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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저녁에 입항하며 그대로 접안을 하여 모처럼 시내 외출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지만 그냥 배를 지키고 있었다
이곳까지 싣고 온 화물의 반이 조금 안 되는 양만을 풀어주고 두 번째 항구로 떠나는 예정이 육상의 기계들이 고장 나는 때문에 작업이 늦어지게 되어 이틀 예상했던 정박기간이 나흘로 늘어났다.
그렇게 이곳에서의 작업은 저녁때 끝났지만 야간에는 출입항을 시키지 않는 관례로 그냥 부두에 메어져 있어 모처럼 다른 데 신경 쓰지 않고 외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머리를 깎겠다는 생각으로 상륙을 하기로 했다.
이곳 대리점에서도 권장(?)하는 SEAMAN CLUB이라는 곳에서 오는 차를 타고 나가기로 한다. 이들은 선원들이 찾는 업소에 데려다주고 아마도 그들 업소에서 사례금을 받아 운영하는 식으로 승용차 서비스를 하고 있다.
선원들 입장에선 당장 차비가 들어가지 않기에 유쾌한 서비스를 받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음식점, 술집, 상점 등 선원들이 찾은 곳의 음식 값이나 술값의 단가가 매우 비싸져 이른바 바가지요금을 물게 하는 어두운 구석이 있는 게 흠이다.
보아하니 이런 일을 하는 것도 큰 이권이니까 뒷골목 주먹들이 개입된 것이란 생각이 절로 든다.
정치적으론 공산주의 사회이지만 일반 사회에서는 실용적인 자본주의 형식을 많이 도입하여 무섭게 그 경제규모를 늘리고 있는 중국의 모습을 여기서도 보게 되어 섬찟한 마음이 절로 들게 한다.
하여간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이 그 차를 이용하는 방법밖에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등 떠다 밀리듯 그 차를 탔다.
이발소를 찾기 전에 간단한 일용잡화를 구입하려고 슈퍼를 찾아가기로 하는데 데려다준 곳은 까르프 매장이다.
한 달 반이 조금 넘어서며 밟아 보는 땅에서 그동안 맡아보질 못했던 친근한 육상의 공기가 내 콧구멍을 통해 사람들의 땀냄새와 뒤엉킨 독특한 향기(?)가 시원한 냉방 공기에 포장되어 밀고 들어선다.
오래간만에 사람 사는 북적거리는 곳에 찾아온 나 자신을 확인시켜주어 삶이란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후루룩 들이마시는 콧김에 서려 들어서고 있다.
칫솔과 양치질 액을 사서 꾸려 들고 돌아서는데 누군가 인사를 걸어온다. 같이 상륙한 조리장이 아는 채 그 인사를 받으면서 인사를 걸어온 사람은 우리를 밖으로 데려다준 운전기사의 동료가 되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순간적으로 감시당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 나쁜 감정이 들었지만, 어쩌겠는가 먹고살기 위해 이들이 하는 우리를 놓치기 싫은 고객으로 대하고 있는 좋은 일이라고 바꿔 생각하기로 하며 아는 체 인사에 응답해 준다.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어둠이 찾아와 상점가의 불들을 밝히며 노래하는 분수가 내뿜는 색색가지의 물줄기가 선 보이고 있다.
같이 발맞추어 걸어 나오던 그 친구 왈 저 분수가 아시아에서는 제일 높게 솟구치는 물줄기를 가진 분수라며 자랑하는데 글쎄 그 말이 믿어지질 않지만 그냥 긍정해주는 태도로 응수해주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포알 같은 물줄기가 내리는 장맛비가 와서 세상 결판이라도 내려는 듯 온 나라가 떠들썩한 모양인데, 이곳에 찾아와서는 계속 비가 인색하여 만나기가 힘들었었는데, 여기서는 슈퍼마켓 매장을 한 바퀴 돌고 있던 중에 비가 한줄기 지나간 모양이다. 뜨겁던 대지가 훨씬 누그러뜨려진 상태로 열기를 식혀가고 있다.
주차장으로 안내해 주는 데 아까 우리가 타고 나온 다인승 승합차가 아니고 이번에는 승용차로 다가가서 문을 열어준다
움직이기 시작한 차 안에서 이제 내가 나온 목적인 이발소로 데려다 달라고 이야기한다.
이발료가 70위안이라며 대려다 준 곳에서는 제일 먼저 손님을 앉혀놓고 머리를 물비누를 가지고 한참 동안 비비고 거품을 만들어 내어 주물러 주더니 세발 하는 곳으로 옮겨 물로 씻어준 후 다시 조발하는 곳으로 옮겨 앉히고서야 가위로 깎아주기 시작한다.
하기야 결혼 얼마 후부터 아내가 해주는 자가 이발을 해온 내 형편이라 우리나라에서도 이발 안 해 본 지가 몇십 년이 지났으니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네와는 이발의 순서가 좀 틀린 것 같다.
