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인정, 고마움을 모르기 때문인가?
우리 집 큰애와 동갑내기로 중국 교포 승조원인 이군이 엊그제는 방의 키를 잠그고 아침 과업 정렬에도 나타나지 않고 있었지만 가족을 다시 집으로 보내고 기분이 언짢아져서 그러려니 이해해 주기로 하고 넘어갔었다.
그랬는데, 오늘은 엊저녁 상륙했다가 지금까지 아예 배로 돌아오지도 않고 아침 아홉 시쯤이면 들어오겠다는 연락만을 해왔다는 이야기가 아침 TBM 자리에서 전해지고 있다.
자신의 가족이 배로 찾아온 것을 받아주어, 이곳에서의 생활을 내도록 배에서 하다가 집에 돌아 가게 해주고, 그야말로 모든 편의를 봐주며 내 자식 같이 돌보아 주었는데, 그런 내 마음과 배려에 보답하려는 행동이 겨우 이런 것인가? 하는 마음이 드니 씁쓸한 배신감에 괘씸한 생각마저 부글거리기 시작한다.
21시간이나 걸리는 열차를 타고 찾아왔던 다섯 살짜리 딸애와 그의 아내 사정을 전해 들었을 때, 그들 모녀가 남편과 아버지를 찾아오며 여행 중 겪었을 노고가 너무나 애틋해 보여,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모든 걸 동원하여 도와주었다.
아내도 그런 정황을 전해 들은 후, 남의 일 같지 않다면서 그 친구의 딸내미를 위해서 배 안에서 입으라고, 일부러 시장에 나가서 옷을 사다가 입혀주는 가족 같은 정도 보여주었다.
대련에서의 생활을 그런 돌봄 속의 선내 생활로 보낸 가족이 다시 집으로 돌아갔으니, 그간 그 집안의 편의를 위해 여러 가지 도움을 주며 살펴봐 준 상사나 동료 등 배 안의 모든 사람들에게 고마웠던 정을 표시하기 위해서라도, 현업에 열중하여 열심히 일해 주어야 할 형편 이건만, 그는 상륙도 제멋대로 하더니 귀선 해야 할 시간까지도 어긴 채 밖에서 돌아오질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정황을 보고 받으며 아직 들어오질 않은 그 친구 생각에 만감이 교차한다.
아무래도 우리와 같은 민족이라고는 하지만, 풍토와 습관이 다른 지역에서 오래 살아오며 만들어진 전통이 그렇게 제멋대로인 상태로 변해버린 사고방식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닐까?
그래도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야 크게 다를 것이 없을 것이고, 인정의 흐름도 같아야 한다고 보는 입장의 나에겐 왜 그런 행동을 하여 나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을까? 이해해주기가 어렵기만 하다.
이제 들어오면 좀 따져 물어보려는 심정의 말미에, 문득 이 친구 딴생각을 하여 혹시 밀항자 알선을 위한 행동책 같은 것으로 포섭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 조차 떠 오르고 있다.
이곳이 고향이 아닐 진 데 아는 집도 별로 없을 터, 밖에서 자고 들어온다는 것은 한 번쯤 의심의 눈으로 보아서 나쁠 것은 없겠다는 새로운 관점을 떠 올리며 그를 계속 주시해 보기로 작정한다. 하지만 그렇게 변하는 나 스스로에 착잡한 심정 금할 길이 없음 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