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폭죽 소리를 뒤로하며 달리엔 COSCO 독크의 부두를 벗어 나올 때 그간 알게 모르게 정이 들었던지 야릇한 감회가 목구멍을 치밀어 올라와서, 준비하고 있었던 카메라로 그 폭죽놀이와 함께 한 이별의 장관들을 미쳐 찍지 못했구나.
물론 그 폭죽 소리에 화답하느라고 나도 배의 기적을 장음으로 울리고 있어서 좀 바쁘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떠나면서 느꼈던 되돌려 기억나던 곳과 함께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언젠가는 우리 가족 모두와 함께 이곳을 찾아보리라는 다짐이었고 꼭 그리되리란 확신 같은 게 스쳐 지나고 있었다.
지난번 광양을 출항한 후 입거 수리로 인해 그동안 많은 시간이 지났기에, 오랜만의 캐나다 방문길이 되어버린 이번 항차는 그곳 입항에 대비한 준비 사항도 많고 하여 이것저것 바쁘게 챙겨가며 살피던 중이지만, 그래도 연안 항해이니 어젯밤은 텔레비전도 봐 가면서 항해를 했단다.
헌데 보고 있던 엊저녁 밤의 텔레비전 마지막 프로인 KBS 뉴스를 보다가 엄청난 소식에 접해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구나.
마치 비디오로 잘 꾸며진 액션 영화 같은 이야기가 실제로 미국의 중심부에서 생겨났다는 뉴스에 인간의 끝없는 악랄함을 증거 받은 현실이 안타까웠단다.
무수한 인간이 왜? 하는 이유도 알아볼 겨를이 없이 그냥 폭풍이나 급류에 마구잡이로 휩쓸리듯 죽음에 이르렀을 걸 생각하니 그 순간 그들이 느꼈을 비애에 찬 절망감에 치가 떨리는 분노만이 남는구나.
마침 그 뉴스를 내가 보던 보던 순간에 너네 엄마는 광양에 있었고 막내는 부대에 가있고 나마저 이렇게 떨어져 있은 셈이니 항상 큰일을 당 할 때마다 느껴지는 한 곳에 모여 있지 못하는 우리 가족의 이산이 굉장히 신경에 걸리는 일로 다가섰었다. 그렇다고 우리네한테 무슨 일이 더 있겠니?
어찌 되었든 전화이긴 하지만 건강한 목소리로 인사를 나누며 우리 사랑하는 가족들과는 헤어졌기에 집안일은 크게 걱정하지 않기로 한다.
이제 슬슬 장기 항해에 적응하며 태평양으로 나가야 하는 동해의 한가운데 있는데 일본을 치고 지나간 태풍 16호 Danas호의 여파로 제법 흔들리는 항해를 하고 있다.
평소 같으면 이 정도의 파도야 그냥 인사치레로 생각하며 지내왔는데 비록 동해에서의 너울이지만 그 길이와 파장이 어찌 우리 배의 길이와 맞아떨어지는지 한 번씩 크게 흔들어 주고 지나가는 게 휘청거리게 만들어 기분 나쁘게 하는구나. 허지만 걱정은 말아라. 지금까지 이렇게 지내온 세월 따라 한 번씩 만나기도 한 녀석들의 한 모습 일터이니까.
참 이번 항해 후 들어와야 하는 기항지가 광양에서 포항으로 바뀌었단다. 그러니 다음번 귀항하여 만나게 되는 항구는 포항이 되는 거지.
포항도 참 오랜만에 가보게 되었는데 나야 포항보다는 광양이 더 선호되는 기항지이지만 기관장은 집이 포항이니 이번 변경을 매우 기뻐하는 모양이더라.
겨울철이면 여러 가지 기상면에서는 포항에 기항하는 게 떨떠름하지만 아직은 크게 바람이 부는 시즌은 아니니 10월 중 포항 도착도 좋은 가을을 즐길 수 있는 기회로 여기기로 작정해본다.
독도를 저 멀리 해도 상 옆으로 여기는 곳으로 지나침을 확인하며, 오늘은 스무 번째 편지를 여기까지로 만들며 인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