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찾아갈 때가 다 되었다.

교대 승선해줄 배가 외항에 도착했다.

by 전희태
_JHT9593.jpg 호텔 앞 삼거리의 모습

무언가 신경을 거스르는 일이 찾아들어 어쩔 수 없이 잠에서 깨었다. 새벽 3시 30분이다. 오늘 이렇게 내 잠을 설치게 한 장본인은 어제나 그제보다 훨씬 강해진 소리를 내며 지나치는 바람이 부린 농간 때문이었다.

블라인드 창을 덜컹거리며 흔들고 지나가는 그 소리는 지금쯤 외항에서 닻을 내리고 있을 씨. 저니 호에게도 많은 영향을 줄 만큼 세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으로 여겨진 다.


오늘이 일요일이라 주말이었던 어제나 그제 같은 오토바이의 소음 횡포는 현저히 줄어들어 있지만, 여전히 내 기분을 그르치는 또 다른 원인으로 새롭게 한몫 거들고 나선 것이 거세어진 바람이 내는 소음인데 날이 밝아 오면서 보태어진 눈의 감각으로 좀 위안을 받는다.


작은 승용차 한 대가 최대로 크게 틀어준 비트 음악을 굉음으로 흩뿌려주며 거리를 질주해 간다. 바람이 세어지며 조금 추워진 거리에서는 오토바이보다는 사방이 막힌 승용차가 훨씬 더 그들의 분출하는 젊음을 거두어 표현하는 데는 낫기에 끌고 나온 모양이지~ 절로 고소를 짓게 한다

.

오전 10시에 대리점에 전화를 걸어 접안 계획을 다시 물으니 오늘 12시경에 진행될 거라며 그래도 내가 배로 들어가는 것은 오후가 되겠다고 한다.


어제까지 로 점심 식사대를 준비했던 돈이 끝났는데 아무래도 오늘 한 끼 더 먹어야 할 것 같아 다시 환전소를 찾아야 될 모양이다.

_JHT9660.jpg 호텔 로비에서 브라인드창밖을 내다 본 풍경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호텔 로비에 앉아 좀 기다려 보기로 한다. 이제는 눈에 익은 프런트 데스크 직원에게 이 도시의 역사가 얼마나 되었는지 물으며 한 오백 년은 되었습니까? 하는 의문을 덧붙이니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다고 펄쩍 뛰듯이 대답한다. 더하여 자신의 나라는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젊은 신대륙의 국가라는 토까지 달아주며 250년 정도 되었을 거란다.


대한민국이 오래된 나라라는 것을 좀은 알고 있는 투로 대답하는 거로 봐서, 그 친구 역사도 좀 배웠고 학교 물도 제법 먹은 사람이라 느꼈던 내 짐작이 맞았다는 생각에 잠깐 흐뭇함을 느껴본다.


이 도시 곳곳에 있는 여러 공원에서는 그들 나름대로의 역사적인 사건을 형상화한 조각 작품이나 인물 부조상이 눈에 많이 뜨이고 있다.

그중 제일 커 보이는 공원에도 어떤 사건과 그때의 주인공의 동상까지 곁들여 있는데 연대가 1737년으로 적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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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청동으로 형상화시켜 놓은 그 사건이 이 도시가 처음 생기며 자리 잡아 발전을 하기 시작하게 만든 일이고 연대라고 짐작이 되니 역사가 250년 정도라는 말이 맞는 모양이다.


또 다른 작은 부조의 흉상을 만들어 놓은 공원도 있는데 년대를 보니 1960년대에 돌아가신 사람으로 당시의 공직에 있던 사람임을 밝히고 있다.


마치 우리네 조상들이 청백리의 송덕비를 세워주든 식의, 뭐 그런 의미를 담은 기념물인 것 같다. 아무것도 아닌 이런 일들도 잘 모아서 보존하고 기념하면서 후세에 전하면 바로 그게 역사가 되는 것이란 사실을 이들은 일찍 깨달은 모양이다..


아직 12시도 안 되었는데 슬슬 허기가 찾아와 은행을 찾아가 환전을 시도한다. 어찌 된 일인지 이 나라 화폐단위를 자신의 이름으로 가진 은행인데, 외국환 환전업무는 하지 않는다며 길게 줄지어 서있는 사람들을 줄이기 위한 일에 직원들을 투입하고 있다.


마치 실업급여를 타려고 줄 서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그래도 환전소를 알려주는 설명을 귓등으로 들으며 빠져나왔다. 알려주는 그곳은 이미 환전업무를 해봐서 알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찾아간 곳은 삐걱거리는 계단을 올라가서 얇은 철제 빔으로 엮어 만든 문이 계단 맨 위 턱에서 잠긴 채 맞이하고 있는 곳이다. 마치 예전의 우리나라 전당포를 찾아간듯한 느낌을 준다.


문 안쪽 앞에 앉아있던 사람이 확인하듯 쳐다보더니 문을 열어주어 들어가게 한다. 몇 발자국 더 다가선 곳에 가로막힌 계산대 안에 있던 사람이 돈을 받아 검사한 후 곧 안으로 들어가 환율에 맞는 브라질 돈을 갖고 나와 건네준다. 그렇게 20달러를 바꾸어서 오늘 점심 사 먹을 돈을 마련한 것이다.

_JHT9645.jpg 길거리에서 만난 유기견들의 모습


호텔로 돌아오니, 네 시까지 찾아올 테니 그 안에 체크아웃하여 프런트에서 기다리라는 중개인의 전갈이 기다리고 있다. 즉시 짐을 싸 들고 체크아웃하려고 프런트로 다시 내려왔다.

프런트 데스크에 있던 젊은 친구가 잠시 어딘가로 연락을 하더니 내방에서 먹은 맥주 한 캔과 집에 전화 한번 걸은 전화 요금을 현금으로 지급해 달라고 요구한다. 그릴 뷔페에서 점심 먹고 남았던 돈을 다 주니 되었다고 한다. 10달러 정도 들은 셈이다.


아직 나를 찾아오겠다던 시간은 한 시간 정도 남아 있기에 라운지에 있는 텔레비전을 틀어 놓고 시청하며 이제 배를 찾아 들어갈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_JHT9661.jpg 각종 약초,허브를 팔고 있는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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