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하선으로 보낸 선원

말썽부린 선원의 하선조치

by 전희태
090814_004manam_is1.jpg <흰 연기를 뿜어내고 있는 활화산의 모습. 선원들중에는 갑자기 연기를 뿜어내는 활화산 마냥 분출할 불만을 가진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





오랫동안 외항에서 기다리다가 부두 접안을 하였기에 선원들의 상륙을 규제하지 않고 그냥 자율에 맡겨 두었다.


그렇긴 해도 귀선 시간을 밤 열두 시까지는 들어오라고 공고하고 시킨 상륙인데, 12시가 넘어 새벽이 지나고 다음날이 되어도 들어오질 않은 사람이 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흐리게 한다던가? 꼭 그 짝이 난 이 친구는 술만 먹으면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는 필리핀인 조기장이다.


 지난번 브라질에서도 꼭 같은 일을 하여 이미 경위서를 제출하였고 그 후에도 다른 동료들과 싸움을 하여 다시 경위서를 내놓고 있는 자신의 주제를 파악 못하고 있는 친구이다.


어제는 굉장히 맑은 날씨여서 하역 작업도 잘 진행되었었는데 아침이 되면서 좀 꾸물거리는 날씨를 보이더니 기어이 안개 같은 비를 내려서 작업을 못하게 하고 있다.


지금 이 날씨만큼이나 유쾌하지 못한 일을 겪느라고 마음이 뒤숭숭하지만 하나씩 한 가지씩 차근차근 풀어나가며 마음을 토닥여 주고 있다.


이 배에 승선하던 날인 지난달 3일 브라질의 리오그란데에서 한 선원이 저녁에 외출을 나갔다가 안 들어오는 일을 저지른 적이 있었다.


당시 마음속에서 앞으로 저 친구가 내게 고심할 일을 만들어 주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를 가졌었는데 결국 그런 걱정대로 그 친구 여기 난통에 와서도 그때와 꼭 같은 잘못된 일을 반복하여 저지르고 있으니 더 이상 방관할 수가 없어 하선시켜 집에 보내기로 마음을 굳힌다.


이미 결혼도 하여 아이가 태어나 가족도 여러 명 있는 것으로 알기에 될 수 있으면 연가 때까지 승선하고 있도록 봐주려고 경위서만 받고 눈감아 주기로 작정하고 있었다. 그렇듯 그 친구에 대한 호의적인 배려를 베풀고 있었건만 이제 더 이상은 어렵게 된 것이다.


이제 두 달 반만 있으면 연가가 되는 시점에-제 버릇 개 못 주고- 또 재발하여 사고를 내었으니 다른 사람들에게 경종도 주고 피해도 줄이기 위해서는 본보기로라도 이제는 어쩔 수 없이 하선하도록 조치를 취할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게 된 것이다.


술만 먹으면 제정신과 몸을 가누지 못하고 흥청망청하였으니 제 받는 돈 뻔한데 어쩌면 바가지 쓴 돈에 인질까지 되어 하룻밤을 지냈는지도 모르겠다.


동료들이 찾아가서 데리고 들어올 때까지도 아직 술이 덜 깬 상태로 빚을 져가며 늘어지고 있었다니, 어찌 그런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 것일까? 속내에 한번 들어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들 지경이다.


73년 8월생이니 아직 36살밖에 안된 친구인데, 모든 선입견을 떨쳐내고 가만히 살펴봐도 영락없는 완전히 술에 절어 버린 알코올 중독자로 보이는 건 내 눈이 어째서 일까?


이제 그렇게 강제 송환당하듯이 집으로 돌아가면 받을 돈도 없이 오히려 비행기표며 이번 귀국하는데 들어간 모든 경비를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처지가 되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일을 그 꼴로 만들어 하선하게 되었으니, 난 그 모습 안 보려고 그가 떠날 때에 방에서 내려가질 않았다.


회사에서는 그 친구의 하선 조치를 요청한 내 말을 들어주기로 하여 그에 맞는 서류를 작성하여 보내주도록 요구해왔었다.


난생처음 어쩔 수 없이 선내징계위원회를 열어 그 친구에 대한 하선 결정을 내렸고 그 회의록을 복사하여 보내주고 하선한다는 비행기 스케줄을 기다리려던 마지막 순간에 중국에서 하선하기 위한 비자를 내는데 시간이 나흘 이상 걸리므로 우리가 머무르고 있는 동안에 비자가 나올 수 없으니 차항에서 교대시키겠다는 답신을 받았었다.


