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 헤드랜드(Port Hedland)

by 전희태

몇 년 만에 찾아오는 것인지 기억이 가물거린다.

하여간 범양상선에 근무하며 포항제철의 철광석을 나르던 때에 찾아왔을 거고, 마지막 방문은 90년대의 어느 날이었을 거로 기억은 짐작하고 있다.

JJS_5326.JPG


이 막대기 같은 비콘(Beacon)이 마주 서 있는 폭이 100미터 정도 되는 항로 사이로 선폭이 48 미터나 되는 우리 배의 선수를 비집어 들여놓으며 묘박지를 찾아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비콘이 박혀 있는 항로 바깥 양쪽으론 수심이 4~5미터 밖에 안 되는 얕은 곳이 띠같이 길게 생성되어 있는 곳이므로 잘못하여 그곳에 들어서게 되면 배를 사주에 얹히게 만드는 이른바 좌초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1980년대 초반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밤중에 이곳을 통과하여 안쪽 묘박지에 투묘를 하라고 했을 때 마침 작동상태가 불량해진 레이더가 믿을 수 없는 상태여서 제대로 찾아드는 것에 겁부터 집어 먹었기에 외해에다 닻을 내려주고 기다렸다가 아침 밝은 후에 안전하게 안으로 들어갔던 일이 기억에 떠 오른다.

사실 당시 그런 상황은 선장으로선 일종의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해낸 굴욕적인 형편일 수도 있기에, 무리해서라도 안으로 들어가 묘박지에 닻을 내려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있었지만, 본선의 안전을 위해 내 체면을 좀 구기는 일이 되더라도 아침까지 미뤄 안전한 시기에 묘박을 시행하는 게 최선이라 결정해서 치렀던 일이었다.


마침 작은 원목의 반 토막이 그 수로에 들어서려는 우리 배의 앞에서 알짱거리며 시위하듯 떠 있는 게 시야에 들어온다. 얼른 쌍안경을 눈에 대어 살펴본다. 확실하게 위험물이 아니란 걸 확인한 후 조심스레 두 비콘의 사이 항로에 들어서도록 조심스레 조타 명령을 내려준다.


느낌으로 선수가 한쪽으로 돌아가려는 기세를 일으키면 얼른 그 반대 방향으로 타를 쓰도록 지시한다. 배는 어느새 두 개의 비콘을 선수 양쪽에 달아 놓은 듯 그 사이를 교묘하게 파고들며 천천히 전진하고 있다. 무사히 좁은 그 구역을 빠져 들어오니 이미 먼저 와서 닻을 내리고 기다리고 있는 배들의 수가 7척이나 보이고 있다.


닻을 내린 후의 모든 뒤처리를 끝내주며, 항만당국에 도착하여 투묘한 시간과 위치 등의 도착 보고를 한다.

드디어 포트 헤드랜드에 무사히 도착한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혹시 수심이 얕은 곳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