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냉장고

살림살이 장만하는 여자의 마음

by 전희태



JJS_58191.jpg 투묘 대기중 떠 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며.


아침나절 집으로 통화 중에 아내는 김치 냉장고를 새로 사고 싶다는 이야기를 해온다.

금년도 김장을 준비하고 있는 사정을 이미 알고 있었고, 지금 사용 중인 김치 냉장고가 너무 오래 사용한 제품이라 고장이 잦은 상황 역시 알고 있기에 아내의 의사에 찬성의 뜻을 전해 준다.

이제 김치 냉장고를 새로 구입한다는 결정에 대하여, 아내는 기쁨으로 가득 찬 마음 보이는 걸 주저하지 않은 음색으로 서슴지 않고 고맙다는 말을 하며 기뻐하고 있다.


-그거 사는 거 그렇게도 좋아요?

아내의 즐거워하는 선연한 모습이 전화선 너머로 느껴져서 나도 같이 들떠지는 어조로 거들어 본다.

-그럼요.

아내의 즉답이 그대로 되돌아온다.

그렇겠지. 여자들은 살림살이 한 가지씩 장만할 때마다 생활의 기쁨이 있다고 하던데...

집에는 그동안 김치 냉장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너무 오랫동안 사용하여 이제 제 기능이 떨어진 고물이 되어 아내는 새 것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나의 동의를 받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통화를 할 수 있는 것은 지난번 긴급으로 치과에 진료 나갔을 때 거금 50불을 들여서 이곳 대만에서 집으로 직통으로 거는 전화를 다시 개통한 덕분이다.

물론 몇 분만 거는 그런 전화가 아니고 장장 6시간 정도 걸 수 있게 카드를 입력해서 만들어 놓은 전화이니 앞으로도 계속 짤막하게는 수도 없이 걸 수 있는 상황이다.

이 전화가 없으면 이멜로 연락을 해야 하니 번거롭기도 하고 좀 귀찮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 전화로 하니 참 편하고 특히 아내의 음성을 들을 수 있어 좋다.


그 음성이 즐거움을 가득히 포함한 음색이라 듣고 있는 나도 은근히 같이 감응되어, 전화 거는 내내 달짝지근한 사탕이라도 입에 머금고 있는 기분이다.

오늘 하루도 이런 기분이 종일 계속 이어지리라는 기대로 하루의 시작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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