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로 받은 생일 축하 편지
대본선 담당자분에게서 아래와 같은 메모가 이메일로 전해져 왔다. 공식 문건은 아니지만 항상 육지와의 유대감에 목마른 마음으로 생활을 하는 선박 안에서는 꽤나 반가운 연락이었기에 옮겨놔 본다.
바쁘신 업무에 수고 많으십니다.
금일(12/08일 자)이 선장님의 서류상 호적 생일인 듯싶어 이렇게 메일상으로나마 생일 축하 메일 전합니다.
호적상 생일날이기에 댁에서 보내는 정식 생일은 아닐 수도 있지만, 선상에서 기분이라도 내보시라고 인사 메시지 보내드립니다.^^
본선 업무 보는 데 있어 큰 어려움은 없으신지요? 또한 건강은 어떠신지요?^^
본선 필리핀에서 하역작업을 거의 마쳐가는 듯합니다.
본선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내시느라 대단히 노고 많으십니다.^^
본선에서라도 한 해 마무리 잘하시고, 알차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선장님과 함께 본선에서 근무하고 있는 C.JOURNEY호 선원들 모두가 가족이니 함께 기뻐해 주고, 축하해줄 것입니다
날씨도 추운 시기이며, 해상 상태도 고르지 못할 시기이기에 건강관리에 각별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금일이 호적상 생일이시니, 하루 업무를 마치시고 본선 선원들과 멋들어지게 한 상 차리시어 즐거운 파티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대본선 지원업무에 부족함이 있을 테지만 좀 더 노력하여 본선 지원업무에 소홀함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으니 항상 건강 챙기시고 업무에 임해주시길 바랍니다.
하선하시는 그날까지 항상 건강하시고, 온화하면서도 열정적인 모습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다시금 선장님의 생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본선(C.JOURNEY호) 승조원분들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안전운항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참고로 JJS 실항사가 승선실습을 하고 있는 C.LAUREL호는 12/11일 중국 BEILUN의 앵커리지에 도착 예정이고, 약 1주일 정도 WAITING예정으로 나와 있습니다.
혹시나 싶어 참고하시라고 전해드립니다.
BJ상운/ KKB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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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촌 보세요. 2009.12.08
누군가 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하며 챙겨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을 때, 그건 아직도 내가 세상에 필요한 존재구나 안도감을 품게 하는 좋은 기제네요.
이멜 상으로지만 보내주신 안부, 생일 축하의 편지 참으로 감사합니다.
그걸 받아 들고는 얼굴 가득 기쁨을 실어내어 빙긋이 미소 짓는 내 모습 상상이 되십니까?
이렇게 마음 써주는 가까운 이웃이 있다는 걸 확인받으니 다음 항차 PSC로 악명 높은 호주의 그래드스톤을 간다는 것도 두렵지 않게 받아들이게 되는군요.^^
뉴스를 보면 신종플루다 뭐다 하며 한참 겁주는 소식들로 세상이 시끄럽던데 그런 북새통 속이었지만 가내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겠지요? 이렇게 생일 편지까지 받아 든 답례로라도 가내 모든 분들께 안부를 부탁드립니다.
얼마 전까지 한 동안 입안의 혀가 불편하여 조금 신경이 쓰였지만 이제는 다 나아서 음식 맛도 제대로 느끼며 챙겨가고 있답니다. -아니 이제는 너무 맛을 잘 알아내어 탈(?)이네요.ㅎㅎㅎ-
혹시나 내 생일이 실제 집에서 지내고 있는 생일이 아닌 호적상 날짜가 아닐까 의문을 가지신 모양인데, 그런 염려는 접어두세요. 진짜 생일이 맞답니다.
아직 살아 계신 제 어머님의 생생한 기억대로라면, 나를 낳으시고 미역국의 첫술을 드실 때쯤 라디오에서 일본이 하와이의 진주만을 공습하여 태평양 전쟁이 발발했다는 뉴스를 들으셨다는 이야기로 내 생일의 그 날짜는 역사상 잊힐 수 없는 날로 되어 있답니다.
전쟁 발발한 날을 두고 자랑할 것은 못 되지만, 말입니다......
자, 항상 건강하시고 하시려는 일 모두가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시기를 바라며 고맙다는 답례의 말은 이쯤에서 거두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씨. 저니에서 JHT.
PS: 제 둘째 놈 소식까지 알려줘서 고맙습니다.