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죽의 환송을 받으며

다시 바다로 나가다

by 전희태
대련 수리조선소.jpg 대련항을 떠나든 날.


두 달 가까이 수리를 하느라 정이 들었던 대련의 COSCO 수리조선소를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제법 오랜 시간을 배의 떼고 붙이는 작업과는 멀리 떨어진 생활 속에 살다가 새삼 배를 부두에서 떼어내는 작업에 임하다 보니 이제는 다시 찾아보기가 어려울 장소가 될 쳐다보이는 조선소 정문 앞길의 훤한 언덕이 왜인지 추억을 불러주는 잊을 수 없는 장소로 변해 가는 느낌이 든다.


<올라인 렛고>의 명령 속에 비트에서 벗겨진 계류삭이 술술 풀려 들어오니 부두에서는 미리 준비해두고 있던 폭죽에 불을 댕겨 요란한 굉음과 함께 하늘에 불꽃을 수놓는 장관이 연출된다.

화약을 세계 처음으로 만들어낸 나라답게 이들은 폭죽이나 불꽃놀이를 일의 시작이나 끝맺음을 했을 때면 시도 때도 없이 하는 것 같다. 지금도 그렇지만 시간이 대낮이라 소리와 연기는 요란하고 화려하지만 불꽃 만은 아무래도 밝은 시간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이 어떤 일을 끝내고 마가 끼지 않게 또는 행운을 비는 의미로 시행하는 이 놀이가 우리나라 같으면 시끄럽다거나 아니면 화재의 위험이 있다거나 하여간 개인적으론 허가가 되지 않을 일인 것 같은 데, 이들은 종종 그런 불꽃놀이를 하는 걸 보면 알다가도 모를 것 같은 나라라는 느낌이 또 한 번 든다.


누구는 소시지 묶음이라고 하고 다른 이는 줄 사탕이라고도 제 느낌대로 이름 지어 붙여 이야기하는 길게 묶음으로 엮어진 폭죽을 조선소 38톤짜리 메인 크레인의 호이스팅 훅에 걸어 공중으로 들어 올리며 터뜨리기 시작한 소리에 따라 그 옆에서는 하늘로 쏘아 올리는 불꽃 화약이 굉음을 울리며 솟아올라 하늘에 꽃을 피워준다. 환한 낮이라 멋은 많이 떨어지지만 소리로 한몫 거드는 거다.


나도 질세라 기적을 장성으로 마음 놓고 울리며 그에 맞추어주니 일하느라 바빠 있던 조선소 내의 모든 인원이 일손을 놓은 채로 독크아웃 중인 우리 배에 시선을 집중해주고 있다.


그동안 배는 독크 마스터의 조선으로 슬금슬금 뒷걸음질 쳐서 꽁무니를 빼어내더니 어느 정도 밖으로 빠져나온 후 오른쪽으로 전타하며 선수가 외해로 가도록 조선을 한다.


자욱해졌던 폭죽의 연기도 사라지고 우리의 떠남을 지켜보고 있던 감독들의 시선도 가물가물해질 즈음 조선소의 바운더리를 벗어난 배는 시커멓게 변색되어 있는 물로 가득한 대련항 내의 항로로 슬금슬금 들어서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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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물속에서 키워낸 것을 우리가 먹는단 말이야? 하며 아내가 마냥 안타까워하든 그런 오염된 물 위에다 세워진 양식장의 부표가 <앞으로 나란히> 구령에 순응하는 초등학생들이 만든 줄들 마냥 약간씩 삐뚤삐뚤한 모습이지만 그래도 줄을 맞추느라 애쓰며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양옆으로 무수하게 설치된 양식장의 부표들 가운데 빠끔하니 열려있는 항로를 따라 달리는 시야에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대련항의 모습이 가까이 눈에 들기 시작한다. 신조선 독크의 배후에 버티고 있는 시내이다.

지난 한 달 반여를 하는 일(?) 없이 바쁘게 드나들며 다녔던 거리를 품에 안고 내려다보듯이 세워진 높다란 빌딩의 숲이 한 번 더 눈길을 파고들고 있다.


우리 배로서는 수리를 위해서라면 모를까 짐을 싣기 위해서는 다시 찾아 올 길이 없는 대련항이다. 그동안 이곳 기항 중에 뱃사람으로서의 행동거지에서 조금은 벗어나(?) 있었음직함을 다잡으니, 더 이상 찾아 올 기약 없는 떠남이 서운한 입김 되어 부~웅 하며 허공 중으로 뿜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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