 양쪽에 평상을 깔아 놓고 손님을 받아서 영업하는 이곳은 개인의 땅이 아니고 국유지라고 한다.


잠시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 일단 평상에 앉고 보니 시원한 바람에 맑고 찬 계곡 물 흐르는 소리가 세상만사 다 젖혀 두고, 그냥 오늘 하루를 파묻어 버렸으면 하는 마음 되라고 부추기고 있다.


난 바다 큰 물 안에서 생활하다가 계곡을 흐르는 작은 시냇가 평상에 앉아 그 물에다 발도 담가가며 한적함을 즐기게 된 마음은, 어쩌면 바닷물 위에 있었을 때 보다 포근하고 정감이 어리는 심정이다.


초록빛으로 싱싱해 있는 나무들이 만들어 준 그림자에 얼굴을 가려보려고, 잎새와 잎새 사이를 뚫고 들어오는 강렬한 햇빛을 피해 고개를 이리저리 저어 본다.


개울 건너편 쪽 평상에 자리 잡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무쇠 솥을 걸어 놓고 무슨 고기를 열심히 삶아내고 있다.

그 고기가 사철탕이라든가 영양탕이라 이름 붙여 부르는 것이란 걸 짐작하면서도 나는 그 음식에 관심이 없으니 그냥 그들의 조리하는 법을 힐끔거리는 정도로 보다가 탁족을 위해 바지를 걷어 부치고 개울물로 들어갔다.


발과 다리가 얼얼할 정도로 시원해질 무렵, 우리가 시킨 닭백숙이 나온다는 기별이 온다. 얼른 평상으로 돌아와 바쁘고 떠들썩한 모습의 건너편 사람들을 건너다보며 상차림이 끝나 주기를 기다리며 조용한 초여름의 한낮에 푹 빠져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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