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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인연들

접안 후 방선한 가족들과 함께

by 전희태
삼천포발전소.jpg 삼천포 화력발전소의 전경

멀리 삼천포 화력발전소의 세개의 굴뚝이 우뚝 솟아 보인다. 그 앞에 부두가 있다

지난 토요일 오후에 기습적으로 바뀐 목적항의 변경으로 찾아온 삼천포항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찾아온 이곳에서 마침 우리 선단의 같은 팀에 속하는 O.K호까지 우리 뒷 부두에 들어서 있어 한 회사의 두 척의 배가 앞뒤로 나란히 접안하게 되었다.


양선에 모두 도와줄 일로 바쁘게 찾아온 담당 팀장 J 부장 감독도 일을 처리하는데 편리하니 매우 반가운 일이 된 것 같다. 내부 감사 일정을 마치고 난 O.K호의 선기장과 그들을 찾아 방선해 있는 가족 그리고 감사인으로 참여한 본사 해사 기술실장, 담당 감독 등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함께하기로 하고 대리점에 차량 부탁을 했다. 회식장에는 내가 예전 삼천포를 자주 기항하던 시절부터 가깝게 지났던 대리점의 두 분 J사장 형제와 당시 부장에서 지금은 이사로 진급한 현장 J소장 까지 모두 나와서 함께 어울리게 되었는데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본 이들의 정정한 모습이 반갑기 그지없다.


저녁 식사를 푸짐하게 차려진 생선회를 드는 것으로 대접 받고 2차로 노래방을 찾았다.

노래방의 10 여명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방은 장비는 잘 되어 있으나, 노래의 배경 화면이 야한 수영복 차림새의 여자들 영상으로 가득차 있다. 방학 중에 아버지를 만나려고 엄마와는 별도로 나중에 찾아 왔던 우리 집 막내 애의 동참도 뭣한데 O K호 기관장의 초등학교 3학년짜리 꼬마는 눈을 어디에 두어야할지 불안해하며 의식적으로 화면 쪽은 안 보려고 하는 몸짓이 참 애처로운 모습이다.


그런 그림이 안 나오는 다른 방으로 바꾸는 것도 요청해 봤지만, 그 방 만큼 큰 방이 없다기에 할 수 없이 그냥 사용하기로 한다. 어른들의 스트레스를 풀어 보려 만든 자리이니, 꼬마로서야 좀 어색한 자리이긴 하지만 그래도 제 차례라 하니 일어나 노래도 다부지게 부르는 녀석을 보다가, 나도 열심히 노래를 따르고 탬버린을 흔드는 일에 빠져드니, 어느새 꼬마를 지켜보던 제삼자의 눈길은 거두고 있었다.


우선은 돌림으로 노래를 하다 보니 결국 나이대로 돌아가게 되었고 어쩔 수 없이 자신들 세대의 노래가 주류를 이룬다. 막내에게 이런 분위기에 맞는 노래를 하나 쯤 불러 보아야지 하고 말을 건너보았다.

빙긋이 웃으며 알았다고 하더니, 녀석은 심수봉의 노래 <미워요>를 여성의 가성 음으로 멋지게 불러 넘기어 모두들 박장대소를 하며 즐거워하도록 만들어 준다.


마침 딸만 둘 있는 본사 J감독이 자신의 큰 딸이 명문의 S대학 자연계에 합격했다는 기쁜 소식을 연락 받고 자랑스러워 했었는데, 우리 집 막내 애가 노는 모양을 보더니, 아들 없는 부모들이 느끼는 아들에 대한 부러움이 슬며시 생기는 모양이다. 아내도 오랜만에 즐거운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다가, 막내아들의 활약(?)에 어쩔 수 없는 부모의 자식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모양인데, J감독의 부러워하는 표정을 곁눈질로 살피더니 그냥 말없이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나 역시 이런 모습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미소 지으며 보고 있었으니, 아내와 나는 천생연분의 가시버시로 태어난 게 맞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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