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잘못으로 수난당한 갈매기
아내와 같이 생활하는 선상 생활이라 아침 시간이 좀 게을러진 요즘이다.
오늘 새벽 운동도 아내의 늦장에 밀려서 놓쳐 버렸기에, 마음을 추슬러가며 그 벌충으로 저녁 식사 후의 시간에 두 사람은 같이 갑판 산책에 나서기로 했다.
첫 한 바퀴를 돌아 선수루 가까이 다가서는데, 갑자기 바다 쪽에서 애절한 아기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누군가 절박해서 내지르는 비명 같기도 한 소리가 들려온다.
무슨 일이지? 그쪽을 살피려 급히 난간 쪽으로 다가서서 내려다본 바다 위에는, 어망 군에서 떨어져 외톨이가 된 끈이 달린 작은 부표 하나가 조금 멀리에 떠 있는 것만이 보일 뿐이다.
그러나 한 번 더 자세히 살피는 눈길에 두 개의 점으로 보이는 움직이는 물체가 그 부표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물 위에 떠 같이 움직이는 게 보이는 데 짐작으로는 갈매기들의 모습이다.
계속 지켜보는 가운데 아기 울음소리 같은 비명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가까워지는 점으로 보이는 갈매기들 한데서 들려오고 있다.
마치 자신의 몸을 옥죄이려는 어떤 힘에 대항하느라 애쓰며 내지르는 비명 같은 느낌을 주는 소리이다.
몇 년 전. 승선 중이던 배의 윙 브리지 갑판에 날아와 힘들게 앉아 있던 갈매기의 모습이 문득 떠오르며, 지금 소리치고 있는 저들의 현재와 오버랩되면서, 내 마음에 서늘한 안타까움을 더해주기 시작한다.
당시 그 갈매기는 바다 위에 떠다니든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에서 주워 먹은 비닐조각이 제대로 배설되지 못하여 항문에 끼인 채로 길게 매달려 있어 괴로워하던 모습이었다.
그 장면이 새삼 나서고 나니, 저 녀석들도 그런 식의 인간이 함부로 팽개쳐 버린 그물이나 낚시에 발목이라도 잡힌 어려움을 당하면서 비슷한 횡액에 괴로워 비명을 지르다가 힘이 빠지며 저런 울음을 우는 것이 아닐까?
그런 내 짐작의 현실을 이야기하니, 아내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그 들을 살피면서 차마 자리를 뜨지 못하고 덩달아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서러움을 넘어서려 한다.
두 마리 중 날아오르고 내리는 움직일 수 있는 갈매기가 떠 올랐다가 다시 내려앉는 모습을 보려니, 다치지 않은 친구 갈매기가-아니면 부부 갈매기일까?- 곤경에 빠진 상대방을 도와주려고 그리 애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아무런 도움도 못 주며 발만 동동 구르는 우리 부부의 형편이 참으로 미안하고 죄송할 뿐이다.
이제 그 자리에서 뾰족이 도울 수 있는 방안도 못 찾으며 애처로운 비명 소리만 계속 듣고 있다는 사실이 괴로운 상황이니, 그냥 자리를 피해 우리들이 하던 일로 되돌아 가자고 아내를 재촉하여 선수루를 향할 수밖에 없었다.
머뭇거리려는 발걸음을 옮기며 귓속을 파고드는 애절한 갈매기의 소리가 계속 들려오는지를 한 번씩 걸음 멈추어 확인해 가면서...
이윽고 배를 한 바퀴 다시 돌아서 아까의 그 자리로 되돌아왔건만, 어망 부표는 떠내려 갔고 갈매기 마저 사라진 빈 바다만이 그 지점쯤을 살피려는 우리 둘의 눈 안에 들어 올뿐이다.
우리 배는 닻을 놓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지만, 바다 위 수면에 떠 있던 끈 떨어진 어망 Buoy는 쉼 없이 흐르는 조류에 떠 밀리며, 걸려든 갈매기와 함께, 그렇게 흘러 가버린 것이다.
절박한 도움을 원하든 갈매기가 어쩔 수 없는 위험 때문에 내어 지른 비명이었을까? 아니면 도움을 주려고 나섰으나 자신도 어쩔 수 없어 한탄을 뱉아 낸 도우미 갈매기의 쓰라린 외침이었을까?
이미 갈매기들은 사라져 버렸지만, 아기 울음소리 같은 애절한 비명은 여전히 귓가에 여운 되어 남아 있기에 더 이상 운동할 여유를 잃어버린 우리 부부는 터덜터덜 거리는 발걸음을 방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