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 많은 좁은 구역 항해하기

JOMARD ENTRANCE를 통행하며

by 전희태
090815-0211.jpg <조마드에 뿌려진 노을의 빛>



내가 처음 이곳 JOMARD ENTRANCE를 통과하던 때는 아직 GPS가 없던 시절 레이더만 가지고 접근하여 위치를 찾아내가며 그 좁은 수로를 겨우 찾아들곤 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니 레이더의 성능이 별로 인 배에서는 수로의 입구를 찾기 위해 너무나 많은 심혈을 기울이며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여 위치를 추정하여 조심스럽게 접근하여 입구를 찾아내었을 때 그 기쁜 마음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었던 기억이 새롭다


이번 항차 ABBOT POINT를 찾아가기 위해 그곳의 해도를 모두 챙기며 수습하여 항로 설정을 하도록 2 항사에게 지시했을 때 나는 당연히 그가 이곳을 다녀 본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 알고 제대로 해도를 청구하고 항로 설정도 했다고 믿고 있었는데 막상 출항한 후 체크하면서 보니 그는 이곳을 다녀 본 적이 없는 항해사로 항정을 조마드 항로가 아닌 더 돌아가는 다른 코스를 설정하고 있었다


그리 되면 항로가 150마일 정도 더 늘어나는 상황이 되므로 조마드를 통과하는 항로로 바꾸기로 결정하고 다시 챙겨보니 예전 해도가 불완전하게나마 이어지는 상황으로 있는 것을 확인하였고 그것으로 조마드 통항을 결단하기로 했다.


제대로 부하를 챙기며 일을 진행하지 못한 잘못에 대한 모든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실행하기로 한 결정이지만, 조마드를 통과할 날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면서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불안감은 소화불량을 일으키며 설사까지 동반하며 대들 정도여서, 더욱 마음을 가다듬어가며 항해에 임하였다.


새벽 3시에 브리지에 올라가서 차트의 축적이 많이 차이가 나는 두 차트를 이어가며 예전에 이곳을 다니던 시절에 사용하던 항로를 기억해내며 새롭게 침로선을 바로 잡아넣는다.


새롭게 보정해 준 침로를 따라 항해하도록 명령을 내려주고 브리지를 떠나면서 겨우 마음을 다잡아 안전하게 항행을 할 것이란 자신감을 스스로에게 부여해줄 수 있었다.


오후 5시 조마드 를 향한 마지막 변침을 하며 이제 이곳을 무사히 빠져나가는 일이 어렵지 않다는 결론을 얻으며 그간 며칠을 혼자 맘고생하던 일이 불꽃이 사그라진 재 마냥 부스스 부스러지며 날아가 버린다.


저기 그렇게 지나다니며 보아 오던 조마드 등대가 불을 켜 줄 시간이 되어 오는 데 허연 이빨을 한 번씩 들어내 보이던 난파선의 구덩이 산호 밭에서 빛바랜 흑백 사진의 실루엣처럼 마스트만 남은 난파선의 잔재가 불 없는 등대처럼 서 있는 것을 억지로 들여다보는 쌍안경 안에 넣는다.


이제 다 빠져나왔다.


잠시 남하하다가 왼쪽으로 틀어주면 뉴캐슬 시드니를 향해 가는 것이고 오른쪽으로 틀어주면 우리가 가려는 ABBOT POINT를 향해 PALM PASSAGE를 파고들기 위해 호주가 자랑하는 세계 자연문화유산인 GREAT BARRIER REEF를 가로질러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이미 어둠이 차지해버린 대기 속으로 불빛을 멀리로 깜박거리며 보내주는 조마드 등대가 선미로 흘러가 버렸다.


나도 선교를 물러나며 지난 며칠간의 불안감을 완전히 털어내고 오늘은 좀 일찍 잠자리로 들어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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