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 삼역을 해서 그랬나
아침에 가고가와 부두를 떠난 상황에서 비산세도 동부해역을 들어서서 찾아가야 되는 두 번째 목적항인 사까이데를 향한 항해가 순조롭게 이어져서 오후 4시 42분에 부두에 접안을 하였다.
그런데 기분 좋게 찾아 들은 상황이 입항 수속을 하려고 올라온 대리 점원에 의해 완전히 엉망진창의 기분이 들게 되었다.
해치커버 양현 안쪽 위에 다 세이프 네트를 모두 치지 않았다는 일로 인해 언성을 높이더니 얼굴까지 붉히며 안하무인의 행동으로 큰소리를 친다.
백 보를 양보하여 생각해도 그는 배의 입항과 더불어 배를 위해 서비스해줘야 하는 선박 대리 점원일진대 그 선박이 설사 조금의 잘못을 했다고 해서 이렇게 까지 언성을 높이며 마치 싸움이라도 걸듯한 태도로 윽박지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지 않을까?
지금껏 배를 타면서 이렇게 황당한 경우는 처음 당하는 경험이다.
요사이 해운에서의 추세는 배가 입항하면 무엇인가 하지 말라는 일이 너무 많아서 그게 선원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 되어 힘들게 하는 게 많기는 하지만, 이렇게 사람을 면전에다 놓고 마치 죄인 취급하듯 큰 소리로 나무라며 신경질을 부리는 경우는 그래도 너무 한 상황인 것이다.
그만 해줬으면 바라며 그래 잘못했다고 이야기하며 접근하지만 오히려 더욱 기고만장하여 큰 소리를 치며 이제 현장까지 나가 보잔다.
가고가와에서 작업을 끝낸 홀드의 헤치 커버 위에는 접안한 한쪽의 커버 위에다 안전 네트가 처져 있었지만 막상 이곳 사까이데에서 작업할 3번과 5번 창에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선원들은 앞으로 이곳을 떠나 북태평양의 난바다에 나갔을 때 선창 청소해야 할 것에 대비한 사전 준비의 선창 청소를 하느라고 미처 그 준비를 소홀히 한 것인데 자신이 그렇게 이멜로 보내며 알려주었는데 그대로 하지 않고 들어왔다고 하역회사에서 작업을 거부하면 어쩌겠느냐고 따지고 있다.
시간 싸움인 타임 차터에서 그런 일로 시간이 소모되게 되면 당장 우리 회사에 입금될 용선 금액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도 있는 셈이니 무조건 잘못했다고 아주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대꾸하지만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는 그냥 확 받아 버려 하는 생각도 들게 만든다.
접안한 부두가 미쓰비시 화학의 개인 부두라는 데 생각이 미치니 마치 예전 일제의 압제 하에 있었던 악질적인 일본 사람의 행패에 꼼짝 못 하고 당하기만 하던 우리네 선조들의 형편을 경험하기라도 하는가 싶다.
조그마한 권력을 부풀려 가지고 남 앞에서 으스대며 큰소리치는 소인배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결국 받은 명함의 이름에는 大崎 実男(Oosaki Jitsuo)라고 적혀 있지만 결코 이름 같이 그렇게 큰 사내는 아닌 것 같다.
<三菱化學物流株式會社 四國支社 의 營業部 海運課 (Mitsubishi Chemical Logistics Corporation Shikoku Branch)>에서 현장에 나오는 입장이라면 그렇게 특출하지 못한 직위에 있는 사람이건만 그 하는 짓을 보니, 우리가 전형적으로 이야기하는 <ㅉㅂㅇ>로 칭하며 별로 좋은 마음을 가지고 대하지 못하고 있는 일본 사람들에 대한 전체적인 이미지를 더욱 흐리게 만드는 그런 대표적인 사람이라는 마음을 가지게 만든다.
그렇게 큰 소리를 치고 있는 그와 함께 상대하며 나설만한 하역회사의 훠맨이나 관계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하역은 지체 없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지금 급하게 치고 있는 네트 작업 때문에 작업이 중단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는 그의 말이 그냥 허풍같이 되어 버리는 순간이지만 나는 더 이상 대꾸를 포기하고 그냥 그가 하는 대로 바라보는 것으로 대하고 있었다.
이윽고 네트 치는 작업이 다 끝났다. 그제야 좀 잠잠해진 그를 끌고 필요한 입항 수속을 하려고 다시 사무실로 향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는 세 개의 직함을 가지고 나를 대하고 있었다. 출항하기 전에 만든 Statement of Facts에 서명을 할 때 그 혼자서 아래와 같은 세 개의 직함을 쓰기 위해 양손을 모두 사용해가며 각각 다른 서명으로 한 장의 서류에 버젓이 사인하여 나에게 주었다.
SHINSHO CORPORATION의 As Representative of Consignees로서
Mitsubishi Chemical Corporation As Cargo Receivers
Mitsubishi Chemical Logistics Corporation As Agents for Kawasaki Kisen Kaisha, Ltd.
그러니 우리 배가 싣고 온 화물에 대한 수취인의 대리인이고, 송화주의 대리인에다가, 우리 배의 용선주의 대리인도 겸하고 있으니, 갑을병 모두의 대리인으로서 우리 배 보기를 우습게 보았을 거라 접어주기로 했다.
그렇지만 너무 큰 소리를 낸 그의 태도로 인해 일본에 대한 우호적인 기분을 구기게 한 항구 사까이데는 불개항장이었다.
따라서 그가 <우물 안 개구리 > 같은 허세로 그렇게 행세했었구나. 접어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