 마치 벌집을 쑤셔 놓듯이 마지막까지 간 일인데 잠깐이나마 여기서 없던 일 같이 치부하여 멈춘다면 앞으로 호주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맘을 제대로 놓을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리라는 예감에 필연코 여기에서 하선을 시키도록 대리점에 요청하기로 작정했다.


갑작스러운 비자 신청에 고개를 살랑이던 대리 점원이 내 걱정과 상황에 동감을 하고 자신의 보스에게 한번 알아본다고 나가더니 하선시키도록 길을 열어가지고 온 게 엊저녁이었다.


이 아침. 8시에 데리고 나가더니 시간이 한 시간이 지나도록 안 오고 있어서 은근히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10시가 다 되어서 나타나서는 몸만 데리고 경찰서(이민국)로 다시 간단다.


드디어 하선 수속이 시작되었으니 이제 이 일은 내 손을 떠나 우리 배에 끼칠 영향이나 걱정을 한 가지 잘 덜어내어 홀가분해지긴 했지만 돌아봐 그 친구 입장을 생각하면 그 인생이 참 불쌍하기만 하다.


엊그제 밖에 나가서 술집에서 지낼 때 외상 진 돈이 몇 백 불이나 된다는 소문이 나있어 어쩌면 우리 배의 출항 전에 외상값을 받으러 오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냥 보통 사람의 사고방식으론 도저히 용납 못 할 생각과 행동을 하며 생활해온 그 선원을 보며 집에 가서는 마음을 바로 잡아 술도 끊은 세 사람으로 거듭 나기를 기원해줄 뿐이다.


그렇게 될 것이라 여기고 있던 일이 결국 찾아왔다. 돈을 받으러 SEAMAN CLUB의 업주가 찾아온 것이다.


650 $이라 적힌 종이쪽지에 그 친구의 정식 서명 대신 그냥 자신의 첫 이름을 적어 준 것을 들고 찾아온 것이다.


 네가 서명한 거로 인정하느냐니까? 우물쭈물하는 입속말로 뭐라 그러는데 인정하기가 싫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변명을 늘어놓는 말들부터 하는 것이다. 필리핀 선원들이 잘하는 태도라고 우리가 느끼고 있는 행동인 것이다.


그 얼굴을 쳐다보려니 한 볼 따귀를 쥐어박고 싶은 심정도 들지만 그래 봐야 나만 몹쓸 사람 되는 거니 그냥 참으며 아무래도 청구액이 많아 보이니 너희 둘이 액수를 조정해서 영수증을 만들어 주면 돈을 주겠다고 하며 방으로 돌아오는데 거의 그냥 따라 들어오는 정도의 빠른 시간을 두고 녀석은 해결을 봤다며 노크를 한다.


그 받은 영수증을 오늘 당장 회사로 보내어 청구할 것이라 이야기해주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될 건지를 아직 실감 나지 않은 것 같은 답답한 모습에 오히려 내가 안달이 나니 은근히 짜증스럽다.


1400달러란 적지 않은 돈을 들여 급행으로 비자 수속을 하여 보내 게 된 그 선원이 지금 배를 떠난다고 현문에서 연락이 왔다. 나는 한 30분 전에 먼저 작별을 해주고 지금 떠나는 모습은 보질 않기로 했기에 워키토키로 보고를 받은 것이다.


그 행실이야 밉지만 막상 떠나보내는 심정은 그리 편하지만은 않아 그렇게 한 것이지만, 지금껏 보아오던 걸로 미루어 그 친구 이번에 여기서 안 내렸으면 호주 가는 동안에 무슨 일을 낼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에 회사가 포기한 비자 수속을 힘들지만 여기서 하도록 진행시켜 보내게 된 것이다.


외출해서 술 먹고 빚을 진 게 자그마치 500달러-그것도 깎아서-가 된다는 것을 갚아주었으니 지금 주머니에 돈이 있을 리 없는 걸 알고 있으니 내 마음이 편치 않다.


그래서 내 주머니에서 20달러를 내어서 집에 가는데 보태 쓰라고 주었지만 혹여 그 친구 그걸로 마닐라에 내려 술이라도 안 먹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직장인으로서는 믿을 수가 없는 존재로 배에서 쫓겨 떠나게 된 것이다.


 어쨌거나 이제 한시름 덜어내며 답답하던 마음을 조금은 풀어헤칠 수가 있게 되었지만, 어느 한 개인의 운명이 본의는 아니지만 그렇게 내 손을 거치며 변형되어 간다는 사실 앞에 잠깐 망연해지는 심정 또한 못 본채 하기가 어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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