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변소를 탈의실로

이런 것도 만만디일까?

by 전희태


F808(5824)1.jpg 성해공원에서. 이곳의공중변소에서 아내는 별꼴을 다 보고 놀랐었다

공중변소 안 세면대 앞에서 겉옷을 훌렁훌렁 벗어던지어 팬티와 브래지어만 걸친 모습으로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태연히 연출하는 여자들을 보고 아내는 질겁했단다.


하기야 공중 변소라는 곳의 변소 칸막이나 문이 우리네와 같이 제대로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문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닫지 않고 사용하는 그들의 변소 문화를 처음 대하면서 아니 놀랄 수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이곳 중국에 여행 왔던 우리네 여자 애들이 처음 본 그런 화장실 광경에 도저히 변소를 사용치 못하여 참고 참던 소변을 지릴 지경에까지 도달해 울음을 터뜨린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듣고 있다.


이들이 변소를 사용하며 보이는 태도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오히려 너무 결벽할 정도가 아닐까 짚어보게 되기도 한다.

워낙에 사람들이 많은 고장이니 어지간히 부딪치는 사람들 간의 일은 그냥 눈감아 넘기는데 통달해 있기에, 그런 관습도 편하게 보고 넘기는 일이라는 느낌도 든다.


그러니 백화점 안에서도 웃옷을 모두 벗어버린 알몸을 보이면서 태연히 걸어 다니는 남자들을 보는 게 이제는 어색해있지 않으니 공중변소에서 옷 갈아입는 여성을 보는 것 또한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이곳 달리안(대련)에서 변소가 제대로 되어 있는 곳은 승리 백화점 2층에 있는 여자 화장실이라며 그곳은 우리나라의 잘되어 있는 화장실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시설이라고 아내는 칭찬 아닌 칭찬을 한다.



저녁 퇴근 시간 무렵 볼일이 있어 시내에 나갔다가 사람들로 복작거리는 버스 정거장 앞에서 내가 타려고 작정한 16번 버스가 들어서는 걸 보면서 조금은 바쁜 걸음으로 쫓아가는데, 갑자기 머리와 어깨 부근을 무언가가 스쳐 지나서 땅바닥에 떨어진다. 엉겁결에 피하듯 몸을 세워 보니 작은 불꽃 덩어리가 바쁘게 길바닥에 흩어지고 있다.


무슨 불꽃이야! 놀란 마음으로 확인하려 고개를 쳐들고 위를 보니, 바로 버스 정거장 옆에 있는 상가 4층 건물의 옥상 난간에서 용접 일을 하는 불빛이 강력하게 피어나고 있다.

그 용접 불똥이 한길 바닥까지 떨어져 내리면서 길바닥 위로 불꽃을 흩뜨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나 말고도 그렇게 당할 뻔한 사람들이 여러 명이 되건만, 힐끔 위만 쳐다만 볼 뿐 아무런 항의의 표시도 없이 그냥 불꽃이 떨어지려는 방향을 피해가며 지나칠 뿐 어느 누구도 그 상황에 항의하거나 언성을 높여 말을 하는 사람이 없다.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는 한길 가에서, 그들의 머리 위로 덩어리 진 용접 불똥을 마구 흩어 떨어뜨리는 저들의 감각이나 그로 인해 피해 보는 사람들이 대처하는 태도에서, 외국인인 나만 아연실색할 뿐이다.


평소 말하는 그들의 모습은 그렇게도 싸움하는 사람들같이 언성이 높고 떠들썩한 사람들인데도 말이다.

무척이나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는 감을 절로 느끼게 하는 이곳 중국의 사람 살아가는 모습에서 어쩌면 사람이 너무나 흔하기에 한 두 사람 죽는다는 것이나, 아예 죽음이란 것이 그렇게 무섭고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는 감을 절로 갖게 해 준다.


게다가 어지간한 사고로 사람이 죽어도 신문에 크게 나서 떠드는 일이 없도록 언론이 스스로 자정(?)하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언론 통제가 아직까지 잘 되고 있는 때문인지, 이 나라에서는 인명 사고의 뉴스는 별로 눈에 띠지 않고 있다.


역으로 이런 모습이 인간이 인간에게 최후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인 인해전술이란 범주에 넣어줄 수 있는 상황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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