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승선했던 배를 만나다.
이 바다 위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반가운 배를 만났다.
온 선체를 주황색으로 칠하고 있는 STX의 OCEAN KOREA호이다.
-오션 코리아호! 오션 코리아호 여기는 씨. 저니호 감도 있습니까?
한 때(그 배의 신조선 시절) 내가 선장으로 몇 년을 승선했던 인연이 반가운 마음에 선명을 확인하는 순간 그냥 대책 없이 VHF로 불러 놓고 본 것이다.
그리고 응답이 나오기 전 잠깐 동안 아니 어쩌려고 불렀지?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이내 마음을 돌려 교신할 준비로 목청까지 가다듬어 본다.
잠시 후 응답이 나오기 바쁘게 교신할 찬넬의 번호를 06번으로 하자고 요청해 준다.
바꿔진 찬넬로 다시 나온 그 배의 응답자에게 예전에 승선했던 적이 있는 배라서 반가운 마음에 불렀다고 이야기하니 그 배에서도 방금 응답했던 사람이 아닌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서 반갑다며, 내가 누구인지를 물어 온다.
아! 그 배 선장이 직접 전화 앞에 나섰구나- 달라진 목소리를 확인하는 순간, 오션 코리아 선장이 직접 송수화기를 바꾸어 들고 앞에 나섰음을 추측하면서 내 이름을 알려준다.
그러자 그 배에서의 응답은 나와 함께 동승으로 근무한 적은 없지만, P회사 시절 연수원에서 사내 연수를 할 때 같이 지낸 적이 있는 누구라고 이야기를 하며 반갑게 인사를 해 온다.
어렴풋이 누구라는 건 알겠는데, 선명하게 얼굴 모습이 기억에 떠오르지를 않는다. 하지만 후배 선장이란 것은 알겠다. 하여간 반가운 마음에 걸어 본 전화이니 인사를 받아주며 이야기를 계속한다. 이렇게 바다 위에서 생각지도 않고 있다가 느닷없이 만나게 되면 그 모두가 반가운 사람인 것이 선원 사회이다.
이야기가 계속되며 우리는 바릭파판으로 가고, 그 배는 사마린다로 간다니 같은 인도네시아 이웃 항구로 가고 있고 선적할 화물은 두 배 모두 석탄인 것도 알게 된다.
그러고 보니 그 배의 나이가 20년을 훌쩍 넘어버린 고령 선이 되어서 내가 타던 신조 선이었던 시절과는 판이한 어려움이 있음이 그 선장과의 계속된 대화 속에서 느껴진다.
한 때 그 배를 타고 일본 쓰가루 해협을 통과하면서 유럽 선주의 동형 크기의 선박과 만났을 때 거뜬히 추월하게 되어, 또래에서는 빠른 속력을 가졌음을 은근히 과시하며 자랑하는 마음을 가졌었는데, 지금은 비슷한 처지로 만나서 같은 방향으로 달리지만 우리 배한테 점점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 주니 그 작은 일에서도 인생무상을 푸념하는 기분이 좀은 씁쓸하다.
통화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할 이야깃거리도 바닥을 내게 되니 서로의 안전항해를 빌어주며 전화 통화를 끝내기로 한다.
-오션 코리아 호! 안전항해를 바랍니다. 찬넬 16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아웃트.
그 배에서도 비슷한 응답을 하여 통화의 종료에 응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