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륙(외출)에서 돌아오며

by 전희태
20081227_011.jpg 중국 남부에 발생한 지진으로 죽은 이들과 그들을 구하다가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기 위해 중국 측의 전문을 받아 게양한 조기(弔旗)



식사를 끝내고 슈퍼마켓에 가서 주전부리할 먹을 것을 사 들고 배로 들어오기로 한다.

항만관리 당국이 부두에 드나들 수 있게 허가를 해줬다는 나갈 때 탔던 택시(어디에도 택시라는 표지가 없는 자가용 승용차이다)를 타고 들어오려는데, 정문에서 출입 검문을 하는 가드가 우리의 이름이 외출 나간 사람들 명단에 들어 있지 않다며 시비를 건다.

사실 나갈 때의 택시기사가 우리더러 내려서 체크할 필요가 없다 하기에 그런 줄 알고 우리는 택시에 탄 채로 그냥 통과하여 나갔는데 아무래도 그게 문제가 된 모양이다.


이제 갓 스무 살이 되었을까 말까 한 어린 나이로 밖에 안돼 보이는 보안 멤버-정문 지킴이-는 서슬 푸른 으르딱딱거리는 고압적인 기세로 큰소리를 내고 있었다. 마침 기관장이 중국말을 좀 하기에 상황을 설명하니 많이 수그러든 상태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냥 보내줄 기미는 보이질 않는다.

그렇게 한 30분을 이걸 적고 저걸 적으며 꾸물거리더니 우리더러 자신이 쓴 일지의 기사란 밑에 서명을 하란다.

그 서명을 해주고 나니 잠시 후 들어가라는 허가를 내주기에 다시 그 택시를 타고 배로 들어오게 되었다.

본선 현문 앞에 도착하여 우리 일행을 내려주며 운전기사가 라면을 얻자고 이야기한다.

무슨 라면이냐? 대충 무엇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지 짐작은 하면서도 모른 척 반문하니까, 그들 정문 근무자들을 위해 라면을 전해주겠다는 이야길 한다.


이미 이곳 중국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관계자들이 이런 식의 작은 선물을 은근히 기대하는 관행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인데 짐작했던 이야길 들었으니 그대로 현문 당직자에게 필요한 라면 봉지를 전해 주도록 지시하였다.

처음 입항했을 때 수속 차 승선한 대부분의 관리들은 일인당 담배 열 갑 들이 한 카툰을 요구했고 어떤 곳에서는 밖에 있는 동료들 것까지 받아가는 형편임을 전해 들었기에 미리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그런 위세에 더부살이하여 심지어는 대리 점원들까지 자신들의 몫을 차지하려는 풍토를 보면서는 어떤 의미에선, 되는 일도 없어 보이지만 안 되는 일도 없을 거, 라는 조금은 안심되는 얄팍한 마음도 품게 되었던 것이다.


아직은 무서워할 만큼 이 나라의 모든 것이 우리나라를 앞서 있는 게 아니라는 감을 잡았다는 뜻도 되지만 그래도 어떤 부서들은 개방 처음 때보다는 관리들의 부정한 행위가 많이 나아졌다는 중국통들의 이야기도 슬슬 나오는 걸 보면 모든 경쟁심을 다 풀어놓을 수는 없어 보인다.

머릿속을 오가는 이런 잡다한 생각들로 인해 외출에서 들고 온 물건을 챙기는 손길이 잠시 주춤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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