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비워야 하는 건데
대련 시내에 유일하게 있는 천주교 성당을 빌려 일요일 11시에 한국 교민들이 모여 미사 봉헌을 하고 있다.
요즈음 들어 피서, 휴가, 방학철이라 그나마의 참여 인원이 줄어들어 70여 명의 교우 중에 오늘은 30명도 안되게 참여하였다.
미사 봉헌 시간이 다가오는데 전례를 보는 오 회장이 뚤레뚤레 둘러보더니 우리 부부더러 1, 2 독서를 맡아해달라고 청해 온다.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지만 마침 돋보기안경을 갖고 참석했기에 흔쾌히 따라주기로 하였다.
마침 지난 주일날 제1독서를 하던 사람이 낭독하던 모습을 보며, 내가 하면 저렇게는 안 할 터인데 하던 마음도 갖고 있었기에, 잘해 보이겠다는 마음을 품으며 내가 나설 차례가 되어 제단으로 향했다.
낭독대 위에 놓인 마이크와 적당한 거리를 잡고 낭독을 시작했는데, 잘해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낭독이 자꾸 빨라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걸 조절해서 해야겠다는 마음이 분심으로 되어, 낭독을 그르치게 할뻔한 일도 생겼었지만, 그나마 짧은 대목의 말씀이어서 그런대로 무난히 끝나게 되었다.
우리 성당이 아닌 타지의 성당에서 하는 일이라고 너무 신경을 쓰다 보니 실제의 일에 지장을 주는 진행이 생기는 걸 느끼게 되어, 마음을 비우고 그 내용에 침잠할 수 있는 경지에 들어서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끝내고 들어온 것이다.
아내 역시 몇 군데 단어를 조금 틀리게 발음했다고 나중 끝난 다음에 이야기했지만, 그래도 무난하게 치러내었다.
단지 나보다 몇 배 긴 말씀이어서 끝까지 읽어 내는 동안, 여러 가지의 마음이 들락거려서 실수할 뻔한 일이 단어 몇 군데 틀리게 했다가 고쳐 발음하는 걸로 나타났던 모양이다.
그래도 무사히 진행에 어울려 미사 참여를 끝내고 나서 밖으로 나왔을 때는 시원한 공기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흐뭇한 웃음을 머금을 수가 있었다.
외국에 와서 미사 봉헌을 하며 전례 봉사까지 할 수 있었으니 오늘은 어쨌거나 즐겁고 보람된 하루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