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크의 안벽으로 배를 옮기다.

본격적으로 수리 조선소에 들어서다.

by 전희태


E508(3354)1.jpg 항로를 가운데 두고 이웃해 있는 곳은 시꺼먼 바닷물인데 어장이있다.


달리안 외항에 도착해서 나흘을 기다려서 드디어 수리조선소 부두로의 이선(SHIFTING)이 1130시부터 시작되었다.

옅은 안개가 시정을 살짝궁 제한하는 가운데, 유니폼을 입고 올라 온 도선사와의 첫 만남은 마치 중공군을 보는 듯한 기분 속에 인사를 나누며 시작했다.


그 큰 목소리로 통화하는 음성을 옆에서 들으며, '호떡집에 불났다'라고 표현하던 예전 어렸을 때의 호떡집이라 부르며 좀은 비하하는 표현으로 쓰던 중국 음식점 사람들을 두고 하던 이야기가 절로 떠오르고 있다.


시간이 점심 식사를 할 때가 되어 인사치레를 겸해 물었던 말에 김치를 특히 부탁한다며 흔쾌히 들겠다는 대답을 해준다. 그렇게 식사 대접을 하고 나니, 이번에는 선물로 담배는 주지 않느냐고 태연히 물어오는 모습을 보인다. 아직 이런 면에서는 개방된 지 얼마 안 되는 후진국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예전의 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 절로 든다.


배가 슬슬 움직이기 시작하여 어느 정도 뱃길에 정침 하며 주위를 살펴본다. 항로 표지인 등부표로 표시해 준 뱃길의 바깥쪽으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어장의 어망 부표가 줄을 이어 가득 차있어 마치 잘 가꿔진 화단의 한가운데 밭고랑 길을 타고 넘는 것 같은 분위기에 빠지게 한다.


그러나 이렇게 검고 탁한 바닷물 안에서 키워내는 해산물들이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걸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뒤를 잇는다.

그런 모습들을 방에서 현창을 통해 내려 다 보고 있던 아내는, 마침 어망 부표들이 유리로 만들어진 것임을 확인하며, 예전 잘 나가던 어린 시절 유리 공장을 하던 자신의 집에서 만들었던 우끼 다마(浮球)를 생각하고 있었단다.


이윽고 배는 조선소 앞에 이르러 엔진을 정지시켜 독크 마스터를 태우니, 그는 도선사와 교대하여 우리 배를 독크 안벽에 접안시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다.


지금껏 따라붙던 항내 터그보트는 도선사와 함께 모두 떠나가고, 독크의 터그들이 새롭게 본선의 주위로 다가와서 예인색을 잡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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