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시내 체류 허가를 신청하다.
선박의 승조원으로서 중국에 입항하였을 경우 상륙하여 배 밖에서 잠을 잘 수 있는 24시간 체류 허가를 받는 서류를 교부받으려 하니, 일인당 미화로 20달러를 내라고 대리 점원이 요구를 한다.
아내와 나는 그런 금액이 공정한 법적 요금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도 없는 상황하에서 그의 요구대로 돈을 지불하고 허가증을 교부받기로 했다. 혹시나 백두산 관광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미리 준비한 일이다.
기간도 열흘밖에 주지 않는 이런 서류를 위해 대리점이 요구하는 또 하나의 접대는 담배 두 보루였다.
영 개운치 못한 이런 관행은 어찌 보면 이제 돈맛을 제대로 알기 시작한 이들의 빠르게 변화하는 자본주의 스타일로 이행되어가는 행태를 보여주는 일이겠지만, 당하는 사람으로서는 눈살이 찌푸려지는 일이다.
아무래도 대리 점원이 자신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무언가 덧 붙여서 받아내고 있다는 심증은 가지만 그렇다고 그걸 밝히겠다고 따질 수도 없는 상황이 은근히 부아를 돋우지만 그것 역시 거기까지로 끝내야 하는 일이라 여겨 생각은 그쯤에서 멈추기로 했다.
시내로 나가는 길가 한 거리에 시장이 시작되는 곳 차도 옆쪽으로 수십 명의 사람들이 각자 팻말을 들고 죽 늘어서 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팻말에는 수학, 영어 등의 글귀를 적어 넣고 지나가는 차들에게 흔들어 보이는데 그것은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가정교사의 과외 수업 과목이란다. 즉 가정교사 자리를 구하려는 구직의 행렬이 그렇게 서서 자신을 세일즈하고 있는 모습이란다.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은 서구의 어느 나라에 떨어지지 않는 화려함을 간직한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인데, 그렇게 주욱 서있는 사람들이 제 각각의 인형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 안에서 이 나라의 뒷골목에서 자라나고 있는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는 과정의 험난한 생존경쟁의 모습을 은근히 알아보게 되는 마음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