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공포

911 테러 소식을 들으며

by 전희태
비행기의 육탄 공격을 받고있는 뉴욕 월드 트레이드 센터 (인터넷에서 퍼옴)




아직도 드라이 도킹 중에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여 남아 있든 문제가 소소하게 돌출하며 그 뒤처리를 하느라 바빠지는 마음이다. 그런데 바쁜 그 맘을 따르지 못하는 일의 진도가, 마음먹은 만큼 진행되지 않은 채 지지부진하고 있어 일하는 당사자들의 능력을 의심하는 심정이 든다.


괜히 그들이 꾸물거리며 농땡이를 부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안달을 하다가도 그래도 그리 생각하면 안 되지... 하는 자성의 염도 가져 본다.

하루 종일을 그런 식으로 보내다 보니, 출항하며 찾아낸 9번 창 오른쪽 위의 5번 톱사이드 탱크에서 기관실과 9번 홀드로 물이 새어나가는 부위에 대한 처치를 일요일이니 쉰다고 그저께도 하지 않고 넘겨버린 새로 승선한 당사자들에게 은근한 노여움마저 품게 하고 있다.


빨리 새는 곳을 막아내게 용접을 하여 물 새는 걸 잡지 않으면 항해에 막대한 지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해가며 독려를 해서 오늘 오전 중으로 용접은 끝내어 선창 내로 새는 것은 잡았으나, 기관실로 조금씩 배어 나가는 부위는 제대로 용접이 되지 않았는지 아직도 물이 계속 새고 있다는 보고이다. 물론 물줄기가 약해지긴 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보고된 사항이다.


꺼림칙하고

태풍 16호 DANAS의 여파로 제법 높은 파도가 있어 다시 발라스트 탱크의 물을 빼고 용접을 하기에는 좀 미심쩍은 맘이 들기에, 그냥 날씨가 좋아질 때까지 기다려 보려고 작정하여 그대로 항해 중이지만, 마음은 어쩌다 밑 닦음을 미룬 채 변소를 빠져나온 것처럼 꺼림칙하고 찜찜한 기분이다.



저녁이 되도록 그런 기분 속에서 마침 뉴스 시간이라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마침 화면 아래쪽의 자막방송으로 뉴욕 월드 트레이드 센터 빌딩에 비행기가 충돌했다는 긴급 뉴스가 흘러나온다.


뉴욕 월드 트레이드 센터 빌딩이라면, 내가 KSC (대한해운공사)의 미국 뉴욕 라이너 선박인 코리언 후론티어호에 일항사로 승선하여 뉴욕을 드나들던 무렵, 기초부터 지어 올리던 모습을 보며 낯을 익혔던 건물이다.

당시 그 빌딩을 짓는 이야깃거리 중에는 기초공사를 할 때 지하에서 파낸 토사를 처분하니 건축비의 절반을 벌게 되었다는 식의 소문에 호기심을 보였던 기억도 있다. 바로 그 빌딩에 사고가 났다는 뉴스이고 그것도 비행기가 날아와 박치기하여 건물을 부수었다는 뉴스가 영 믿어지질 않는다.


뉴욕 한가운데 있는 빌딩에 어찌 비행기가 충돌한단 말인가? 하는 의아심을 품고 주시하고 있으니 정규 방송을 끝내지 않고 계속하여 CNN방송을 중계하고 다른 찬넬을 통해 들어온 소식들이 전해지는데 미국 뉴욕과 워싱톤에 동시 다발적인 테러로 의심되는 비행기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피곤하지만 그냥 잠자리에 들기에는 너무 큰 소식인 것 같아 계속 듣고 있는데 새벽 한 시가 되어도 속보 형식의 뉴스는 쉼 없이 이어지기만 한다.

계속 달리는 때문에 이제 텔레비전의 가청 거리를 벗어나는지 점점 나빠지던 화면이 드디어 비구름 속에 빠져버리듯 치직거리며 와글거리는 점들의 경연장 같은 환한 화면으로 바뀌어 지기에 텔레비전을 꺼버렸다.

뉴스를 요약하니 평소의 납치나 하이잭킹 같이 우리가 그 일을 해냈다고 떠들고 나서는 집단은 없고 이번 일의 배후로 지목받기 쉬운 팔레스타인의 강경파나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 등이 모두 자신들은 그 일에 무관하다는 성명을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하고 있단다.


4억 달러가 나간다는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빌딩뿐만 아니라 워싱톤의 펜타곤에도 비행기가 추락하여 건물의 일부분에 불이 타고 있고 국무부도 공격받은 징조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보니 미국의 위상에 도전하는 무리의 뜻을 미국에서 잠시 간과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제 미국의 모든 공항이 폐쇄되고 미국으로 가던 비행기들을 캐나다로 이로 시키는 일이 미국이 취한 당분간 이일에 대한 조치이고 뉴욕증시가 폐장되고 런던 증시도 같이 따라 폐쇄되었다는 소식까지 듣고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한참을 잠에 들지 못하고 지금 내가 가고 있는 우리 배의 항로인 캐나다로의 항진이 무사할까 하는 의구심을 품게 되어 한참을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몸을 뒤척이며 잠이 들지 못하여 벌떡 일어나 다시 옷을 찾아 입고 브리지로 올라갔다.


두 시간 만에 폭삭 무너져 내린 쌍둥이 빌딩인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빌딩은 상주인구만 4~5만이 되고 하루 15만의 인구가 들락거리는 장소인 만큼 사람들의 인명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지만 아직 제대로 파악하여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현지의 분위기를 라디오는 특파원의 전화 통화로 이어주며 전해주기도 했다.

누가, 무엇 때문에, 왜, 어떻게, 그런 일을 용의주도하게 진행시켰을까?

소름 돋고 모발이 곤두서는 악랄한 그 결과는 사람이 아닌 악마가 이일을 주도했음을 시사하는 모습이다. 무섭지만 그 영혼의 철저한 타락에 연민보다는 저주가 앞서게 되는구나.

이것이 세계 3차 대전으로 이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의구심이 들며 문득 전쟁에 대한 공포감마저 휩쓸어 온다.

너나 없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런 패닉 상태 비슷한 혼란을 야기시키려는 게 이번 테러를 자행한 테러리스트들이 바라는 궁극적인 의도일 것이다. 그런 의도에 빠져들지 않으려면 우리는 과연 어찌 행동해야 하는 걸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제대 말년을 조심하라고 그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