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 시 육 분.
약 한 시간 전부터 엔진을 정지시킨 타력( 지금껏 달리고 있던 타성에 의해 움직이는 속력)에다가 이따금 미속 전진을 추가 오더 하며 우리한테 주어진 묘박지에 접근을 시작하였다.
1967년 당시 해운공사의 샴-라인(동남아 정기선 항로)의 선박에 승선 중에 방문하던 방콕을 찾아들던 때에 경험하던 항로 이건만 너무나 오랜동안 찾아가 보질 않아서 낯이 선 밤바다가 조심스럽게만 여겨진다.
특히 당시엔 없었던 유전의 파이프 라인이 곳곳에 산재한 접근금지 구역의 표시에 따라 불 밝히고 있는 곳을 지나친 자니 여간 신경 줄을 팽팽히 당기며 순항해야 하는 일이 모두를 조용히 제할 일-항해당직-에 침잠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그러나 당시 찾아가던 방콕항은 지금의 우리 배 사이즈로는 기항이 불가능한 곳이기에 타이만 안에 있는 그 후 새로이 개장된 공업항인 이곳 맙타푸트 외항을 목적항으로 삼게 된 것이고 이제 거의 다 다가섰기에 투묘하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오징어잡이 배 같이 불을 환하게 밝힌 어선들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서며 예정한 닻을 내려야 할 곳을 레이더로 확인하니 먼저 와 투묘하고 있는 배가 한 척 있다.
원래의 목표 위치에 닻을 내려 줄 경우 그 배와 너무 가까워질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조금 일찍 들어서기 전의 위치에서 미리 닻을 내려 주기로 한다.
그저께 대리점의 연락으론 그날 배 한 척이 먼저 들어와 부두에 들어가기 때문에 우리는 16일 18시로 접안 스케줄이 밀렸다는 연락을 해줬는데 혹시 그 배가 좀 늦게 들어온 것일까?
배 이름이 “MINERAL SINES”인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혹시 다림풀베이에서 우리보다 며칠 뒤에 태국 향 석탄을 싣는 예정을 가졌던 배인가 싶어 예전 기록을 뒤져 찾아본다.
그 배와는 이름이 다르지만 아마도 자매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이름이다. 하여간 우리에 앞서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으니 우리 배의 접안은 뒤로 밀리어 엊그제 예정했던 예상보다 더 늦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짐작이 든다.
비록 접안 예정이 뒤로 밀리는 경우가 예상되지만, 그런 상황이 별로 나쁘지 않은 기분으로 다가섬은 우리한테 주어진 PSC 점검에 대비한 준비 기간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기에 오히려 반가울 정도의 예정으로 받아들이는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