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링해를 가로지르는 북태평양 대권 항로의 항정선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인 동시베리아의 동단과 북아메리카 대륙의 서쪽 끝인 알래스카 서단이 자연스레 만나서 마주 보게 되는 베링해협(북위 66도, 서경 169도 부근)을 북단으로 하고, 남단은 알류션 (ALEUTIAN) 열도가 궁형으로 태평양과 갈라 준 위쪽 부위의 해역을 베링 해라 부르고 있다.
동쪽의 경계는 북위 59도 서경 156도쯤에서부터 서남쪽으로 비스듬히 뻗어나가는 알래스카 반도가 담당하였고, 반도의 남단에 이어져서 시위 당겨진 활 모양으로 둥글게 점점이 흩어져 나간 알류선 열도의 섬들이 180도를 넘어선 후에도 동경 172도 29분까지 뻗힌 곳에 ATTU 섬을 놓아주면서 베링해의 남쪽 경계를 매듭짓고 있다.
그 ATTU섬에서 약간 서북쪽으로 더 나아가면 KOMANDORSKIYE 제도의 MEDNYY섬과 BERINGA 섬을 앞장 세우고 물러서 있는 러시아의 캄챠카 반도가 척하니 버티면서 베링해의 서쪽 경계선을 자청하고 나서는 것이다.
별로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두 대륙을 양쪽으로 방패 삼아 동반구와 서반구의 바다를 비슷하니 어우르며 남북 동서를 꼭짓점으로 하는 마름모 꼴 형태를 이룬 이 베링해는 수많은 애환을 그 속에 품고 있다.
우리들이 편하게 부르는 <겨울철 북태평양>이란 두리뭉실한 이름을 별칭으로 가진 이 베링해는 얼마나 많은 항해자들을 그들의 배와 함께 거두어들였는가? 그래도 살아나간 자들은 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일을 인구에 회자(膾炙) 시켰기에 더욱더 악명 높은 기억을 남기고 있는 게 아닐까?
이번 항차는 겨울철이란 앞 단어가 걸쳐지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조금 이른 겨울의 시작 시기인, 살짝 빗겨져 있는 상태라, 비교적 순탄한 항해를 하며 ATTU섬 옆을 지나고 있다.
한 달만 더 지난 시기였다면 지금 같은 항해는 바랄 수 없는 해역을 지나고 있는 것이다.
변침 점에 다가섰기에 살짝 왼편으로 몇 도 줄여 준다. 이제 캄챠카 반도 밑에서 일본 북해도까지 줄줄이 이어져 내려간 쿠릴 열도의 섬들을 오른쪽으로 흘려보내며 쓰가루 해협까지 향한 항해를 성취하면 이번 항차에서 대권항정으로 설정해 놓은 구역은 모두 지나가며 마무리 되는 것이다.
반 공중에 떠있는 해가 따스한 빛을 보내고 있건만, 낮게 깔려진 구름 덩어리가 ATTU섬 주위를 온통 LIQUIDO CORRECTOR로 문질러 버린 서류 형상으로 만들어 주고 있어서, 섬의 모습을 거뭇거리고 희끗거리는 속에서 점점으로 찾아볼 수 있게 만들어 주고 있다.
어쩌다 바람에게 곁을 내주어 잠깐 동안의 흘깃 틈을 내주는 찰나의 순간에 ATTU가 그곳에 버티고 있음을 새삼 확인 받아 본다. 사진 찍겠다던 생각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며칠 전 베링 해로 들어서던 유니막 패시지 에서부터 줄 곳 앞에서 달리고 있던 네 개의 DERRICK POST(MAST)를 가진 잡화선이 이제 이곳에서 우리 배에게 앞서가는 자리를 양보하며 오른쪽으로 빠져 나가고 있다.
아마도 캄챠카 반도 쪽으로 좀 더 붙어서 조금이라도 바람을 덜 받는 항해를 시도하려는 의도일까? 짐작해 본다. 그 배의 굴뚝 마크를 보니 일본의 KAWASAKI 선박이다.
예전 구소련 시절에는 아무리 바람이 세어져도 감히 가까이 접근한 항해를 할 수 없는 것으로 여길 정도로 그 곳은 가깝게 다가서기가 어려웠던 금단의 해역 같았지만 이제는 그런 마음의 장벽은 없어진 지 제법 된 것이다.
이렇게 내려가는 앞길에 태풍이 삭으러 들어 폭풍으로 된 저기압이 빠른 속력으로 접근한다는 기상 통보를 받고 있었던 입장이었기에 우리도 그쪽으로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본다.
그러나 항로 추천사에선 그냥 침로 변경 없이 항진하도록 계속 추천하고 있어 그에 따르기로 하고 있는 중이다.
마침 새롭게 들어온 기상 정보에서 북동으로 움직여서 우리와 스쳐 지나는 형태로 여겼던 폭풍이 그냥 동쪽으로 향해서 멀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온다.
우리로서는 가장 바라는 바의 기상 상황으로 반전된 것이다. 이 모든 일을 관장하시는 절대자 이신 하느님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하며 브리지를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