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포트 무디를 찾아가는 길목에 있는 요트 정박지의 모습>
이번 항차 두 군데의 부두를 찾아가서 싣게 된 샛노란 유황의 색깔은 마치 봄에 피는 노란 개나리의 빛깔과 너무나 닮아 있어 절로 봄을 생각나게 하고 있다. 짐을 부려줄 곳은 중국의 장지앙항이다.
처음 선적지가 캐나다의 밴쿠버 항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우리가 유황을 선적하기 위해 찾은 부두는 PORT MOODY의 PCT(PACIFIC COAST TERMINAL) 2번 선석 부두이다.
밴쿠버 항 동쪽 끝 만의 맨 안쪽의 막다른 물가에 있는 부두이다. 바람이나 파도는 결코 생각할 수 없는 천연의 양항으로 동서는 구불거리며 길게 수로로 이어져 있고 남북은 산으로 둘러 싸여 있는데 그 남쪽 한 기슭에 만들어진 아주 조용한 부두이다.
그러나 이곳을 찾아들기 전에 좀 힘든 일들을 우리는 해내야 했었다.
이 짐의 선적을 위해 항해 중에 그렇게나 열심히 선창 청소를 하며 입항했건만 첫 번째 선창 검사에서는 불합격을 받아 하루하고도 한나절을 더 페인트를 칠하고 녹을 떨어내며 일을 해서 겨우 통과하여 짐을 싣게 된 것이다.
처음 검사에 떨어지고 나니 야속하기도 하고 맥이 풀려서 참 기분 나쁘더니 그래도 다시 심기 일전하여 열심히 재 청소를 하여 합격하고 나니 풀이 죽었던 만큼 기분은 확 살아나기는 했다.
그렇게 재검사에 통과하고 난 후 밤새워가며 실시한 HOLD BLOCK 작업을 끝으로 유황 선적을 위해 아침나절 철교를 들어 올려 준 이중의 NARROW BRIDGE 밑을 통과하며 찾아온 곳이 바로 PORT MOODY 였다.
터그 보트 두 척의 도움으로 180도 뺑 잡아 돌려져서 부두에 접안시키는데 잡아주는 계류삭의 숫자가 선수에 4개의 헤드라인과 2개의 스프링, 마찬가지로 선미에도 4개의 스턴 라인과 2개의 스프링 해서 모두 12개의 줄만 잡도록 하는 것이다.
보통 다른 곳에서 잡는 4,2,2-헤드라인 4개, 브레스트 2개 스프링 2개-총 16개 시스템과 달리 선수미 모두 브레스트 라인을 없앤 숫자인 6개씩만 잡아주는 것이다.
그만큼 이곳이 바람이나 조류가 세지 않은 아주 조용한 항구라는 뜻으로 여겨지기에 가능한 것일 게다.
실어야 할 화물인 유황이 저 멀리 컨베어 벨트 라인으로 이어져 있는 야적장에 마치 고분의 커다란 봉분 모양으로 쌓여 있는 모습을 보며 궁금증을 다독여 본다.
광석으로 캐낸 유황을 잘 정제하여 순도 높은 유황만을 추출하여 선적할 수 있게 한 화물로 주위에 민가도 많이 있어 우리나라에서라면 공해 관련 일로 데모도 하며 난리 법석을 할 것 같건만 이곳은 그런 일은 없는지 조용하게 저마다의 일에 파묻혀 잘도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유황을 실을 때 약간의 분진이 있어 호흡하는 공기 따라 조금은 맵싸한 유황의 냄새가 감지되건만 그리 심한 정도는 아니다. 어느 정도 견딜 만은 하지만 그래도 자주 오랜 시간 노출되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드는데 이곳 사람들은 괜찮은 모양이다.
하루 밤을 그 부두에서 자며 1박 2일의 시간에 예정된 짐의 2/3 정도를 싣고 나머지는 다른 부두로 옮겨 싣기로 한다. 밤중에 부두에서 떼어내어 대기 투묘지에 다시 투묘시킨다. 다음 선적지의 물때(조석)에 맞추어 내일 아침에 옮기기로 한 것이고 우리가 있던 자리에는 또 다른 배가 들어 올 예정이란다.
세 개의 묘박지가 있는 옮겨진 해역의 이름은 INDIAN ARM이고 “L” 묘박지가 우리 배가 닻을 내려준 지정받은 곳이었다.
<인디언 암 묘박지에 투묘하고 있는 타선의 모습>
<선창에 실려진 유황의 모습>
<밴쿠버 KMVW 4번 부두에 두 번째 짐을 싣기 위해 우현 접안을 끝내고>
이미 두 척의 묘박선이 있는 곳에 마지막 남은 좁은 자리에 비집고 들어가 닻을 내려 주지만 별로 걱정이 들지 않는다.
그만큼 정박 지로서는 더할 나위가 없는 양항이란 믿음이 들기 때문이다.
다시 하룻밤을 그렇게 잘 지내고 아침에 닻을 감아 두 번째 접안지를 향하기로 한다. NARROW BRIDGE 밑을 빠져나와 밴쿠버 내항의 경계선이 되는 라이온 브리지에 이르기 전에 있는 KMVW 부두에 출항 자세인 우현으로 접안을 한다.
바다를 건너가며 남북 밴쿠버를 이어주는 라이온 브리지가 있는 남쪽 스텐리 공원에서 다리를 내려다보다가 눈길을 돌려 건너편 북 밴쿠버 쪽 항구를 보면 바로 입구에 보이는 부두가 바로 KMVW 4번 선석이다.
옛날 생각을 하며 한 번쯤 상륙을 해 볼까도 했지만 그만두기로 한다. 분위기가 그때처럼 나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질 않기 때문이다..
예전 아내와 동승하여 같이 찾았던 이 곳 밴쿠버에서는 푸른 하늘과 어울린 구름을 보며 그녀가 감탄해 마지않던 아름다운 풍광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아름다운 경치일랑 감추어 보여주질 않는 흐릿한 날씨와 더불어 요사이 해운시황 마저 나빠지며 신명 날 일도 많이 줄어드니 그런 게 아닐까 짐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