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가 하선을 하다

집으로 가는 길

by 전희태
JHT_994ȣ-11.jpg 하선자의 가방을 내려주려고 준비했던 길게 세워 놓은 크레인의 모습이 보이는 씨.폴라리스호의 뒷 모습.



필리핀인 선원 두 명에다 나를 포함하여 3 항사, 실항사를 합친 세 명의 한국인이 보태진 모두 다섯 명의 하선자를 위한 통선이 12시쯤에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비행기 탑승 시간은 내일 아침에 상륙을 해도 여유가 있었지만, 슬슬 바람이 일어나려는 기미를 보이는 날씨가 아무래도 미심쩍어, 하루 밤을 미리 당겨서 하선 하기를 요청했었는데 회사도 인정하여 수락해 주었던 것이다.


혹여 하선 시간을 너무 빠듯하게 예정해두고 선원 교대를 진행하다가 날씨라도 나빠져 통선의 운항이 중단되면, 그야말로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는 점을 회사가 인정하고 하룻밤 먼저 하산하도록 대리점에 지시를 해 준 것이다.

그 때문에 시내의 호텔에서 하룻밤을 숙박해야 하는 부대 경비는 발생하지만 그런 것을 아끼려다 더 큰 손실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소탐대실이란 경구를 생각하며 바둑을 두듯이 인사 담당자와 통화했던 상황을 회사가 인정하여 그렇게 진행된 것이다.


하선 통보를 받고 벌써 며칠째 짐을 싸다 풀다를 반복하며 놓아둔 가방을 마지막으로 점검하여 짐을 꾸렸고, 그걸 선미에 갔다 두어 크레인으로 한 번에 내려 주도록 준비를 해 놓았다.

통선이 도착하였다는 전달을 받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려고 갑판에 나와 준 선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후 드디어 갱웨이 사다리에 올라선다.


지나간 8개월의 순간들이 활동사진을 돌려 보듯이 범벅이 되어 머리 속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시작한다. 매번 하선 때마다 느끼는 이런 이별의 씁쓸함을 다시 만나게 될 가족 들과의 재회를 떠 올리며 달래어 준다.


이번 상륙은 우선 세관 수속과 출입국 사무를 보기위해 우선 세관 초소가 있는 가오슝 항내의 북쪽부터 가야 하기 때문에 남쪽항 입구로 들어선 통선은 북쪽을 향해 항내를 길게 통항하기 시작한다.


마치 가오슝항내를 순시라도 하듯, 아니 짧은 시간이지만 관광이라도 하는 분위기를 만끽하며 양옆의 부두에 정박하고 있는 여러 척의 배와 육상의 구조물들을 살펴보며 달리니 통선의 속력을 즐기는 편한 마음이 즐겁다.

마침 배 이름이 HONG YANG이라는 작은 선박의 모습을 보고 한국식의 젊은 여자를 부를 때 쓰는 성에다 양자를 붙여 쓰는 관습을 생각해 내며 그 특이한 이름을 중심으로 하여 사진도 찍어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연가 교대자들의 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