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작업도 하는 하역작업팀원들이 해치커버 아래, 해치커버를 지붕 삼아 해먹을 설치하고 작업에 임하고 있다. 아무리 큰 비가 와도 비 맞을 염려가 없고 바닥에 물이 흐르거나 고여도 끄덕 없는 좋은 장소에 시원한 바닷바람까지 살랑살랑 불어주는 아주 그럴듯한 장소의 잠자리이다.
9번 창 해치커버 안쪽에 한 사람 있었고 7번 창에는 여러 명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바닥에 누워있는 사람의 모습이 더 많았다.
새벽에 배의 갑판을 도는 운동을 계속하느라 몇 분의 간격으로 계속 그곳들을 지나치고 있었지만 아직도 날이 밝아 오기에는 좀 이른 시간이다.
마침 그때 파이로트 래더 플랫폼 위에 쭈그리고 앉아있던 인영이 조심스레 몸을 움츠리는 인기척으로 가까이 지나치게 되어, 다가들게 되는, 내 눈치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순간적으로 그곳에서 선외 외판 쪽 바다를 향해 엉덩이를 내 보낸 그 사람이 하는 일은 새벽의 급한 소변을 처리하고 있는 상황이란 걸 감지하며 그냥 못 본채 급한 걸음으로 지나쳤다.
몇 바퀴 더 도는 운동이 계속되었을 때 이제는 깨어난 사람도 있고, 라디오를 틀어 놓은 소리도 들려온다. 게다가 간간히 섞여 나오는 목소리에는 여자들의 음성도 섞여 있다. 아까 소변 처리를 하고 있었던 인영은 이미 그 자리를 떠나고 없지만 여자였다는 사실을 확신하는 마음이 든다.
그들의 옆에 세워져 있는 작업 장구를 보니, 빗자루, 장대, 밀대 등이 뒤섞인 것으로 봐서 이들은 선창 내 남아있을 마지막 석탄을 쓸어내는 스위핑(선창 청소) 조의 인부들 같다.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호주까지 항해 일수도 얼마 안 되는데 많은 화물의 찌꺼기가 남을 까 봐 그래서 선창 청소가 부실해 질까 봐 걱정했던 게 기우로 될 거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이들의 작업 장구나 갱의 인원수는 제법 많았다.
점심 식탁 시니어 사관이 모두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새벽에 보았던 상황을 설명한 후 그 불편함을 해소시켜주기 위해, 주갑판상 선실 내부에 있는 공동 화장실을 그들에게 공개해주는 게 어떻겠느냐? 고 의견을 내니,
-그렇게 해주면 나중에 우리가 청소할 때 파이프가 막혀서 고역을 치를 수가 있습니다.
하며 일항사가 일언지하에 강력한 반대 의견을 내 놓는다.
하긴 화장지가 아닌 신문지 등을 화장지로 마구 사용한다면 오수 배출 라인이 막히는 것도 시간문제이니,일항사의 의견을 따라 그냥 마음 만으로 그 일을 접어주기로 결정했다.
이미 하역 작업도 막바지에 다 달아 내일이면 출항할 테니 그때까지만 참으면... 하는 마음을 덧붙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