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관광에 나서다.
방콕을 구경 간다고 예약을 했다고 해서 못 이기는 체 따라나서기로 했었는데, 기왕지사 상륙하기로 했으니 열심히 구경하리라 작정하고 옷을 갈아 입고 약속한 시간 15분 전에 집합 장소로 내려갔다.
아직 준비 안된 몇 사람이 나타나지 않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차의 도착이 10분쯤 늦어지게 되었다는 전화가 운전기사로부터 왔단다.
이윽고 준비 다 된 사람들이 현문 앞에 모여서 차가 부두에 나타나길 기다리는데 승합차가 다가오고 있다. 주섬주섬 물건들을 챙기며 현문사다리를 내려가기 시작했다.
발전소 문을 나서기 위해 준비한 여권의 사진부분을 카피한 것을 들고 초소에서 차를 내렸다.
예전 우리나라에서 한전 발전소 부두에서 상륙을 하거나 밖에서 배로 들어가려고 부두에 출입을 신청했을 때 받아들여야 했던 초소에서의 그 복잡하고 귀찮은 절차가 다시 시작된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지만, 그때 같은 괘씸한 마음은 들지 않는다.
지금 이들이 하는 일은 현재 세계 항만에서 다 하고 있는 보안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배 에서와 육상이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고 행하는 보안상의 출입관리이기 때문에 예전 우리가 청원경찰에게 느끼며 가지고 있었던 그런 식의 선원을 우습게 알고 대하든 듯한 얄밉고 안하무인 격의 태도를 그들의 수속하는 절차에서는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날씨도 구름이 끼어 뜨거운 직접적인 태양은 빗겨 맞게 해주니 무더운 이곳에서 조금은 도움을 주는 기상상황으로 받아들였다.
서류를 제출하고 상륙 자 명부에 서명하고 이제 되었다는 사인을 받아 떠나며 관광을 떠나는 마음을 부추겨 기대를 부풀어 올리게 한다.
한참을 달려서 이제 길눈에 익숙해질 무렵 차는 주유소를 찾아들어 디젤유를 보충받는다. 일제 도요다 13인승 밴이다. 주유가 끝나고 다시 넓어진 도로로 들어서 달리는데 차도의 교통 사인에 영문과 타이어로 방콕/ 파타야 모두 나타난다.
당연히 방콕을 향할 걸로 알고 있었는데 들어서는 길은 파타야를 향한 길인 왼쪽으로 빠져든다. 운전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보건 데 방콕을 향해 간다는 상황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모양이다.
이런 식의 고객과 분쟁이 일어났을 때 편리한 방법인 말을 못 알아들은 척하며 우물거리는 그 친구를 더 닦달해서 무엇하겠는가 우리는 목적지를 파타야로 하되 악어 쇼를 하는 곳을 찾아가기로 합의해준다.
백만 년이 되었다는 나무 화석을 곳곳에 세워서 보여주는 악어 공원에는 지나다니며 주위에서 언제든지 한국어를 들을 수 있게 남녀노소가 섞인 한국인 관광객들이 떼 지어 움직이고 있었다.
악어쇼를 시작한다는 방송을 알아듣고 찾아간 악어 쇼장에는 쇼를 주도하는 사육사와 그의 행동을 방송해주는 쇼의 진행자 목소리가 퍼져 나오는 스피커 소리에 한국말 <빨리빨리>라는 단어도 나오고 있다. 쇼를 빨리 시작하라는 독촉을 많이 들었었나 보다. 빨리 진행하라는 이야기를 해서 한국인 관람객의 반응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풀장 물속에 들어 있는 악어의 꼬리를 붙잡아 끌고 나와서는 악어의 주둥이 앞에서 여러 가지 묘기를 보여주는데 모두 악어라는 동물을 생각하면 목숨을 걸어 놓고 하는 행동들이다.
악어쇼를 구경하고 나니 그 안을 더 돌아보기에는 너무 더운 시간이라 그냥 빠져나오기로 하지만 실은 이미 점심시간이 되어 배가 고파 오기 시작하는 배에서의 습관이 발현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도 눈에 뜨이는 호랑이와 곰들의 사진을 찍다가 방금 방사장의 땅을 파곤 그 안에다 자신의 똥을 싸고 있는 호랑이를 보고 사진을 찍었는데, 녀석은 용변을 다 본 듯 몸을 돌리어 그 자리를 떠나는 순간, 창살 밖의 우리를 향해 그대로 물총을 쏘듯이 오줌 줄기를 세차게 쏘아 준다.
암놈인 것 같은 그 호랑이의 느닷없는 오줌 세례를 받아 안심하고 구경하고 있던 우리들은 겅중거리며 피하느라 잠시 소란을 피운다. 그런 행동을 하고도 녀석은 유유히 걸어 모른척하니 쳐다보지도 않고 제 갈 곳으로 가버린다. 몇 장의 사진을 더 찍고 그곳을 빠져나와 다음 장소로 옮기려는 데 운전기사가 나타나질 않는다.
