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수심이 얕은 곳이라도...

걸을 때면 발밑을 조심하듯이

by 전희태
JJS1.jpg 인당수의 모습이 저럴까? 잔잔한 바다 위에 갑자기 나타난 와류에 잠깐 당황해 본다



때는 10월이건만 맑고 푸르고 높은 가을 하늘이 아니라, 후덥지근한 날씨에 약간은 뿌옇게 반투명해 보이는 대기가 브리지 문을 열고 나서고 있는 윙 브리지에서 나를 맞이 해준다.

호주 입항 이틀 전의 시간이다.


신혼부부들의 허니문 여행지로 소문이 나 있는 발리 섬을 건너다보며 물 위에 떠 있는 롬보크 섬에서 이름을 따 온 롬보크 해협을 빠져나오며 자이로 컴퍼스의 눈금을 166도로 정침 시켜준다.


이대로 달리면 포트 헤드랜드의 외항에 도착하는 데 까지 변침 없이 도달할 수 있는데, 방금 변침 하여 정침 해 준 앞쪽 해수면이 무언가에 부딪쳐 만들어진 흰 거품을 품은 와류의 모습이 되어 나타나고 있다.


마치 그곳에 암초라도 숨어 있는 듯한 섬뜩한 기분에 얼른 선수를 그 거품이 일어난 곳을 피해 가도록 다시 돌려준 후, 해도 실로 들어가서 펼쳐 놓인 해도에 확대경까지 동원하여 면밀하게 수심과 암초 유무를 재삼 확인해 본다.

별다른 암초나 위험물의 표지는 아무리 찾아봐도 눈에 뜨이지 않는 곳이다.


롬보크의 좁은 수로를 벗어나 인도양으로 들어서면서 방금 빠져나온 곳의 해류가 새로운 인도양의 해류와 서로 마주치며 이루어 내는 와류가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며 한숨 돌린다.


지금껏 타고 나온 그 해류로 인해 선속이 16~17노트까지 나왔지만, 이제는 그런 순조의 해류를 벗어났으니 다시 제 속력인 13~14 노트로 돌아가게 되었고, 그렇게 벗어나는 과정에 두 바다의 물이 은근히 서로의 힘자랑이라도 하듯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 만들어낸 와류가 잔 파도를 일으켰던 것으로 여겨지는 현상이다.


천소가 산재한 좁은 수로를 지날 때 저런 모양을 보이는 해면을 본다면 기절초풍할 마음에 겁부터 집어먹을 건데, 여기는 그렇게 좁거나 천소가 있는 곳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한번 더 해도를 챙겨보고 나서야 걱정을 덜어내었던 것이다.

선수를 다시 원하는 166도 코스로 정침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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