물거품을 내며 씻어주는 사람은 묘령의 아가씨들인데 숙달된 몸동작은 유연하지만 조금은 굳은살이 박인 우악스러운 피부감각을 느낄 수 있는 손으로 이 모든 일을 하는데 마지막으로 간단한 마사지까지 해주고 다른 장소의 의자까지 따라와 인계해준다.
그곳은 가위를 들고 있는 남자 앞이다. 매우 숙련된 모습으로 차분히 머리를 깎아주는데 끝나고 나서 머리카락을 털어내며 다시 머리를 감겠는가 물어 오기에 그러자고 하니 다시 아까 머리를 감기던 곳으로 보내준다.
이번 머리 감기는 비누를 쓰지 않고 그냥 맨 물로 잘린 짧은 머리카락만 훑어 내리는 식으로 끝내준다.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려준 후 이발이 끝났음을 알려준다.
좀은 시끄러운 음악이 계속 스피커를 울려대는 속에서 예전의 우리나라 이발소의 그림틀처럼 이런저런 조발 한 남성들의 헤어 컷 모습을 사진으로 높이 걸어 둔 이발소에서 이제 마지막 코스인 돈을 지불하는 카운터를 찾아가니 이런저런 저희들 간의 눈치로 이야기하더니 계산기 화면에 70이라고 찍어서 보여준다.
1달러가 RMB 6.8이니 RMB 70은 10.29달러이니 우리 돈으로 하면 12,900원 정도의 돈이다.
나를 그곳으로 안내한 친구들에게 얼마의 사례비가 들어 있는 것이기에 그만큼 늘어난 것일 게다.
왜냐하면 내가 계산하는 광경을 그가 옆에서 뭐라고 하며 끝까지 지켜봐 주었기에 그리 짐작되는 상황인 것이다.
통상적으로 이발 요금은 10위안 정도이고 많이 받는다고 해도 20위안인데 70위안이라면 세배가 넘는 매우 비산 요금인 것이다.
이제 그들이 나를 시내로 안내해준 주목적이 있는 곳을 향해 차를 몰아간다.
차를 세워 내려준 곳은 Golden Rose Bar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이런 식으로 손님을 데리고 와서 영업을 하는 술집이다.
문밖까지 마중 나와 손님을 안내하는 아가씨는 생김새로 건수를 올리는 사람이 아닌, 말로서 승부를 내려는 아가씨답게 능숙한 영어로 접대에 응한다
그러나 지금 저런 나이에 이런 직업을 택하여 처음 보는 아무 남자에게나 상냥하게 말을 걸어 계속 이야기하며 돈을 벌어야 하는 그녀를 생각해 보는 내 마음은 그녀와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게 한다.
그냥 맨숭거리는 마음으로 겨우 대꾸해주는 내 태도가 어쩌면 그녀도 오늘 손님은 별로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밤늦은 시간이 되어 뱃속이 좀 출출하던 판인데 그들이 저녁으로 먹는 대나무 잎에 싸서 쪄낸 찹쌀과 갖은양념이 배인 음식을 나도 하나 먹어보자고 청했다.
먹어보니 맛이 괜찮다. 이름이 뭐냐고 물으니 종이를 가져다 棕子라고 써준다. 발음은 종~쯔 라고 하며 이곳 지방의 것이 가장 맛있다는 이야기를 하며 자랑을 시작한다.
어느새 맥주 몇 잔이 들어간 기분은 옆에 앉은 그녀를 새삼 여자라는 느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절실하고 욕망이 들어선 날이 선 감정으로 발전하기에는 나 자신을 주체하는 자제심이 너무나 확고하다
. 어쨌거나 아무런 감흥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 별로 생각지도 않았던 그녀를 여자라고 보게 되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내 몸의 반응이 은근히 기쁠 뿐이다. 내가 아직은 살아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으니 말이다.
자 계산하자고 일어서는 나에게 내밀어진 청구서는 비싼 편의 가격이긴 하지만 각오하고 있던 때문인지 그냥 내어 줄만한 청구였다. 내가 먹은 종~쯔만이 아니라 그들은 자신들이 먹은 것 까지 모두 포함해서 청구한 게 좀 기분을 언짢게 하기는 했지만…
돌아오는 차 안. 어둠에 묻혀있는 거리를 차창 밖으로 보며 오늘 쓴 돈을 가만히 계산해본다. 그래도 머리를 마음에 들게 깎은 것이 그만큼 쓴 돈을 아깝지 않게 해주는 일이라는데 수긍을 하며 오랜만에 땅김을 쏘인 느긋함을 어느새 입안 가득 괴인 침과 함께 삼킨다.
닝보의 이웃 항구인 베이룬 부두에 접안을 기다리며 투묘 대기하고 있든 우리 회사 자매선 씨. 퀸의 모습은 출항 후에 만난 모습을 지나치며 찍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