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장 구경
셋 성아 07월 26일
날씨도 후덥지근한데 이곳 중국에도 오늘 오전엔 많은 비가 내렸단다. 지금 막 저녁 먹고 올라와 이 편지 쓰기 시작한다.
우리 배 선원들은 반수 이상이 시내로 외출 나갔다. 아빠와 엄마는 그냥 배에 남기로 했다.
8시가 다되어 갈 무렵 아빠 배 선원(중국교포)이 우리를 안내 해 주기로 하고 가까운 동네 구경을 나가자고 연락이 와서 우리는 입은 옷 그대로 외출을 했단다.
어디로 갈까? 재래시장을 가볼까 하다가 가까운 곳에 야시장이 있다는 말에 그곳을 가기로 결정했다.
정문 앞에 진을 치고 있는 오토바이에겐 눈도 주지 않고 부지런히 걸어 언덕을 올라 네 명이 타면 꽉 차 버리는, 오토바이를 개조하여 택시로 만든 탈것을 일인당 2위안씩 흥정하여 탔다.
무릎을 바로 놓지도 못하게 생긴 옛날 인력거를 연상케 하는 그런 차인데 셋 성아 상상이나 가니? 어쨌든 재미있을 것 같아 타기로 한 거지.
약간 경사진 거리를 오르며 내는 소리는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한데 조금 달리더니 내리란다.
목적지에 다 도착했는데 그곳은 준 고속도로인 큰 길거리로 이번에는 미니버스로 바꿔 탔다.
우리네 마을버스 보다도 작은 차인데 안내원이 두 명이나 타고 있더구나. 한 사람은 사람을 태우고 한 사람은 요금을 받는데 일인당 2위안 50전이라더구나.
그리고 개발지역에 있는 공원에 내린 거야. 레이저 불빛이 오락가락하고 음악소리에 맞춰서 분수대의 물줄기가 춤을 추고 두 군데로 나눠진 국기 게양대에는 여러 나라의 기가 펄럭이는 데 한쪽 끝에는 인공기가 휘날리고 다른 쪽에는 태극기를 비롯해 대만이 올림픽에서 사용한 기도 올라있었단다.
이곳이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나의 믿음을 어긋나게 만드는 일들도 보여주더구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나와 끼리끼리 둥그렇게 서서 제기차기를 하는데 여자들도 여럿 끼어 있더구나.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도 있고 아니면 애인과 팔짱보다 더 진한 포즈로 붙어 서서 분수대의 물 쇼를 구경하는 사람도 있고 그야말로 낭만적인 모습이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바글거리는 곳이더구나.
이제 우리의 목적지인 야시장을 찾아 다시 택시를 탔는데 이 택시는 티코 정도의 작은 차로 기본료가 6위안부터 시작되는 차더구나.
시장 바닥은 약 30분 정도 걸으면 다 구경하는 크기로 작은 발전기를 군데군데 설치하여 불을 밝히어 주는 곳으로 도로에 흰 페인트 스프레이로 표지를 하여 가게의 터를 표시했던데 비어있는 곳이 많고 조명도 하지 않고 깜깜한 진열대 뒤에 앉아있는 사람들도 여럿이 보이니 불쌍한(?) 생각이 든다고 아빠는 그러시더구나.
거 있지? 파리 날리며 장사하는 사람들을 보면 느끼는, 우리 집안사람들의 애달파하며 안쓰러워하는 감성 말이다. 그게 또 여기서도 발동한 거지 뭐.
진열된 물품은 싸구려 화장품, 모조 옥 장신구, 신발류, 가방, 기타 잡화였고 한 불록 더 가니 의류만을 파는 곳으로 되어 있던데, 우리네 시골장터보다도 못한 싸구려 물품을 가지고 호객도 안 하고 그저 멀뚱히 쳐다보니 누가 구경꾼이고 누가 장사꾼 인지도 모르겠더라.
마침 여기서 우리나라의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는 화산석으로 만든 목욕할 때 때밀이로 사용하는 두 개에 3 위안하는 부석돌을 발견하여 그 걸 사는 걸로 겨우 주머니를 열었단다. 아마도 그들이 장백산이라고 부르는 백두산 부근에서 나온 부석일거라는 생각이 또 다른 묘한 감정을 가지게 하더구나.
그러나 먹을거리를 파는 곳은 시끌벅적 대며 한편에는 노래방 기계를 내놓고 원하는 사람은 돈을 내고 노래 한 곡조 부르는 그런 곳까지 있어 야시장의 활기를 느끼게 해주더구나.
