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SREP 선박위치 보고

통신사가 없어지면서 맞닥드리게된 항해사들의 실수연발

by 전희태
뉴캐슬 외항 해도.jpg 해도실, 여기서 매일 정해진 시간에 본선의 위치보고를 작성한다.


뱃속이 꾸무럭대고 약간 싸하니 아픈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변을 보면 뒤끝이 묽어있다. 그냥 설사를 만난 것이 지난번 닻이 끌려 아침에 발묘하여 움직이던 날 처음이었는데 그 이후 계속 뱃속이 더부룩하니 속이 불편한 증세가 이어지고 있다.

괜히 건강에 대한 걱정에 빠져들곤 하는 형편에서, 내 건강이란 나이를 따라 생기는 노화현상의 일종인지도 모른다는 믿음으로 덮어 두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두려움이 한 번씩 머리에 찾아 들면 쉽게 놓여나기가 어려운 요즘이다.

점심식사 후 컨디션 조절을 위해 더운 물로 땀을 빼는 목욕을 하고 나니 개운해진다. 하지만 지뿌둥한 피곤이 잠시 후에 다시 나서니 일단 조심하기로 한다.

몸의 컨디션이 그랬던 것은 아무래도 몸살감기가 오려는 전조 신호였는지도 모르겠다고 혼자 구시렁거리는데 이항사가 와서 호주 위치보고(AUSREP. 주*1)에 잘못이 발생했었는데 지금 바로 잡아 일을 끝내었다는 사후 보고를 하면서 일처리가 미숙했던 점을 사과해 온다. 오늘 본선에서 그 전보를 보내면서 수신 할 곳을 잘못 선택 지정하여 보냈기에 정작 받아야 할 곳에는 전문이 들어가지 않아 그들로부터 전보가 안 들어 왔다는 연락이 왔던 것이란다.

그 연락 전문조차 도착 후, 두 시간 이상 지나면서도 못 보고 있었기에, 위성전화로 다시 한 번 더 연락이 와서 알게 되어, 즉시 전문을 재송하여 무사히 끝났다는 보고였다. 일의 잘못된 전말은 삼항사가 전보문을 INMMARSAT-C로 보내면서 수신처 지정을 착각하면서 잘못 넣어 그리 된 것이었다. 이 시스템은 정식의 보고 시간이 24시간 이상 지연되어 연락이 끊기면 배에 사고가 난 것으로 간주하여 비행기를 띄워서 배를 찾아 나서는 수색이 시작되고 그렇게 되면 그 모든 비용을 해당선의 선주가 물어내야 하는 불이익 까지도 감수해야 한다.

취지는 선박이 불의의 사고로 연락 두절되는 사고가 되더라도, 빠른 대처로 인명과 재산의 피해(환경보호 포함)를 최소로 줄이기 위한 조치인 것이다. 그래도 이번의 케이스에선 그들이 24시간 전에 전보와 전화로 확인을 해 와서 더 이상의 일이 확대되는 것은 막아졌지만, 회사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얼굴 안서는 일이 될 뻔 했다는 점이 아쉽다. 앞으로(1999년 2월 1일 부터) 통신사라는 기존의 전문 직책이 세계적으로 통일되어 선박 사회에서 없어질 예정이다. 그리되면 항해사들이 통신을 맡아야 하는데, 그때까지 이런 실수들이 비일 비재하니 생기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으니 오늘의 일도 그런 과도기적인 현상에서 생긴 일로 여겨진다.

그렇긴 해도, 당사자들은 무엇을 잘못했는지 또 그런 잘못이 최악의 경우 어떤 일을 유발하는지를 전연 모르거나, 알려고도 않는 것 같아 보여 그 점이 또한 나를 찌푸리게 만드는 일이다.

하기야 선장이기 이전에 항해사이기도 한 나부터도 통신사의 면허를 새롭게 획득해야 하는 다가오는 현실의 의미를 아직까지 실감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데 그들 초급 항해사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이런 직책 개편에 따른 충격을 어쨌거나 제일 먼저 받아야 되는 직책이 선장일터이니 나의 승선 생활 중 내년 한해는 꽤나 바쁘고 일이 많아질 해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주*1 : AUSREP- 호주에 기항할 시 호주의 관해관청 당국이 강제로 요청하여 그들에게 보내는 각 선박의 위치보고인데 매일 미리 예보해 준 시간에 위치와 침로, 속력등 필요한 정보를 보내어 선박의 동정을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게 만든 보고 체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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