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번째 편지

어느새 8월도 다 지나갔다

by 전희태
C323(6182)1.jpg 새댁과 같이 취한 포즈.


셋 성이 들 보아라.

어느새 8월도 다 지나갔다. 금년도의 2/3가 훌쩍 넘어 21세기의 첫해가 저물어 가는 낌새를 알게 모르게 접하게 하고 있구나. 그간 집도 잘 지키며 건강히 지내고 있음에 우선은 감사한 마음이다.


할머니에게 맞는 자그마한 선물을 찾아보려고 쏘다니고 있었지만 생각만큼 눈에 확 뜨이는 물건이 나타나지 않아 목하 고민 중이던 엄마는 지금 시내로 외출(상륙) 중에 있다.


같이 나가고 싶었지만 이제 막바지에 이른 수리에-내가 큰 보탬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 해도- 배의 책임자로서 자리를 지켜주는 것도 큰 일에 들어가니 그런 의무감에 엄마 혼자 나가게 한 것이다.

물론 같이 나간 아주머니가 있어 안심은 하지만 그래도 시간이 좀 늦어지는데도 연락이 없거나 들어오지 않고 있을 때는 은근히 걱정을 하면서 기다리는 시간도 갖게 되는구나.


동행하여 외출한 아줌마는, 재작년 우리 배가 월남에서 독킹 할 때 누군가 사놓고는 가져가지 않아 배에 남겨져있던 원뿔형의 월남 밀짚모자를 밖에 나갈 때마다 쓰고 나서기에 역시 나이가 어린아이와 같구나! 하고 이야기하게 만드는 이제 갓스물 일곱 살짜리 새댁이란다.


C322(3535)1.jpg 신혼인 최군씨 부부와 함께 외출한 아내


벌써 한 달이 훌쩍 넘겨진 우리 배에 와서 지낸 시간이 그녀에겐 잊을 수 없는 신혼의 기간이라며,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려니 여겼는데 어느새 훌쩍 지나버린 걸 아쉬워하며 곧 헤어져야 할 시간을 초조해하는 그 아줌마는 길림성에 살고 있는 새댁이지.


작년에 남편이 우리 회사 자매선에 승선하여 벌어드린 외화로 고향에 자그마한 집도 장만했다며 은근히 자랑스러워하는 그녀를 보고 있으면 세상이 모두 다 즐겁고 신나는 그런 것으로 여겨지는구나.


엄마가 그렇게 외출을 하고 있어 아직은 네가 보낸 XX이네 이야기가 있는 편지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하여간 이번 광양에서 엄마가 먼저 하선하여 그 일을 처리하는 방향으로 예정을 잡고 있다. 

그리되면 자연히 미뤄질 일 없이 해결될 걸로 여겨지니 더 이상 걱정은 말거라. 그러나 아직은 그런 이야기 그 아줌마한테 미리 하지는 말거라.

유난스러운 그 집의 안달 때문에 엄마와 아빠의 여행이 조금은 당겨져야 하는 차질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음이 유감이라 해보는 투정 인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외출에서 돌아왔다. 밖에서 식사를 하지 않고 배에 들어와서 저녁 식사를 하는 엄마의 알뜰함에 감탄(?)을 하려니까, 자기는 밖에서 중국 음식 먹는 게 고역이라 그랬다는 변명 아닌 변명을 하는구나.

하지만 지난번 나랑 같이 밖에서 중국 음식을 먹었을 때는 괜찮았던 점을 떠올려보니 알뜰함이 앞서기 때문임이 분명하구나.


그래서 같이 외출했던 아줌마한테는 일만 시킨 것 같아 미안하지 않겠냐니까 그런 생각 때문에 적당한 새 신발 한 켤레를 선물하였다고 하는구나.

너네 엄마의 그런 대인 관계의 철저한 배려에 나는 또 한 번 감탄하며 그런 게 내조라는 것으로 생각되니 감사한 마음일 뿐이다.


참, 할머니 선물도 샀다며 좋아하는 걸 보니 나도 덩달아 괜찮은 기분이 드는구나. 선물 받을 때의 기쁨을 위해 품명을 밝히지는 않지만 어쨌거나 건강에도 좋고 보기에도 아담하고 예쁜 그런 물건이란 점만 힌트로 남기겠다.

오늘은 여기서 일단 19번째의 소식을 접으면서 빠르면 9월 8일 늦어도 11일에는 광양에 도착할 것 같다는 예정을 알린다. 물론 기름만 수급받고 떠나야 하니 별로 오래 있을 수는 없지만 말이다.


대련에서 아버지가 셋성이에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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