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보내는 편지

가족간에 주고 받은 편지들

by 전희태
대련09.JPG


셋 성아! 07월 24일 제 8 신.

아침에 전화를 해서 너희들 목소리 들었지만 마음이 바빴던 것 같아서 할 이야기를 다 못했다. 날씨가 기분 나쁘게 비가 그렇게 자주 오니까 너희들 기분도 저기압인 모양이지?


아빠 엄마도 이렇게 집 생각이 나고 여러 가지 걱정에 흐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개이는 날이 훨씬 많은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단다.

요새 내가 하는 일과의 시작은, 새벽 운동 후 아침 식사까지 끝낸 아빠가 나를 위해 스크램블 계란과 주스 한잔을 쟁반에 바쳐 들고 내 앞에 와서는 나를 깨우면 눈을 뜨는 것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단다.

나는 마치 왕비마마나 된 것처럼 으쓱하니 폼을 재며 먹어 주기만 하면 되니까 우쭐하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이래도 되는 건가 좀 미안하게 생각해보는 그런 생활이란다.

하기야 집에서 가져온 십자수 놓는 일도 하얀 실이 동이 나서 중지하고 있는 상태란다. 망단을 못하고 끝날 것 같아 찜찜하구나. 그건 그렇고....


둘째야!

엄마 보험회사 이야기인데 급여 이체되어있던 것 세 가지인데 2월 달에 들었던 것 빼고 두 가지는 7월 말까지 내지 않으면 실효가 되니까 꼭 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내고 다음 달부터는 자동이체로 빠져나가게 엄마 외환 은행 통장 가지고 가서 자동이체로 해 놓으라는 이야기다.

이 부탁을 중국 오기 전에 이야기 끝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요즈음 멜 보낸 것 제때에 들어가지 못한 것 같은 생각이 드는구나.

아무래도 중계를 해야 하니 그런 늦어짐이 발생할 거라고 예상은 하지만 여기서 보낸 멜은 매번 번호를 매겨서 보내니 나중 그걸 참조하면 어떤 것이 안 들어오고, 어떤 것이 들어왔는지를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할 이야기만 이렇게 하고 여기서 안녕한다.

엄마가 전부 여덟 번째로 보내는 멜.

----------------------------------------------------------------

C325(2454)1.jpg 엄마가 미용실에서 컷트하는 모습.


그저께 성당에 다녀오던 길에 시내 관광 중 꽤 괜찮은(비싸지 않을 것 같은) 미용실을 발견하고 그대로 들어가 엄마 머리 손질을 부탁했더니 남자 미용사가 커트를 하는데 잘하더구나! 엄마도 만족하신 모양이더라.


십자수 부속품을 파는 가게를 찾아보았지만 그건 아직 까지 찾지 못하고 있으며 차츰차츰 관광의 범위를 넓혀볼 의향이지만 아직은 배 안에서의 생활이 대부분이다.


둘째야.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쯤의 멜은 보낼 수 있잖니? 이번 엄마가 부탁한 보험료 납부 건 처리한 후 필히 멜을 보내 결과 보고해주기 바란다. 아버지가 덤으로 써 보낸다.

---------------------------------------------------------------------------------------------

To. 어머니, 아버지

비는 그치고 그야말로 '찜통더위'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시겠지만 우리 집안 식구 중 대부분이 이런 날씨에 아주 약하죠? 그래서 어젯밤 잠시, 정말 잠시 Air Conditioner를 틀었답니다.

형의 강력한 시간 통제에 힘입어 15분 정도 운전하고 말았는데 그래도 시원 해진 것이 이 맛에 에어컨을 사는구나 싶더라고요.


