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창 수밀 조치 실시

출항 준비

by 전희태
090612-A1_0041.jpg 거품을 굳히어 수밀을 위한 틈새 막기를 해준 모습>




090612-A1_0111.jpg <람낵크 테이프로 해치커버의 틈새를 막아준 모습>



참으로 오랜만에 화물창을 출항 전에 수밀 시키는 작업의 실시를 본다.


그동안 30여 년이 넘도록 주로 광탄선에만 승선하였기에 같은 벌크선(撒物船)이라도 곡물 등 농산물을 싣는 배를 탄 기억이 제법 오래된 형편이니 이 일이 자못 낯설어 보일 정도이다.



이제 콩을 싣고 출항하게 된 마당에 새삼 예전에 쌀, 밀, 옥수수, 콩 등을 실은 후 출항 전에 바쁘게 해치커버의 틈새를 특수 테이프로 꼭꼭 막아 준 후 출항하던 때를 기억해 본다.



게다가 선적 작업이 끝나자마자 화주 측에서 준비하고 있던 FUMIGATION(훈증: 선창 내에 약품을 투입 독가스를 발생시켜 선창 내에 실려진 곡물에서 해충을 구제하는 일))을 먼저 실시한다.



일의 구분이 해충구제 등의 깨끗한 화물을 수출하는 책임은 송화주에게 있는 것이고 운송 도중의 화물의 안전한 보관 내지 수송은 모두 본선이 감내해야 할 책임이니 우리 선원들은 즉시 선창의 모든 틈새를 꼭꼭 막아주는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항해 중에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만약을 위해 한번 상상으로 어려움을 경험해본다면,.


화물창에 대한 특별한 수밀 조치를 하지 않고 출항했는데, 항해 중에 만나게 된 황천으로 인해 선수부 선창에 해수가 침수되었다고 가정해보자.


물론 해수의 침수 량에 따라 물을 먹게 된 화물은 당연히 폐기처분해야 하는 화물이 될 것이고, 더하여 수침으로 인해 물을 머금기 시작한 화물(콩 등의 농산물)이 체형을 불리기 시작한다면 아무리 철판으로 만든 선체라고 해도 어느 한계를 넘는 순간 종이보다도 더 쉽게 휘거나 찢어지는 제2의 선체 파손 사고도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늘 그런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일로서, 그런 큰 사고를 예견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 누가 당장의 힘도 좀 들고 경비도 좀 더들이는 일이라 해서, 침수 방지를 위한 사전 조치를 안 하고 떠날 것이가?


그렇기에 이 일은 곡물을 선적한 후에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로 선원들에게 남겨져 있는 일인 것이다.


선원들이 행하는 수밀 유지를 위해 선창 커버의 틈새를 막는 방법은 두 가지 방법을 쓰고 있다.

한 가지는 틈새를 채워서 막아주는 방법이고 또 한 가지는 틈새를 때워서 막는 방법이다.

전자는 보통 모기약 뿌리는 캔보다 좀 더 큰 캔을 사용하고 있다. 해치 커버 틈새에 주입 호스를 넣어서 캔에 들어 있는 약품(폴리우레탄 폼)을 넣어주면 공기 중으로 나오면서 발포하여 부피를 키우며 굳어지므로 틈새를 막게 되는 것이다.



이미 어두워지기 시작한 속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남겨진 희끗거리는 모습들이 마치 어떤 곤충이 번데기로 변할 때 자신을 보호하여 겨울을 나기 위해 스스로 뒤집어쓴 거품이 굳어버린 번데기 집을 연상하게 한다.



후자의 방법을 사용하는 팀은 해치커버 위의 양쪽 커버가 서로 맞닿아 있는 기다란 틈새 위에 열기가 가해지면 끈적거리는 기다란 테이프형 수밀재를 적당히 접착되게끔 터치램프를 이용하여 구워가며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른바 람넥크 테이프라 부르는 물건인데 틀림없이 상표명이지만 선원들의 입에는 이미 상표를 떠나 그 제품의 고유명사화되어 불려지는 물건이다.



그런데 오늘 우리 선원들은 터치램프를 쓰는 게 아니라 산소와 아세치린 가스를 이용한 불 작업으로 테이프를 붙이고 있다. 일의 능률이 오르고 빨리 끝낼 수 있다는 이점을 노리고 시행하는 일이겠지만 그걸 보는 순간 약간의 거부감을 느끼는 심정은, 오랜만에 보는 일에서 불을 쓰는 방법이 정식을 좀 벗어난 과한 방법을 따르기 때문인 것 같다.



나의 발상 능력이 그만큼 오래된 구닥다리 상태라서 일까? 찜찜한 생각을 양보하여 더 이상 뭐라고 참견하지는 않고 넘겼다. 배에서 가장 마음이 바쁜 출항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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