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귀선 한 중국 선원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심정일까?

by 전희태
JJS_0987.JPG


-'똑똑똑'.

방문을 두드리며 누군가가 찾아온 기척이 느껴지어,

-'네'.

하고 대답하니 아직 열리지 않은 방문 밖에서,

-기관장입니다.

하는 말소리가 들려온다.

-무슨 일 있어요?

의아해하는 마음속엔 지금껏 기관장이 내방을 찾아왔었을 때마다 별로 좋지 않은 소식을 갖고 온 경우가 많았다는 생각을 떠올리고 있었다.

-예, 경학 이가 어제 나가서 아직껏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하는 보고였다.

지칭된 친구는 중국 조선족 승조원으로 작년 11월 24일 본선에 승선하여 그동안 열심히 몸을 아끼지 않고 일하던 친구이다.


지난 주일에는 그간의 열심히 일한 상황을 고려하여 집에 일주일 가량 휴가를 보내주었던 친구인데 그렇게 잘 다녀오고 며칠 지나지 않아 배를 무단이탈하여 걱정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항구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으면 당장 밀항을 위한 도망자란 혐의가 생겨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되겠지만, 이곳은 자기들의 나라이니 그런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뱃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매너인 정해진 시간 내의 귀선 시간을 어기고 있는 것이다.


당직사관에게 제대로 된 상륙 신고도 안 하고 제멋대로 밖에 나갔다가 미귀(未歸)하는 이런 식의 태도는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것 같은 아주 씁쓸하니 입맛을 쓰게 만드는 일이다.


이번 중국에 수리하러 들어온 후 과업을 진행하는 중국 선원들의 태도는, 본선에 승선 중인 여섯 명중 반 이상이 공동생활의 룰을 파괴하는 행동을 하여 남은 이 들의 빈축을 사게 만드는 그런 행위였다.


결국 두 사람은 이미 후임자가 오기 전에 교대를 시켜야 하는 일로 끝났었다. 사실 우리나라/호주, 캐나다만 기항하는 우리 배로서는 생각지도 못 할, 집에 갔다 올 수 있는 휴가까지 받아 즐기는 혜택까지 받았던 친구들이 이렇게 행동함은 그간 주위에서 그들에게 베풀었던 친절이나 도움을 모두 도외시 한 행동으로 격한 배신감을 남겨주고 있다.


인간적으로 대우하며 잘해주려고 노력했던 그들에 대한 그간의 노력이 겨우 이런 식의 답례를 받으려고 그렇게 했던 건 아닌데... 생각할수록 괘씸한 마음이 든다.


그들은 자신들에 대한 주위의 좋은 배려에 반하는 그런 행동을 왜 했을까? 그간의 형편을 곰곰이 살펴보니 아마도 술 때문에 그렇게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언짢거나 기분 나쁜 일이 있더라도 맨 정신에서는 결코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그들이지만, 술에는 유독스레 약해 보이는 느낌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외출을 하여 밖에서 술을 마실 때 이들은 술값을 줄이기 위해 싸구려 술로 음주하는 경향이 많았다.

그런 술은 냄새도 고약하고 술 취하는 것도 빨라 어지간히 술을 잘 먹는 사람이라도 금세 술에 취해버리는 모습을 보이게 한다.


게다가 이들의 심성은 항상 남에게 당하면서 살아온 사람들 마냥 피해의식이 커서 동료들 간에도 양보 없는 팽팽한 긴장감을 항상 가지고 생활하는데 통달해 있기에 그런 명정 상가 되면 평소 억눌렸던 감정이 그대로 폭발하는 걸 옆에서 느낄 수도 있었다.


언감생심 평소 같은 형편에선 생각지도 못할 집에 다녀올 수 있는 유급 휴가 같은 케이스의 특혜를 받은 것이 사실 그들의 마음을 너무 풀어준 모양이다.


그것이 좋은 예우를 받은 즐거움으로 남기보다는, 괜스레 독한 마음먹고 선원 수출 나간 결심에 오히려 흠집을 내는 일로 작용하는 나쁜 계기가 되어, 약이 독이 되는 그런 경우를 당한 것 같다.

하나같이 집에 다녀와서는 오히려 안 가 본 게 나은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말들을 하며 걱정을 안고 있는 것 같은 태도를 보이더니, 급기야는 동료들 간에 술 한잔 하던 중에 언성을 높이는 일도 생기고 그게 미귀하는 마음가짐을 풀어낸 상태로 발전한 것이다.


읍참마속의 결단이 요구되는 고단한 일이 앞에 놓여 있음을 감지하며, 그간의 중국 선원에 대한 제반 진전 상황에 대한 검토를 기관장과 진지하게 숙의해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엄마의 열다섯 번째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