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고 좋아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실수로 그런 일을 저질러 놓고는 그 치다꺼리를 하느라 진땀을 뺀다.
배를 타고 각국을 드나들며 느껴지는 일들 가운데 입항을 위한 서류가 예전보다 굉장히 까다롭고 종류도 많아졌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예전에는 별로 큰 어려움 없이 드나들었다고 느꼈던 항구도 몇 년이 지나서 다시 찾게 되면서 입항 서류를 준비하면서 까다롭고 엄격한, 구비하고 제출해야 하는 서류의 종류에 절로 주눅이 들 정도로 긴장을 강요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이번 호주에 입항하면서 그런 서류 중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인 세관에 제출하는 명칭이 CREW REPORT라는 서류가 있다.
자기네 전산용에 맞춘 서류로 그냥 선원명부로 보면 되는 서류이다. 이 서류에 적어 넣는 각자의 이름은 1,2,3의 이름으로 구분하여 적어 넣고 여권번호와 출생년월일을 기재하게 되어 있다.
사실 우리네 한국인으로서는 발음하기도 힘든 외국인-필리핀인-의 이름을 영문 철자로 적어 넣다 보면 아무래도 철자가 한 두자 틀려지며 오타를 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에 조심하고는 있지만 삼항사에게 시켜서 하는 일이라 그냥 믿고 하는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서류를 이멜로 보내었는데 아뿔싸 두 사람의 정보가 틀려진 채 나갔다.
한 사람은 영문 이름의 철자에서 E를 I로 잘못 쳐서 문제가 발생했고 또 한 사람은 생년월일이 아예 틀려져서 다른 사람이 되었으니 어떻게 된 것인지 확인하는 이멜이 대리점을 통해 들어온 것이다.
깐깐하기로 유명한 호주 세관의 관리가 어떻게 된 것인지를 따져 물어 온 이멜을 출력해서 받아 든 순간 아뿔싸 일이 났구나! 하는 걱정부터 나서니 더욱 흥분되어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어떤 배에서는 이와 같은 일로 허위보고를 했다 하여 벌금을 물린 경우가 있다는 소문도 듣고 있기에 찾아드는 걱정이다.
하지만 그러고만 있을 게 아니라 될수록 빨리 일을 해결하기 위해 3 항사부터 찾았다. 3 항사는 자신이 만든 서류가 잘못된 것임을 아는 순간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과 후회가 되는 상황임을 깨달아 어찌할 바를 모르는 표정이다.
-우선 이들이 물어 온 상황을 빨리 알아내도록 하자.
-봐라 이름 철자하고 또 한 사람은 인적 사항이 없으니 우리가 보낸 준 것하고 실제 하고를 다시 비교해 보자.
24명의 승조원 명부를 찾아내서 호주 폼에 맞추어 보낸 명단을 살피니 잘못을 저지르고 있었다.
잘못된 곳을 찾아내어 시인하고 첨부한 대로 고쳐줄 것을 요청하며 새로이 고쳐진 명부를 첨부하여 보냈는데 보내고 잠시 후 이번에는 또 다른 엉뚱한 미스 타이핑을 찾아내어 속이 타 들어가기 시작한다.
처음 보낸 것에는 제대로 되어있었는데 다시 보내주며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일항사의 국적을 필리핀이 아닌 대한민국으로 해놓고 있는 것이 아닌가
너무 조심한다고 하다가 괜스레 일을 그르치는 우를 범한 셈이다.
혹시 또 지적되어 오는 것이 아닐까 속이 타 들어가는 심정인데 그래도 그걸 탓하는 이멜이 안 오니 아직까지 그걸 열어서 쓰지는 않은 경우로 기대를 가지고 앞으로 그 잘못된 것을 대 관청 업무에 사용할 것에 대비하여 다시 틀렸으니 고쳐달라는 이멜을 넣기로 한다.
미안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한 마음을 감추며 보낸 이멜에 대해 대리점에서는 한참 후 아래와 같은 가장 바라고 있던 바람직한 대답을 보내왔다.
Captain
All well noted and cfm all in order.
Best regards
Mark Jenkins
어휴! 요 며칠 이상한 불안감이 나를 사로잡더니 결국 이번에 그 불안감이 나타낸 일은 바로 이 일이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