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풍경
셋 성에게 08월 10일 아침
그제, 어제, 오늘은 가을 기운이 감도는 것 같이 시원한 바람이 불지만, 햇살은 여전히 따갑게 느껴지는구나. 하늘을 보니 이곳 중국의 하늘도 우리나라보다는 좀 못해도 역시 높고 푸르구나.
부식을 사러 연 이틀 야채 종합시장을 나갔다 왔단다.
그런데 아주 특이한 관습이 있더구나. 상품을 종류에 따라 무게나 부피 안 그러면 개수로 그 특성에 따라 취급할 만한데, 여기는 모든 물건을 무게로 달아서 판매하는 한 가지 방법만을 고수하더구나.
수박도 무게를 달고 달걀도 개수가 아닌 무게를 달아서 팔고.....
물가는 싼 편이긴 하지만, 우리가 외국 사람이라고 비싸게 부르고 값도 잘 깎아주려고 하질 않는구나. 허기야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도 그랬었지.
그들이 이야기하는 걸 보면 꼭 싸우는 소릴 듣는 것 같이 시끄럽고, 얼굴도 잔뜩 화가 난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굳은 표정들이더구나.
이제 이곳 대련에서 안 가본 곳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그건 다 말도 안 되는 내 주재 파악을 못한 기분 이내는 일이고.
지난번 아빠 편지처럼 1위안 주고 2층 버스를 타보고, 2위안 주고 딸딸이 차도 타보고, 이제 시장까지 찾아 누비며 야채를 사니까 어때? 14위안 주고 대파 15 킬로그램을 사면서, 파 한단에 얼마라는 식으로 구입하던 버릇이 나와 좀 불편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사고 보니 그것도 괜찮구나.
시장은 서울 가락시장의 한 1/10 정도 될까 말까 한데 이곳에선 가장 큰 시장이라나, 우리 시장에 비하면 있는 것 보담 없는 게 더 많긴 하지만, 좀 지저분하고 사람들이 얼마나 느린지 성질 급한 사람 제명에 못 살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이고...
어제는 저녁에 조선소 사람들이 저녁 대접을 한다고 하여 밖에 나갔다 왔단다.
중국 음식이란 뭐라 할까? 우리처럼 약간은 간이 있고 매운맛이 도는 것이 좋겠는데, 느끼한 게 그렇구나. 아빠는 다 좋다고 하지만 나는 중국음식이 별로 이었잖니?
물론 책상다리를 빼고는 다리 있는 것은 다 먹을 수 있게 한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수 있는 곳이 중국이니 음식 종류의 다양성만큼은 인정 안 할 수가 없구나.
음식 하면 중국 음식이라고 하잖니? 그래서 본고장인 이곳의 음식을 열심히 기회가 닿는 대로 먹었어야 하는데, 한국 입맛을 못 잊어 생선회와 생새우 초장 찍어먹는 편법을 즐기다가 그만 지난주엔 배탈을 만났던 건지 모르겠다.
이제는 그런 식으로 음식을 먹지 않기로 작정하여 어제 초대받은 곳에선 광어회와 생새우(오도리)가 우리를 위해 특별히 나왔지만, 못 본 척했더니 이번에는 오히려 그들이 잘 먹더라.
바짝 불에다 달군 자갈을 담은 그릇에 새끼 전복을 넣어 익혀 먹는 이 곳 식의 음식은 엄마도 나도 세 마리씩이나 먹었지만 오늘 아침 아무런 이상이 없어 좋았다.
또 한 가지 입맛이 고급스러워져서 그런지 중국의 술 중 최고의 것 중 한 가지인 오랑 우엔(五랑(쌀米변에良자)液) 이란 술을 마셔봤는데 38도와 50도짜리가 있지만 숙취가 전혀 없이 아주 뒷맛이 깨끗해서 좋더구나. 한 병 구해보려고 한다.
오늘은 여기까지로 엄마/아빠의 열네 번째 편지를 끝낸다. 짜이쩬(再見)! 아들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