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수걸이로 새 선석에 입항하다

새롭게 문을 연 뉴캐슬의 6번 선석

by 전희태
뉴캐슬항 입구.jpg 뉴캐슬항 입구를 들어선 후. 터그보트가 본선에 묶이려고 작업을 준비중이다.


아침 여덟시 반쯤 브리지에 올라갔다. 마침 열어 놓은 VHF 전화를 통해 어느 배가 항만당국과 통화를 하고 있는 소리가 들려온다. 오늘 밤에 도선사가 승선 할 것이란다.

-이런....저 시간대에 들어 간다는 배와도 이야기하면서 왜 우리 배에는 연락이 없지? 하는 말을 궁시렁거리는 데,

-오션 마스터, 오션 마스터, 뉴카슬 하버, 우리 배를 부르는 목소리가 튀어 나온다. 양반되긴 틀린 뉴캐슬 포트 컨트롤이구먼~


당직으로 옆에 있던 삼항사가 즉시 응답하고 나간다. 아침 1030시에 도선사가 승선할 예정이니 1000시까지는 언더웨이(UNDER WAY) 해 놓고 도선사를 기다리란다. 1800시 도선사 승선 예정이던 것이 여덟 시간 당겨진 것이다. 이곳을 오랜동안, 여러번 다녀 봤지만 이렇게 입항 시간이 당겨지는 경우는 드문 케이스이다.

미리 모든 부서에 연락을 하여, 항장(Port captain)의 요청에 알맞게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를 시켰다.

9시30분. All S/by 발령을 내렸고, 1000시에 닻을 다 감아 들이어, 움직이기 시작하며(Under way 상태) 항만 당국에 입항 준비 된 상황을 보고하였다. 10시25분. 헬리콥터의 굉음이 가까워진다. 이윽고 6번창 헬기장에 내린 도선사가 3항사의 안내를 받아 브리지로 올라왔다. 항내로 들어서는 조선 사항을 인계해주니, 직접 선적 작업을 하는 구라강 5번 부두로 가는 게 아니라 5번 부두에 이어서 새로이 만들어진 구라강 6번 부두로 가서 부두에 대려는 예정이란다.


아직은 대기부두인 6번에 접안하고 있다가 앞쪽 5번 부두에서 작업 중인 선박의 작업이 끝나면 그 자리로 옮겨 간다는 스케줄이란다. 이는 악천후로 인해 입항선에게 항구가 폐쇄되는 경우에도 미리 들어와 있었으니, 출항선이 떠나고 나면, 입항선 폐쇄와 관계없이 항내 움직임만으로 로스타임 없는 선적작업을 순조로이 진행시킬 수 있는 이점을 극대화 하려는 항만당국의 운영방침에 따른 조처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들어서는 6번 부두는 그 부두가 완공되고 난 후, 우리 배가 처음으로 들어가 접안을 하고 기다리게 되는 배란다. 이른바 처녀 부두의 사용인 셈이다.

뉴캐슬항을 드나들며 항구의 사물들이 눈에 익어 낯이 설지 않을 정도가 되어 갈 무렵, 6 번 부두를 만들기 위해 부두가 들어 설 부근의 항내를 준설하는 일부터 시작하는 걸 보면서, 언제 저 부두가 만들어질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두 가지로 이율배반적인 면을 가지고 있었다.


첫 번째 이유는 선적능력이 월등히 좋아진다는 점이다.

그 부두에는 완전한 한 세트의 로더도 함께 설비 되기에 선적능력이 많이 늘어나게 되어 항구에 입항하여 작업하는 시간이 현재보다 많이 줄어 들 것이란 점이다. 선박회사를 비롯한 항만, 하역회사 등 모든 관계되는 부서는 그 만큼 선박이나 하역장비의 사용 회전율이 좋아지니 바람직한 일로 건설작업은 추진되었을 것이다.

나도 현장을 책임진 선주 대리인이니, 같은 입장이어야 하겠지만, 사람으로 사람답게 사는 입장을 조금 앞에 내세운다면 너무 빨라지는 선박의 회전율에는 좀 껄끄러운 마음을 가지게 되는 고용된 사람이기도 하다.

인간으로서 육지에 와서도 땅김 한번 제대로 쐬지 못하고 다시 바다로 나가야 하는 고달픔이 조금은 서글프기 때문일게다.


두 번째 이유는 악천후 때에 밖에서 기다리지 않고 안에 들어와 안전하게 지날수 있는 장소가 늘어 난다는 점이다. 설사 하역이 빨라져서 마음이 좀 섭(?)하더라도 그런 마음을 충분히 커버할 만큼 이 이유는 유혹적인 것이다. 외항 대기중에 만나게 되는 어려운 황천 사항은 사실 경험하기 싫은 고통스런 일이다. 그런 대기 시간을 줄여 줄 수 있는 시설이 늘어 난다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한 일로 기다려 지기도 하는 것이다.


이래저래 매항차 부두에 접안하여 하역작업이 시작될 때마다 언제 공사가 완료되는가? 묻는 말들로 관심을 표명해 왔는데 그 공사가 어느 새 끝나고 마수걸이로 우리 배가 처음 접안을 하게 된 것이다.

사실 인연의 끄나풀은 따로 있다는 옛말이 결코 그르지 않았음을 깨닫게 해주는 일이다.

뉴캐슬을 드나드는 그 많은 배들 중에서 우리 배가 처음으로 사용하도록 요청 됐다는 인연이 결코 아무렇게나 생겨나는 인연은 아니니 말이다. 처음 배를 대 보는 부두로 다가서면서 파이로트도 긴장한 눈치이다. 나도 조심스럽게 도선사의 조선을 지켜 보는 가운데, 1145시에 접안은 무사히 끝났다. 저녁 1740시에 도선사가 다시 승선하여 5번 부두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라는 말을 남기며 배를 떠났다.

두 번째 이유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6번 선석과의 첫 만남을 이렇게 적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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