여기서 해바라기 씨앗 볶은 것을 한 근 사고 양고기 꼬지 구이를 파는 곳을 찾아가서 자리를 정하고 앉았다.
신강(新疆) 천산(天山)이란 간판을 보니 이 가게의 음식은 여기 토종이 아니라 이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중국 변방 지방의 토속 음식인 모양이다.
맛은 그런대로 좋았지만 조금 짠맛이 세고 더욱더 마음에 안 드는 건 향내 나는 씨앗, 즉 빈대 비슷한 냄새나는 야채 씨앗이 양념에 들어 있어 아무래도 속이 니글거리게 하더구나.
아빠는 이 냄새를 받아들이어 이겨내야 한다지만, 아직은 비위가 상해서 별로였다.
어쨌든 구경한 번 잘하고 이상한 탈거리도 여러 가지를 바꿔 타보며 즐거워했는데, 돌아오는 길엔 진짜 택시를 타고 단번에 조선소 앞까지 들어오려 했지.
헌데 그 기사 아저씨 우리 안내원의 말을 잘못 알아들었는지 우리가 가려는 길을 지나쳐서 시내 쪽으로 마구 달리는 거야.
우리가 가야 할 곳은 그 길을 가로질러 육교가 있는데, 그 육교에서 좌회전하지 않고 그냥 시내 쪽으로 달리는 거야.
면화도(棉花島, 목화송이처럼 생겼다고 그런 이름이 라지만))의 중웬 修船廠(마지막 '창'자는 이 글자를 쓰면 모르고 새로운 약자로 되어 있다.)이 우리가 갈 곳인데 그 말을 잘못 알아듣고 시내 쪽으로 마구 달린 거지, 준고속도로라 돌려야 할 길은 한참을 더 가야 했지.
겨우 유턴할 수 있는 길목을 발견하여(유턴 금지 팻말이 있었음) 급하게 돌리더구나.
그 후에는 우리가 교통표지판을 보면서 길 안내를 해 겨우 목적지까지 왔구나. 여기가 자기네 나라 말도 잘 안 통하는 곳이 많은 중국이란 걸 새삼 실감했단다.
'중웬챤우' 이 말이 '중웬으로 갑시다'라는 말이라 하여 나도 배워보고 했지만 발음이 영 어려워서 힘들구나.
써 놓기는 그렇게 들리기에 '중웬 챤우'라고 써 놓았지만 그들에게 그대로 발음해주면 무슨 소리냐는 반응이라 말을 붙여 보기가 겁나는구나.
어쨌거나 이제 무사히 배로 들어와서 이 편지를 계속해 쓴다.
큰애 편지 잘 받아 보았고, 둘째 편지 역시 잘 받아 보았지.
얼마나 기쁜지... 그동안 괜히 아빠 보고 매일 같이 이멜로 애들 편지 왔는가 확인하라고 성화를 부렸었는데....
잘 지낸 다니 아주 흡족하구나. 할머니께서도 여전히 건강하신 듯하니 기쁘고 그런데 전화를 자주 못 해 드려 죄송하다고 전해 주렴.
사실 전화기가 배 안에 있기는 하지만 조선소 사람들과 만나야 하는 미팅룸에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항시 진을 치고 있어 아무도 없는 시간에 하려니 그렇게 되는구나.
그렇다고 밖에 나가서는 말도 잘 안 통하고 전화기를 들어 다이얼만 돌리면 전화가 걸리던 말던 돈을 내야 하는 이상한 이곳의 전화 사정이 밖에 나가도 전화를 못 걸게 만드는구나. 알겠지?
막내 놈 연락은 안 왔니? 작은 엄마 작은아버지에게도 안부 전해 주렴. 잘 지내고 있다고.
그럼 또 연락하자. 사랑한다 셋 성아! 엄마가 아홉 번째로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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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에어컨디셔너를 규모 있게 사용한다>는 둘째의 말을 전해 들으며 첫째 너의 살림살이 꾸려가는 태도에 박수를 보낸다.
너네 엄마도 한결 웃으며 네가 잘하고 있다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는구나. 그러나 너무 더울 때는 그런 정도로 사용이야 어쩌겠니 노인도 집에 계시는데.
앞으로 편지는 좀 모아서 일주일에 두 번 정도로 보내도록 함이 어떻겠니? 엄마는 너네들 편지 기다리는 걸 또 한가지의 낙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구나.
막내 놈한테도 한번 글을 띄워 보내라고 해라. 물론 네가 중계해야겠지만....
또 소식 전할게 아버지가. 덧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