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선 사관으로의 좋은 자세를 갖추게 하기 위한 충고
실기사가 자신의 실습 리포트에 참조 하고 싶다고하여 엊그제 AB-LOG(*1) 파일을 빌러 갔었다. 가지고 간지 얼마 안 된 그날 저녁, 다시 내 방에 가져다 놓았기에 참고가 다 끝나서 반납한 것으로 알고 내용물 검사도 하지 않은 채, 제자리로 치워놨었다.
그런데, 오늘 안전품질회의를 하면서 필요한 서류의 복사를 위해 복사기의 복사판 뚜껑을 열었다가 그 안에 AB-LOG 원본 한 장이 놓인 채로 그냥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말 할 필요도 없이 실기사가 복사를 마치어 자신이 필요로 하는 카피를 얻은 후에 원본을 빼어내지 않고 그냥 둔 채 자리를 떴기에 그런 일이 발생한 것이리라.
실기사를 방으로 불러 올렸다. 엊그제 내 방에 와서 AB-LOG 서류를 빌려 간 시간부터 반납 했을 때까지의 전말을 물으니, "제대로 반환을 했는지 여부가 잘 기억이 안 나는데요!" 하는 무성의한 대답을 한다.
사실, 실기사가 AB-LOG FILE을 내 방에서 빌러 가던 날 내 방을 찾아 온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그날 낮에 후부 갑판 상에서 사용하다가 깜박 잊고 남겨 두었던 사진기를 찾으려고 왔던 것이다. 낚시질 하며 올린 고기와 함께 사진 찍는다고 카메라를 들고 나와 열심히 사용하며 설쳤는데, 막상 촬영이 끝난 후에는 사진기를 BITT 위에 그냥 놔둔 채, 방으로 갔던 것이다.
밤에 비가 오는 속에 다른 사람이 비 맞고 있던 카메라를 들여왔었고, 다음날 아침 주인을 찾는다고 나선 광고 방송을 듣고 그 사진기를 찾으러 왔던 것이다. 잠깐 잔소리를 한 후, 카메라를 내어 주었는데, 기왕 내 방에 왔으니 자신의 리포트에 필요한 AB-LOG를 보여 달라는 요청을 하는 것이다.
너무 당당하기도 한 태도와 할 말은 선장 앞에서라도 주눅 들지 않고 하는 그 용기(?)를 높이 사서 공부에 도움을 준다는 생각으로 흔쾌히 꺼내서 빌려 주었다.
그런데 오늘의 내 물음에 대한 대답이 '잘 기억이 안 나는데요!'이다.
젊은 세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오해아닌 오해인 책임감이 모자라고 이기심은 기승부리는 듯 느껴지는 이러한 응답 태도에 그간 실기사에 대해 느낀 좋았던 감정도 일순간에 사라지며 욱하는 성미가 나오려 했다.
겨우 솟구치려는 기분을 다독여서 차분하게 대처하기로 한다. 자신의 부모에게서도 지금 같은 잔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을 것인데 싶어 우선 형제들은 어찌 되냐고 물었다. 여동생과 자기 두 사람뿐이란다.
보지 않았어도 한 두 애만 낳아 가지고 애지중지 키웠을 상황을 예상했던 내 짐작이 맞은 것이다. 기왕에 내 짐작이 맞았으니 내 생각대로 가정교육(?)도 해 보리라 작정한다.
우선 잘못에 대한 야단은 누가 치더라도 맞아야 하는 것이고(AB-LOG 원본을 잊어버린 일), 어른들로부터 꾸중도 듣고 자라야 이후 어른이 되어 사람 구실하는 것이다. 천방지축 눈에 보이는 게 없이 자라면 이 다음 너의 인생이란게 별 볼일 없고 쓸모없는 인생이 되는 거라고 이야기 하며 사물을 보는 태도를 올곧게 가지고 스스로의 행위에 대해 책임지는 인생을 살라고 이야기 해본다.
우리 배 안에서 지금 진행하고 있는 <제자리 돌려주기 운동>을 제대로 연구하고 공부해 보는 걸 학교의 과제물과는 다른 인생 과제로 여기고 해 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하며 꾸중이랄 것도 없는 대화를 끝내었다.
제자리 돌려주기 운동의 형태로 모든 세상살이를 유지하고 관리하며 살 수 있다면 성공한 인생으로 즐겁게 살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나에겐 확실히 있다.
실기사가 제대로 된 생각으로 나의 충고를 받아 들어 주기를 고대 해본다.
주*1 : (AB-LOG, Abstracted Log의 줄임말 ) 선박이 운항한 항차별 실적을, 갑판/기관의 항해일지(LOG BOOK)를 축약 데이터 화 시켜서 수지타산 등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게 꾸민 서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