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이곳의 선식 공급 회사에 주부식 선적과 관련한 준비 사항에 대한 여건을 물었더니, 별 다른 제한 없이 얼마든지 구매할 수 있다는 대답을 하기에 곧 선적 구매를 위한 견적서를 보냈었다.
아침에 우리가 요청한 주부식을 실은 통선이 우리 배로 나오겠다는 연락이 VHF 전화를 통해 전해 왔다.
9시에 부두를 떠난다고 연락이 왔었는데 10시 40분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고 있어 다시 전화를 연결해 보니, 곧 도착할 예정이라며 항구를 빠져나오는 수속 때문에 늦는다는 이야기를 한다.
잠시 후 선미 쪽 저 멀리 항 입구 부근에서 우리 배를 향한 모습으로 열심히 달려 나오고 있는 작은 작업선의 모습을 쌍안경으로 확인한다.
우리 배의 옆에 도착한 그 배는 짐작 했던 대로 부식을 싣고 나온 배가 맞다. 가까이 다가오면서 뿡뿡거리는 기적을 울려 우리의 시선을 끌어내려한다. 이미 준비하고 있던 선원들이 즉시 프로비전 크레인을 작동시켜서 부식 선적 준비에 돌입한다.
잠시 후 첫 번째 파렛의 부식이 실리고 작업에 참가한 선원들이 즉시 모여들어 올려진 파렛트에서 일일이 짐을 내려 냉장창고로 옮기느라 부산스러운 움직임을 보인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먹이를 나르기 위해 열심히 제 할 일에 몰두하여 움직이는 개미 집단의 일사불란한 모습을 상기해 내며 미소를 띠우곤 하지만, 언제나 그 보살핌의 마지막에는 안전사고를 낼 수 있는 잘못된 행동이나 일이 있지 않은 지에도 눈길을 두며 살피곤 해야 한다.
이렇게 주부식을 신청하여 보트로 날라 온 물품을 무사히 선내 냉동, 냉장창고로 옮겨주고 나니 적어도 앞으로 한 달 반은 먹을 것 걱정 없이 지날 수 있다는 현실이 마음을 홀 가분하게 만들어 준다.
주부식을 나르고 있는 전 선원들의 모습에서, 오늘 저녁 식탁에서는 신선한 야채를 곁들인 식단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즐거운 정황을 엿보고 있다.
특별히 동원되었던 주부식 선적 작업을 무사히 끝낸 후 그들은 다시 예정된 일과로 돌아간다.
운항 중에는 어쩔 수 없이 손 볼 수 없는 기기도 자세히 개방 검사해 가며 수리도 가능했고, 하여간 이번 기다림은 참으로 바람직한 상황을 우리 배에 주었는데 단 한 가지 아위운 것은 쓰레기 처리가 여의치 않아 배에 파리가 많이 꼬이고 있는 상황이다.
날파리 같이 아주 작은 녀석이 바글거리며 방안을 설치고 다녀서 약을 뿌리고 소독을 해보지만, 선원들 중에 먹을 것을 방으로 가져가서 놔두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녀석들이 달려들어 자손을 퍼치는 일을 시작하는 모양이다.
한 번씩 그 작은 몸뚱이들이 눈앞에 나타나 신경을 거슬러 짜증 나게 만드는 게, 이 기다림의 항차에서 유일한 부정적인 일로 치부해 본다.
육지와 가까운 곳이니, 평소 항해 중 같으면 해중에 투기할 수 있는 쓰레기도 버릴 수 없는 상태이므로, 쓰레기를 좀 더 규모 있게 모으고, 넘쳐나는 음식물 쓰레기는 버릴 수 있는 곳에 갈 때 까지는 선내에 보관할 장소로 8번 선창 내에 임시 집합소를 만들어 모으라는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 선미 갑판에 만들어 놓은 쓰레기 집합소는 이미 넘치게 된 것이다.
사진 : 선미에 준비 해 둔 쓰레기 통. 붉은색은 플라스틱 용으로 해중에 투기가 절대 금지 품목으로 항구 기항 시 육상으로 양륙해야 한다.
사진 : 선미에 준비해 둔 쓰레기 통. 종이류와 음식물 쓰레기는 해중 투기가 허가되는 곳에서만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