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 풍경
대련 시내 중심가 광장 중에 하나인 승리 광장이 있는 부근의 큰 거리 옆에 자리 잡고 있는 한국음식점 태릉 갈빗집에서 점심을 들었다.
굳이 이곳 중국에까지 와서 한국 음식을 찾는 것이 마땅치 않아 보여 투덜거리긴 했지만, 아침 식사를 건너뛴 아내가 중국 음식은 느끼해서 먹지 못하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들어간 것이다.
성당을 향해 아침에 배를 떠날 때 보았던 배에서의 점심 메뉴가 냉면이었기에 상륙함으로써 들지 못하게 된 냉면을 생각해내어 내가 먹을 것은 냉면으로 시겼다.
통역을 겸해 동행한 최군씨 부인과 아내가 함께 시킨 돌솥 비빔밥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창 밖을 지나다니는 행인들의 모습에 무심한 눈길을 보내며 살펴보게 되었다.
마침 길가에 세워진 광고판이 햇볕을 일부 가려주는 곳에 그 광고판을 옆에 두고 있는 전봇대에 기대어 두 청춘 남녀가 코끝을 댈 정도로 얼굴을 들이대고 무어라 말하는 모습이 무성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에 빠져 들게 하며 눈에 들어온다.
처음에는 환한 대낮 한길 가에서 입맞춤을 위해 얼굴을 들이미는 두 남녀로 보이어, 여기 이 나라에서 그런 일이? 하는 깜짝 놀란 마음이었지만, 아무래도 이곳 중국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첨단의 일이라 싶어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분명히 얼굴을 조금만 가까이 대면 그대로 입맞춤 자세가 되겠는데 어쩌면 그 과정을 즐기려는 것인지, 아니 그럴 의사는 없어 보이기도 하는데, 두 사람 모두 상대방을 향해 얼굴을 바짝 들이대며 물러설 생각은 않은 채 계속 뭐라고 제 이야기만 하고들 있다.
약간 격한 표정을 짓고 이야기하던 여자가, 상대방이 말하다가 얼굴에 튄 침을 손으로 닦아서 상대방 옷자락에 문질러 가면서도, 지지 않고 얼굴은 곧추 세운 채 이야기를 계속하는 걸 보고 난 후에야, 이들이 언쟁을 하고 있다는 쪽으로 눈치를 채었다.
남자는 약간 심각한 얼굴이고 여자는 화가 난 얼굴이지만 취하고 있는 포즈는 영판 키스를 위해 취한 동작과 같이 서로의 얼굴을 가까이 대면서 기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 번씩 떨어져서 빠져나가려는 포즈를 취하는 여자를 계속 손과 팔로 막아가며 제 앞에 두는 게 남자이면, 팽 뒤돌아서 가면 되련만 구태여 남자와 간판 사이의 좁은 공간을 절묘하게 이용하며 남자의 제지를 불러일으키는 행동을 취하게 만드는 여자이다.
그때마다 번번이 남자의 제지를 받아 그 자리에 머무르는 여자의 심리를 이해할 수가 없는 심정에 '뒤돌아 가면 되지 않아' 하는 말이 절로 입 밖에 튀어나오려 한다.
이번에는 그렇게 승강이를 하다 붙잡힌 손을 뿌리치지도 않고 그냥 꼭 붙잡힌 채 두 사람은 다시 얼굴을 가까이 끌어가며 언성을 높이고 있다.
내 시선에 등을 보이고 있던 남자가 더운지 손으로 이마를 훑어 땀을 떨어내는 동작을 취할 무렵, 이때까지 지지 않고 이야기하던 여자의 눈길이 창유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자신들을 눈여겨보고 있는 나를 눈치챈 듯 간판의 뒤쪽으로 남자를 끌며 피하려 하건만, 남자는 좀 전과 마찬가지인 막무가내로 그 자리를 고수하려는 듯 계속 여자를 잡아채어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있다.
처음 보았을 때와 같이 반복된 동작으로 돌아가 계속 닭싸움하듯 얼굴을 마주 대고 서로에게 무어라 씨부리던 와중에 이번에는 여자의 눈에 눈물이 맺히는 것 같았다.
그런 활동사진 같은 구경을 힐끔거리며 보는 중에도 어느새 내 앞에 놓인 냉면 한 그릇을 거의 다 비워가고 있었다. 어떤 결말이 날것인가 호기심 찬 생각을 하던 나와는 달리, 그 길을 지나가고 오는 많은 사람들은 그들에 대해 눈길조차 주지 않고 지나치는 듯싶게 무관심한 표정들이었다.
헌데 아주 재미있는 끝마침의 의례를 치르며 이들은 그 자리를 떠나고 있다. 눈물 몇 방울을 흘리는 듯하던 여자가 남자의 셔츠에다가 그 눈물을 찍어내어 닦는 행동을 끝으로 그들은 다시 나란히 서서 화해한 듯 한 얼굴로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이 아닌가?
그들의 해프닝을 한참 동안 보면서 기발한(?) 결말을 기대하던 나의 바람과는 무관하게 더 이상의 재미있는 일을 보여주길 거부한 채 다시 틈이 없어진 애인의 상태로 돌아간 모습으로 떠나는 그들을 보며 앞에 앉아있는 아내를 향해 빙긋이 웃었다.
우리가 저들처럼 싸운다면 나는 무조건 얼굴을 들이대며 코가 맞닿을 정도가 되었을 때면 그대로 뽀뽀를 감행할 것이라는이야기를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