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고 싶은 선원들

예전과 달라진 상황에 맞춰 달라져야하는 모습

by 전희태
선창청소.jpg 항해중 차항에 싣게 될 화물을 위해 전에 실었던 화물(석탄)의 찌꺼기를 선창에서 끌어 올리는 선창 청소를 하는 선원들 모습.


국내 기항시 집에 갔다 오는 것에 대하여 일부 선원들 중에 불만 사항이 있나 보다.

지금까지는 승선하고 있는 선박이 국내에 기항시 당직자를 제외한 선원들은 집에 다녀오는 걸 관행으로 인정하여 당직 교대가 되면 비번인 시간을 이용 해 집에 다녀오곤 했다. 그러나 해운계의 추세가 승조원의 수를 줄일 수 있는데 까지 줄이는 움직임이니 배를 지켜야 하는 당직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예전 같은 귀가의 관행에 많은 제동이 걸리고 있다.


더구나 본선에서는 선박자동화에 맞추려고 국내항 기항시 기관부원중 1명을 갑판부에 보조로 옮기어 갑판부 당직원을 4명으로 늘여서 모든 정박 및 하역 당직에 집중적으로 임하게 하는 인원 관리를 하고 있었다. 이들 갑판부원들이 자신들의 책임 하에 예전의 관행을 따라, 두 조로 나눠서 2명씩 교대로 귀가하는 것을 보고 기관부에 남은 2명이 우리도 교대로 집에 갔다 와야겠는데, 연료유 수급 작업이 끝날 때 까지는 본선을 떠나지 못하니 어떤 방책을 강구해주어 집에 가 볼 수 있게 해 달라는 불평과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본선 선내 과업을 진행하며 배치하는 인원의 쓰임새는 본선의 성능과 여러 여건에 가장 알맞은 최선의 방법이라 선택하여 실시해온 것으로, 한 두 사람의 불평이나 불만을 메우거나 해소시키기 위해 수시로 바꿀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또한, 국내 기항시 모든 선원이 꼭 집에 갔다 와야 한다는 회사의 복무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고, 회사가 승조원들의 편의를 인정해서 자체적인 운용의 귀가를 눈감아 주던 관행임도 알아야 한다.


선원들 중 직급에 따라서는 지금까지 전해오던 일이 슬며시 사라지며 빡빡한 일정으로 다가서 국내항 기항시의 귀가길이 막히는데 대한 억울한 심정은 들 것이다. 허나 세계적으로 선박자동화 추세가 늘어나 탑승인원의 감소는 당연한 일이 되니 옛 관행에 너무 집착함 보다는 새로움에 맞춘 방도를 강구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그것을 짚어 보면,

1) 국내 기항시 집에 가지 않고, 가족을 배로 초청하여 정박기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다.

그리하면 재선인원도 항시 적절하게 유지되고 연료유 보급, 라인 쉬프팅 작업, 선용품 수급 기타 필요한 정박 중의 모든 작업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2) 1)과 같은 일에 여러 사람이 동참 하지만, 피치 못해 가족이 배로 못 오는 사람들은 지금까지의 관행에 따라 순차적으로 집에 갈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조정한다.


3) 가족이 못 오는 경우, 현행의 기관부원들이 두 명으로 되어 연료유 수급 관계로 집에 못가는 형편이 됨을 같은 동료 입장으로 이해하여 한 명씩 교대로 집에 갈 수 있게 도와준다.


그 경우 집에 간 동료가 했어야 하는 일을 배에 있는 갑판부 당직원이 하도록 한다.

이때 대신 행하여야 하는 일은 다음의 일을 기관부 당직자와 함께 하는 것을 의미한다.

①기름바지선의 접, 이안 줄잡이

②기름호수 연결/해제

③기관장/일등기관사의 지시에 따라 연료유 수급 작업중 기름오염 방지를 위한 감시 활동.


4) 이렇게 협조적인 분위기 아래 집에도 갔다 올 수 있는 방법이 강구됨을 감안하여 모든 선원들은 배안에서 생기는 일들이 -예를 들어 플라스틱이 섞여진 쓰레기는 플라스틱으로 취급 되듯이- 자신의 부서 일에 약간이라도 가미되어 있다면 자신이 할 일이라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을 해결하는 능동적인 마음가짐으로 동참해야 할 것이다.


5) 다 함께 서로를 위하며 협조적인 분위기로 일을 하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이 일은 우리 부서의 일이 아닌데” 하는 식의 발언으로 일의 진행을 방해하거나 타인의 선의의 의지를 꺾어내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


사실 이렇게 모든 일을 남의 일로 보지 않고 우리(나)의 일로 보고 모든 일에 임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이기심 버리기가 수반 되어야 할 것이다. 공동체 안에서 너무 세부적으로 편을 가르고 눈앞의 작은 이익에 집착하는 행동은 결코 바람직한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너나없이 우리 모두가 이렇듯 일을 순리대로 진행해 갈 때, 우리는 그런 일을 행함이 결국은 자신을 위하는 일이 된다는 삶의 즐거움도 알아가며 동료간의 의리와 동료의식을 갖게 될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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