전 스테파노 형(제)님은 전기료를 세든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걸 잊지 말라며 계속 에어컨 운전시간을 조절하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퇴근하기 싫어지는 하루하루죠(여름에는 시원한 회사가 천국인 것 같아요...^^*)


걱정하시던 보험 건은 어제 모두 처리되었습니다. 죄다 막내 것이던데.... 사무실에서 체크받아서 직접 대한생명 3층에 가서 고쳤죠(삼신생명 전용창구요.. 거기 퉁퉁한 아주머니가 허 여사님 아들들이라고 너무너무 놀라던걸요? 그 표정을 보셨어야 하는데...^^) 3개월 미납금 정산도 끝내고 자동이체까지 완벽하게 해두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요즘 일할 맛이 납니다. 차장님 휴가기간에 혼자서 900만 원이 넘는 광고 매출을 올리는 데 성공하기도 했고 여러 광고주들과도 건설적인 미팅을 가졌죠. 뿐만 아니라 제가 기획한 일에서 가장 많은 매출이 올라가는 등.. 나름대로는 일할 맛 나는 상황입니다. ^^V 이제 시작이지만 좀 더 많은 경력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만 들어요.


형은 요즘 본당 청년 주보 일로 바쁩니다. 신부님께서 바로 일을 주셔서인지 신부님과도 자주 이것저것 논의를 하더라고요. ^^* 이번 기회로 형의 '영적 은사'가 더욱 돈독히 할 수 있게 되길 빕니다.


중국.. 언제 저도 한 번 가봐야겠죠?^^* 두 분만의 뜻깊은 시간 즐겁게 보내시길 바라요.

자... 그럼 저는 이제 슬슬 또 외근 길로 나갑니다. 건강하시고 주님과 함께 즐거운 시간 되시길 다시 한번 기도드릴게요.

7월 25일

강남역 사무실에서,

둘째 시몬 올림 

-----------------------------------------------------------------------------


얘들아, 아빠도 한마다 거든다.


말이 통하는(통역을) 사람이라고 대동하고 나간 사람이 처음엔 잘 나가더니 술 한 잔을 걸치고 나니 그만 어디로 빠졌는가, 이상한 시비를 불러일으킨다.


조선소 앞 개발구를 잠시 산보하는 기분으로 둘러보기로 하고 나간 상륙이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통역을 해줄 수 있는 중국교포 선원을 앞세우고 상륙을 하였었다.


덕분에 혼자서는 타기가 어려운 딸딸이 차, 미니버스, 작은 택시를 두루 타 볼 수는 있었지만 마지막 목적지였던 야시장에서 양고기 꼬지 구이를 안주 삼아 맥주를 하다가 양허(洋河)라는 독주를 맛보기로 하고 두 잔 정도 했는데 점점 술이 오르는지 아무래도 취한 모습이 나타나는 걸 보고서 부리나케 배로 들어오기로 작정했었지.


헌데 잡아탄 택시 기사와도 말이 안 통하는 말을 하는 것 같더니 목적지를 넘기어서 다시 차를 돌리어 바르게 가게 조언을 해가며 달래듯이 겨우 조선소 앞에 도착할 무렵이 되어서 이번에는 조선소 출입문을 지키고 있는 공안원에게 시비를 불러일으켜 그를 화나게 만들고 있구나. 얼른 나서서 등을 두드려가며 달래고 얼러서 겨우 배로 들어오고 나서 보니 온몸이 땀으로 푹 절었지만 그래도 더 이상 주정으로 인한 불상사가 생기지 않아 안도하였지. 엊저녁에 겪은 이야기이다.


근데 그렇게 일을 끝내고 나니 그 친구가 언젠가 했던 말이 다시금 생각났단다.

-왜 그렇게 큰 소리로(시비하듯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느냐?

좀 지나치게 동료에게 어필하는 느낌을 주는 언동을 자주 하기에 그걸 제지하며 물은 적이 있었던 것이다.

-한족들에게 둘러 싸여 있는 속에서 그들에게 지지 않고 살아가려면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그때 그는 그런 투의 대답으로 열악한 환경을 이겨내며 살아가려면 언제나 그런 전투적인 태도로 헤쳐 나가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였던 것이다.

그러던 그 친구를 보며 조선족들이 왜? 좀은 험상스레 일하는 사람이 많은가를 의식해보던 마음에 한 가닥 해답을 받은 듯 한 기분도 가졌었다.

헌데, 오늘의 그 친구 태도는 그렇더래도 너무 과한 게 아마도 독주를 마신 술주정 때문이 아닐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는 이야기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일곱 번째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