수소문 끝에 그 친구를 찾아내어 차에 탔을 때는 더위에 지치고 쉼 없이 흘러나오는 땀으로 인해 연신 닦아내고 있는 손수건이 젖어들면서 만사가 귀찮아지고 있었다.
차 안에 모두 오르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어느 정도 더위를 식히고 나니 일단은 점심을 해결하 자며 음식점을 찾아 나서는데 관광안내를 겸한 기사가 도대체 어떤 음식점에 가야 하는지는 예정 안에 없이 차믈 몰고 가다가 눈에 뜨이는 곳을 찾아들어 먼저 이야기를 걸어보고 가부 간을 결정하는 식의 안내를 하고 있다.
그렇게 골목길을 누비다 보니 막다른 공사하는 골목으로 들어 서기도 하고 포장이 깨진 이면 도료에 들어서기도 하며 헤매다가 겨우 넓은 도로로 빠져 달리기 시작할 때 열심히 찾아보던 눈길에 SEA FOOD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언뜻 눈에 뜨이는 그 단어를 보고 손짓으로 차를 세우게 한 후 알아보니 식사가 가능하 단다.(나는 기사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음식점 홀은 얼마 크지 않은데 넓은 마당에 설비된 식탁이며 비 가림 지붕들이 모두 제대로 잘 갖춰진 큰 음식점이다.
같이 나간 여덟 명의 제 각각 입맛을 고려하여 메뉴판을 저마다 들게 하고 한참을 씨름하여 은식을 시키고 나니 한 가지씩 나오는데 그런대로 제대로 시킨 셈이 되었지만 한 사람 입맛이 짧은 친구가 있어 여럿이 있는 자리에서 꼭 나타나는 그런 모습을 보면 은근히 밸이 꼴리는 내 심성을 건드리게 한다.
-오늘 이 음식 값은 제일 잘 안 먹은 사람이 내기로 하지. 그런 사람이 누군가 추천하지?
하는 내 농담의 말이 어쩌면 그런 깨죽거리는 짧은 입맛을 가진 사람에 대한 내 불평등한 미움(?)의 맘이 발동한 농담인데 그게 농담이 아니고 조금은 서먹하고 내가 남을 미워하는 마음이 많이 비친 말로서 좌중에 비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괜히 혼자만 알고 지낼 일을 광고하며 미워하는 마음을 노골적으로 나타내 보인 셈이 된 나만 멀쑥하게 된 기분이다. 어차피 그 식사대는 내가 지불할 것이란 결심을 가지고 찾아들었었지만, 모두들 같이 합쳐서 내자는 의견을 내어 못 이기는 채 따르기로 했다.
식사를 끝내고 밖으로 나와 다시 차에 올라 다음 행선지를 논할 때 이미 방콕 관광은 물 건너 같으니 이번에는 뱀 쇼를 하는 곳으로 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기사 친구 그곳도 알지 못하여 중간에 길을 물어 차를 다시 되돌려 코브라를 크게 그려 세워 광고를 하고 있는 곳을 찾아갔다. 마당의 곳곳에 닭장 같은 뱀 기르는 통을 세워 둔 곳에 독뱀 여부와 뱀 이름을 쓴 명패를 부친 곳을 지나며 뱀을 관찰해 보려 했지만, 모두 구석진 어둠 속에 숨어 있으려는 놈들의 습성 때문에 아니 어쩌면 뱀이란 동물에 대해 느끼는 공포를 띄운 선입견 때문에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지나다녔던 것 같다.
예전 말레시아 뱀 사원에서 초록 빛깔의 작은 뱀을 본 것이 기억에 선명한데 이 곳에서도 그런 종류의 뱀을 만나서 사진을 찍었는데 여기서는 독뱀이 아니라고 쓰여 있었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크기도 전에 봤던 뱀보다는 많이 커 보인다. 예전 뱀은 무슨 향을 피워 놓은 향로 바로 위에다 똬리를 틀어서 가만히 있게 해 놓았는 데 그 향기가 뱀을 꼼짝 못 하게 하는 냄새인 것 같았다. 대충 한 바퀴 돌고 나서 뱀쇼를 한다는 곳에 들어섰다.
마이크 들고 설명하는 사람과 뱀을 다루는 두 사람이 한 사람씩 자신이 다루는 뱀을 가지고 쑈를 보여주는데 코브라는 코브라이지만 킹 코브라가 아닌 작은 뱀을 가지고 다루고 있었다. 어쨌든 독뱀을 가지고 다루는 폼이 천상 땅꾼이란 생각을 갖게 해준다.
잔뜩 골을 내게 해 놓은 코브라를 맨손으로 들어 올리고 있는 모습을 보며 그 친구 뱀만큼이나 독을 피우는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곳을 빠져나왔지만 아직 시간이 한낮이라 그대로 배에 들어가기는 어쭙잖아 한국 사람들에게도 이름이 난 <파타야 해수욕장>을 찾아가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