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행 비행기 타기 전날 밤
가오슝에서 제일 높은 빌딩으로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던 묘박지에서도 안개가 없는 맑은 날이면 그 높다란 건물이 밤에는 붉은색의 AIR WARNING LIGHT 까지 켜주고 있는 모습에 익숙해 있었다.
우리가 닻을 내리고 있는 투묘지 상공을 가로질러 가오슝 공항에 착륙하려는 비행기가 바다 위에서 육지로 접근하며 아마도 제일 먼저 눈에 뜨이는 건물이다. 물론 너무 가까이 다가서서 날게 된다면 비행기도 건물도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될 수 있는 충분한 높이를 가진 건물이다.
내일 오후의 비행기로 떠날 예정이 잡혀있는 지금 이 시간은 아무런 책임질 제약이 없으니 마냥 평온하고 그냥 뿌듯한 시간의 연속일 뿐이다.
머리카락을 흩트려 주고 흙먼지마저 휭하니 흩뿌려주어 눈살을 잔뜩 찌푸리게 만들며 지나치는 바람기 조차도, 묘박지의 배 위에서 만난 것이라면, 제일 먼저 배의 안전을 생각하였기에 조심스럽기만 했을 터인데 이제는 그런 저런 책임 사항에서 놓여나 그저 편안한 휴식을 제 맘껏 가질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하룻밤을 배에서 더 보내고 난 후 내일 오전에 나오지 않고, 이렇게 먼저 나와 있는 형편이 모든 책임에서 벗어나 있는 상황이란게 더 할나위 없이 즐겁기만 한 것이다.
구애받을 일이 없으니 그야말로 관광객이 된 기분으로 주어진 시간을 지내기로 하다 보니, 시간이 모자라는 듯 싶어 저녁 식사도 호텔 식이 아닌 밖에 나가서 하기로 의견의 통일을 하고 호텔을 빠져나왔다.
승선 중에 좀 어렵게 짬을 내어 상륙한 상황이라면 느낄 수 없는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가지고 시간에 구애됨 없이 시내 관광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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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관광 야시장으로 이름이 나있는 六合(Liuho Tourist Night Market) 시장이 열리는 저녁 7시까지는 시내를 걸어서 둘러보기로 하고 나선 걸음이기에 역사박물관 앞을 지나치게 되었으나 시간이 오후 늦은 시간이라 관람할 시간이 지났을 거라고 치부하며 그냥 건물 사진만 찍고 지나쳤다.
이 거리 저 골목을 거닐어 다리에 제법 피로를 느끼게 되었을 무렵 야시장을 찾아 들 시간이 되었다.
본격적으로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해 불을 밝히며 떠들썩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야시장의 간판 중 코브라의 모습을 그린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코브라 뱀고기를 어찌 먹을 수 있을까? 으스스한 기분에 감히 찾아볼 염을 포기한 채 지나치며 사진만 찍는다.
징그러운 생각으로 그 가게 앞을 빨리 지나치려는데 좌판 위에 쌓여 있는 뾰족한 모습의 쵸코 레이트 색깔을 가진 물건을 보고 흥정을 시작한다.
이름하여 마름이라고 하는 먹을거리로 한 봉지를 사든다.
어릴 적 촌에서 성장한 기관장이 지난번 부두에 접안하고 있었을 때 상륙하면서 야시장 장사꾼이 좌판 위에 놓고 파는 것을 보고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샀다는 이야기가 기억이 나서 나도 이번에 사 본 것이다.
두터운 껍질을 살짝 금이 가게 해서 깨어 먹기 쉽게 만들어 놓은 것이지만, 깨어 먹으려고 잡아서 힘을 주다 보면 뻣뻣한 가시가 손가락을 찌르기도 한다.
마름 : 일명 능실(능실) 능각(능각)마람, 말암,말왐
마름과의 한해살이풀. 진흙 속에 뿌리를 박고, 줄기는 물속에서 가늘고 길게 자라 물 위로 나오며 깃털 모양의 물속뿌리가 있다.
잎은 줄기 꼭대기에 뭉쳐나고 삼각형이며, 잎자루에 공기가 들어 있는 불룩한 부낭(浮囊)이 있어서 물 위에 뜬다. 여름에 흰 꽃이 피고 열매는 핵과(核果)로 식용한다. 연못이나 늪에 나는데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마름은 수면에 떠서 자라는 1년 초이다. 그 뿌리는 물밑의 감탕 속에 있고, 줄기는 물 위까지 자라며 잎은 삼각형을 띤 마름모형이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많으며 잎끝이 뾰족하다.
잎 자루에 볼록한 공기주머니가 있어서 물에 잘 뜨지만 물속에 잠기는 잎도 있다. 이 공기주머니를 손가락으로 집으면 톡 하고 터진다.
초가을에 까만 열매로 익는데 양 쪽 끝이 뾰족하여져서 날카로운 가시가 된다. 속은 하얀 과육으로 가득 차 있어서 생으로도 먹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물에서 따는 밤 같다고 하여 물밤 도는 말 밤, 말 뱅이라고 한다. 열매를 잘 말린 것을 능실(菱實), 능각(菱角)이라 한다.
마름 열매의 주성분은 단백질 21.89%, 지방 1.35% 탄수화물 6.8%, 회분 13.41%로 되어있다.
중국에서는 전분을 채취하기 위하여 연못에 재배하는 자원식물이다.
가을에 열매가 익으면 마르지 않도록 저장했다가 봄에 물을 뺀 진흙밭에 뿌리고 싹이 돋아나면 물을 대 재배한다. 수확기에 줄기를 거두어 사료로 하고 열매는 발효시켜 주정을 뽑는다. (인터넷에서 참조)
열대지방이 품고 있는 혹자는 좀 싫다고 하지만 나는 꽤 괜찮은 냄새가 시장 곳곳의 음식물 따라 조금씩 달라져 가고 있는 六合(Liuho Tourist Night Market) 시장을 거니는 발걸음에 밤이 깊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