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배등의 탈것을 타고 3대양을 건너다.
3대양 횡단
이번 항차는 인천공항을 비행기로 떠나면서 동쪽을 향해 계속 날라 태평양을 건넌 후 미국 LA에 도착하는 일도 포함돼 있었다.
당시 한밤중이 되어서 태평양상에 그어져 있는 동서의 구분이 붙지 않는 경도인 180도선-날짜변경선-을 지났기에 5월 27일 밤 2105시경에 떠나 11시간 넘게 날아와서 도착한 시간이지만, 시간은 다시 5월 27일 오전 8시경으로 되어 있었다.
LA공항 환승 대합실에서 몇 시간 기다렸다가 재정비한 같은 비행기를 타고서 북, 남미 대륙을 비스듬히 동남쪽으로 가로질러서 브라질 상파울루로 날아가 도착한 것은 현지시간 5월 28일 오전 9시 30분경이었다.
거기에서 우루과이와 국경지대 가까이 있는 브라질의 리오그란데 항까지는 국내선과 자동차를 번갈아 이용하여 도착했던 것이고 그 리오그란데 항을 예정했던 계획에 의거해서 교대 인수받은 후, 6월 5일 7시 30분에 리오그란데 항만 도선사를 내려주고 계속 93도로 동쪽을 향한 침로를 유지하며 대서양을 건너가기에 임했던 것이다.
매일의 일과가 거의 같은 상황의 날들을 보내면서 이제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랜드 폴(주*1)의 그림자로 확인할 때쯤 인 6월 17일 17시경에 인도양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이렇게 남아프리카 희망봉 앞바다에 도착했으니 싱가포르까지의 1/3 정도의 여정이 지나고 있는 것이다.
그간 이 바다에서는 너울을 동반한 바람으로 인해 배가 좀 심하게 롤링을 해서 힘든 속이었지만 그래도 브라질 해사 당국에 내는 하루 한 번의 위치보고는 열흘 넘게 계속했고 며칠 전에 마지막 보고 구역을 빠져나와 최종 보고를 하며 그 일은 끝났다
. 이런 일련의 일을 겪게 되는 상황을 현장의 안목으로 볼 때, 나는 땅덩이는 넓지만 고만고만한 나라들이 자국의 국력을 과시하는 한 방편으로 이 제도를 이용한다는 느낌을 안 가질 수가 없었다.
또 다른 위치 보고를 강제하는 나라 중 대표적인 나라에 호주가 있다. 세계에서 이런 위치보고를 받는 지역이나 나라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브라질이 이 제도를 처음 시행할 무렵만 해도 세계는 배타적 경제수역 선포다, 대륙붕 200해리 선언 등이 다시 떠오르던 이슈로 시끄러운 시절이었다.
따라서 그 나라가 자신이 대국이라 느끼고 이런 제도를 만들어 우리를 귀찮게 하는가 하는 곱지 않은 심정이 들었지만, 그들의 항구를 찾아들어야 하는 우리 들로서는 모든 걸 감수하며 참여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이제 세월이 그만큼 흐르고 보니 이 제도도 제대로 자리 잡혀서 브라질 당국이 제법 큰소리치며 본선 위에 군림하는 느낌마저 들게 하고 있다.
강제적인 보고를 해야 하는 일의 참여에서 벗어나 이제부터는 회사와 용선주에게만 연락을 가지고 좀 한가하게 시간을 운용하며 달릴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고 편해지는 마음이 들었는데 또 다른 일이 달려든다
2009년도 상반기 PCSOPEP훈련을 위해 하루를 투자할 일이 생긴 것이다.
PCSOPEP란 PANAMA CANAL SHIPBOARD OIL POLUTION EMERGENCY PLAN이란 긴 명칭을 가진 책자의 이름을 줄인 것으로 우리 말로는 <파나마 운하에서 선상 기름오염에 대한 긴급 대응계획>이다.
간단히 이야기해서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때 기름오염 발생 시 해야 할 일들에 대한 본선 조치사항과 통신 보고 관계를 미리 검증해 보는 훈련인 것이다.
이 일은 정해진 23가지의 기름 오염을 위주로 한 본선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상 상황 유형에서 한두 가지를 택해서 훈련하며, 그 훈련상황을 파나마의 관계된 사람에게 통보해주는 통보 훈련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본선의 보고를 받은 담당자가 훈련이 끝난 다음 본선이 보낸 훈련내용을 수신했다는 확인을 받으면 끝나는 훈련이며 이 기록을 잘 유지하고 있다가 파나마에 입항할 때에 승선하는 검사관에게 제시하여 검사받아야 운하 통과가 허가되는 것이다. 검사가 패스 안되면 몇 천 불의 벌과금이 부과되며 심할 경우 운하 통과도 거부되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강제적인 훈련이 싫고 버겁기만 하다고 마음을 먹는다면 더욱더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 훈련을 하는 긍정적인 쪽으로 서야 하는 일로서도 훈련은 필요한 것이다.
비록 귀찮고 힘든 일 일지라도 꼭 필요한 일로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모두가 훈련에 참여할 때 그 효과는 비상 상황에 대하여 최대의 대응 능력을 키워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처음으로 해보는 이 훈련상황에서 훈련도 중요했지만 이렇게 긍정적인 눈길로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승선 생활하는 데 너무나 많은 도움을 주게 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 할 수 있겠다.
주*1 랜드 폴(LAND FALL) : 장기 항해 중에 처음으로 육지를 발견하는 상황. 지금에야 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을 정도로 당연한 사항이 되었지만, 범선 시대에는 그것도 처음으로 항해하는 항로에서 맞이할 수 있는 랜드 폴은 바로 새로운 육지의 발견일 수도 있는 큰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