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을 생각해 본다.
큰 말썽을 피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하선하겠다는 말로 꽤나 나를 괴롭히던(?) 조선족 출신 갑판 부원들을 사명을 받아서 내려주고 나니 큰일을 치러 낸 것 같아 시원섭섭하다.
그들은 가족을 위해 돈을 벌러 나왔다는 제일의 목적을 갖고 있기에, 승선하려 집을 떠나면서부터, 기간을 마치고 하선하여 집에 갈 때까지는, 당연히 집에 갈 수 없다는 점을 각오하고 떠나왔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우리 배의 스케줄에 중국의 수리선 독크에 들어가 수리하는 경우가 생기게 되면서, 나는 그런 기회를 최대로 활용하여, 승선 중이지만 자신들의 집에 갔다 오는 특혜를 가질 수 있게 그들을 도와주기로 하였다.
이런 조처는 우리들의 몸에 배어 있는 아쉬움인 선원의 이가정성(離家庭性)을 순화시켜줄 수 있는 일로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의로 베풀어준 이런 배려로 생각지도 못했던 휴가(?) 기간을 갖게 되었지만, 그런 특혜가 그들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독이 된 케이스로 변질되어버린 모양이다.
한번 집을 떠나면 계약된 기간을 채운 후에야 집으로 돌아가게 되는 형편이, 언감생심이지 진짜 생각지도 못한 승선 중에 집에 다녀올 수 있었으니, 그런 상황이 오히려 승선의 리듬을 깨어지게 만들며, 승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을 많이 할 수 있는 기회로 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자기네 나라에서 한 달이 넘는 생활을 지속하다 보니 긴장이 풀어지면서, 술을 마시다가 작은 트러블도 일으키는 사고도 내며 결국 계속해서 배를 타려는 의지가 꺾여 보따리를 싸서 집으로 가겠다고 나섰던 것이다.
내가 생각했던 승선 기간 내의 사기진작 차원에서, 기왕에 중국 땅에 왔으니 그 기간에 집에라도 다녀온다면 계속할 승선 생활에 활기를 넣어 줄 수도 있겠다는 뜻으로 시행한 이 임시 휴가 조치가 오히려 그들의 마음에 구멍을 내어, 틀어지고 부정적인 면만이 부각되는 독으로 되었던 셈이다.
이제 그런 저런 일들을 모두 보내고, 어제 날짜로 모든 수당과 급여를 지급하여 정리하였으니, 두 말없이 배를 떠나야 하는 형편만이 남았는데, 이번에는 내일 아침까지 배에 머물렀다가 가게 해달라는 청을 해오고 있다.
느닷없이 하선하겠다고 떼를 쓰고 졸라대던 그들의 태도에 애를 먹으며 힘들어했던 때를 생각하면 일언지하에 거절하고픈 맘도 들지만, 조그마한 돈이라도 아껴 써야 할 그들의 처지를 이해해주기로 하면서, 그냥 모르는 척 그들의 말을 들어주기로 했다.
사실 기차표를 예매하려고 세 시간이나 줄을 서서 기다린 후, 손안에 들게 된 차표가 내일 오전 11시에 출발하는 기차표란다. 그러면서 그때까지 배에 머물러서 잠자리와 한 끼 식사까지도 해결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건데...,
-너희들은 이제 우리 배의 선원이 아니야~ 그러니 더 이상 본선에 머무를 수 없는 거야.라고 재선을 거절하며 쫓아낸다고 해서 당장 뭐랄 사람도 없고, 오히려 그리 이야기하는걸 제대로 하는 거라 여기겠지만, 이제 와서 나마저 야박하게 그리 해 줄 수가 없는 게 그간의 미운 정 고운 정이 거드는 내 마음의 형편이다.
그러면서도 이제 마지막으로 한번 더 그들에게 간절한 기대를 가져 본다. 내일 오전 중 그들이 배를 떠나면서,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라는 진심 어린 인사를 자진해서 남기면서 떠나 주기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