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왼편 얼굴 한쪽이 은근히 부어오른 상태에 살짝 멍까지 배어 나온 모양새에, 윗도리는 한바탕의 멱살잡이라도 했는지 쭈글쭈글 구겨지고 핏방울도 한 두 방울 묻어있는 옷매무새를 한 조기장이 일기사에게 떠밀리듯이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함께 식사를 끝내고 방으로 올라가던 중인 기관장이 그 모양을 보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더니, 닦아세우듯이 조기장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그게 무슨 꼴입니까? 쯧쯧!
기관장은 지금 보이고 있는 상황의 내용을 어느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기관부의 중국 선원이 조기장과 다툰 일로서, 그동안 배 안의 생활 분위기로 봐서는 모두들 조기장에게 오히려 문제가 많은 것으로 여기고 있는 모양이다.
기관장이 조기장더러 왜 그렇게 부하 직원하고 트러블을 만들어 내는가를 한탄하듯 말을 하건만, 조기장은 계속 자기깐에는 이리저리 생각하여서 그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그게 무슨 잘못이냐는 식의 변명 아닌 변명과 자기 합리화를 위한 횡설수설을 계속하고 있다.
몇 개월 전 우리 배에서 조기장을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해 본다. 우리 배에서 모자라는 일을 해결해보려고 회사가 그를 보내왔을 때 그야말로 그이 만큼 일에 몸을 사리지 않고 열심인 사람도 처음이었다고 할 정도로 마음에 쏙 들게 일처리를 해주고 있었다.
그러기에 한 항 차만 본선에 승선하기로 회사와 약속하고 왔던 그를 붙잡기 위해 몇 번에 걸쳐 회사로 간곡한 요청을 넣어서, 결국 우리 배에 계속 승선하도록 만들었던 인물이다.
사실 그가 시행했던 중요한 용접 일로 많은 덕을 보기도 했었다. 그렇게 좋은 일만 계속됐으면 좋았으련만 호사다마라 그랬을까?
몇 항 차가 지나는 동안, 이따금 들려오는 소문이 별로 바람직한 이야기가 아니었는데 특히 그가 동료들과 심심찮게 마찰을 일으키어 선내 분위기를 은근히 그르치고 있다는 이야기도 끼어 있었다.
그렇긴 해도 그가 일을 워낙 잘하니 그에 따른 동료들 간의 시샘이나 알력일 것이라 짐작하면서 계속 그를 두둔하는 심정으로 일 처리를 하고 있었다.
어느덧 연가가 가까워지면서 너무나 자주 동료들 간의 마찰에 그가 중심인물로 회자되는 걸 보며 문제의 발단이 그에게 많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발상이 그리 전환되고 보니, 그 무렵의 그가 이혼했다는 사실도 어쩌면 그에게 커다란 결점이 있어서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가중시킨 일이 되었다. 그런 분위기 안에서 계속 주시하여 왔는데 오늘 드디어 주먹질이 포함된 일이 발생하였던 모양이다.
이제 조기장을 큰 피해자로 볼 수 있는 그런 피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도, 상대에게 얼마나 화를 돋우는 행동을 했으면 하급자인 그 중국 선원이 주먹질을 했을까? 하는 생각부터 떠오르고 있는 거다.
-당신이 지금까지 해온 대인관계를 생각해 보세요.
-당신 하고 조금이라도 말다툼을 하지 않은 사람이 없잖습니까?
-왜 그래요?
아무리 그를 이런 식으로 다구 쳐봐도, 이미 자신을 합리화시킨 이일에서 자신은 피해자라는 식의 이야기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어디 일부러 보이려고 그러고 있는 거요? 얼굴도 닦고 윗도리도 바꿔 입은 후 다시 이야기합시다.
하도 중언부언하는 그 태도가 나를 화나게 하여 얼굴을 씻고 오라고 화를 내며 세면장으로 보내었다.
조기장의 이야기에서 가해자같이 된 상대의 중국 선원(조선족)은 한글은 모르지만 말은 할 수 있는 중국 교포 청년으로 성실하게 일을 잘한다는 평을 들어오던 사람으로 남들하고 먼저 다툼을 유발할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평가받던 사람이었다.
헌데 일이 이지경이 되니 우선은 선박이라는 하극상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에서 선임자의 얼굴에 상처를 낸 책임은 물어야 하겠지만, 그와 이야기하겠다며 분란을 계속 시킬 징후를 보이는 조기장 때문에 일기사가 그 중국 선원을 떼어내어 자리를 피하도록 조치하고 있기에 당장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볼 수는 없었다.
저녁 6시 반부터 9시 30분까지 육상으로부터 받는 전기가 끊기겠다는 연락에 배 안에 머물러 있기가 거북하여 기관장과 함께 나가려고 했던 예정대로 일항사에게 그 일의 뒤처리를 잘하도록 지시하고 상륙을 실시했다.
우선은 그가 술에서 깨어나도록 잠을 재우는 게 처음 할 일이란 생각을 하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배를 떠나다 보니 부두 끝에 마련된 공안 초소도 잊어버리고 지나치고 있었다.
그 앞을 지나 몇 발자국 가던 중, 초소를 지키고 있든 공안이 큰 소리로 부르는 제지를 받게 되어, 아차! 웃으며 여권과 상륙증을 제시하여 준다.
이미 얼굴이 익을 때로 낯이 익은 공안들이지만 상륙과 귀선을 위해 나가고 들어오는 매번, 서류를 일일이 받아 열어보는 그들의 근무태도가 어떤 때는 이해가 가지 않지만 이제는 의례 그러려니 생각하니 그게 또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의 태도에서 자신들에게 부여된 작은 권력을 자랑스레 여기며 즐기고 싶어서 그런다는 느낌을 매번 제지를 당하면서 찾아내게 되는 심정, 좀은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