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뒤에서 불어주는 비림으로 인해 전진에는 별 지장 없는 속력으로 오히려 잘 달리고 있지만 구름이 잔뜩 끼고 비도 한 번씩 치고 지나는 날씨라 좀 음울한 분위기 속에서 조마드로 수로 진입을 시작하게 되었다.
문득 호주를 기항하기 위해 이곳을 항로로 선택하여 처음으로 찾아 나서 왕복해 봤던 시절이 떠 오른다.
위치 확인에 고생하며 힘들었던 당시의 기억은 이 날씨만큼이나 낯선 느낌을 주며 그때 처음 만나서 확인하며 지나쳤던 난파선들의 모습을 오늘도 열심히 찾아보게 만들고 있다.
(위치추적의 GPS SYSTEM이 없던 시절이라 천측으로 위치를 추정해내며 레이더로 그 좁은 수로의 물표를 찾아내야 했기에 날씨가 여의치 않거나 레이더의 성능이 불량한 경우에는 참으로 난감한 상황을 겪기도 했었다.)
당시 세 척의 난파선을 보았지만 지금에 와서는 한 척은 아예 눈에 뜨이지 않게 삭아서 물에 떠내려가서 없어져 버렸고, 한 척은 아는 사람이나 겨우 알아볼 정도의 작은 점으로 남겨져 있고, 나머지 한 척이 그나마 마스트의 모습이 남아서 어찌 보면 등대 같은 모습으로 난파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을씨년스러운 회색 빛 바다와 파도와 하늘이 어울려 있는 아래 한 번씩 흰 이빨을 드러내는 파도가 산호초로 가둬진 울타리를 두드려 주며 그 안의 난파선을 돋보이게 하고 있다.
조심스레 접근하여 수로로 들어서는 우리들 마음은 그 난파선의 말없는 모습에 그냥 마음이 졸아드는 기분을 느끼며 행여나 파도가 그쪽으로 우리 배를 밀어줄까 걱정스레 선체 운동을 열심히 감시하며 들어서고 있다.
조마드 수로의 중앙 침로에 안전하게 서려는 나의 의도를 어찌해 보려는 듯 산호 해의 마지막 파도가 제 있는 힘껏 우리 배를 뒤에서 밀어붙이며 몸부림치고 있다.
뒤에서 오는 파도라 그 파곡의 꼭대기에 우리 배의 선미부가 얹히니 어쩌면 약간이라도 옆으로 밀어붙이는 듯한 감각을 느끼게 하여 속을 철렁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괜찮아 조마드 섬 0.8마일까지도 수심은 괜찮아.
하며 의아한 눈길을 모으는 실항사의 모습에 안도하라고 응원을 해준다.
바깥은 사실 열대의 무더위 속에 놓여 있지만 마음에는 그렇게 추위로 다가와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